영원을 가는 길
리니지 ost. 영원 arr. 필자
21.12.21
어느 날 재밌는 얘기를 티비에서 들었어. 그리고 무심코 '아! 이거 내 동생에게 얘기해 줘야지.'
뉴스에서 이런저런 신기한 일을 읽으면 버릇처럼, '아 이것도 이번 명절에 만나면...'
그리고 가능하지 않는 현실에 부딪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고 말아. 이건 어떻게 보면 정말 버릇 같은 거야. 버릇. 아주 수십 년간의 버릇.
어릴 때는 그렇게 앙숙이었는데, 우리가 이렇게 변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누나란 존재에 대하여...
학교가 미션스쿨이다 보니 어쩜 교회 가기가 수월했는지 모르겠어. 그냥 무심코 간 곳이었는데 거기에서 나는 아주 충격적인 모습을 봤지.
남매끼리 너무 잘해주는 거야.
상상이 돼? 자매도 아니고 남매야. 형제도 아니고 말이야. 치고받고 싸우는 게 일상인 우리에게 그들의 모습은 충격이었어. 아니 사실 우리가 아니라 내가 충격이었지. 그 친구는 동생을 아주 사랑으로 대했어.
"밥은 먹었어?"
"어디 아파? 얼굴이 안 좋아 보이네"
"집에 가서 마저 얘기하자."
어느 남매가 저렇게 말을 하는 거지?
난 너무 충격이었던 것 같아. 동생을 걱정하다니! 동생을 신경 써 주다니! 동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다니!!
다툼이 일상이었던 우리 남매에게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는 모습이었어. 나는 깊이 반성했지. 그리고 동생에게 처음으로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었어.
그리고 처음으로 이렇게 물었지.
"밥 먹고 왔어?"라고...
부드럽게 말하자 어이없어하면서도 어색해했던 네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
"뭐야. 왜 그러는데?"
하하. 근데... 그런데 말이야.
그런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너는 말 끝에 "~냐?"같은 그런 말은 쓰지 않았어.
너무너무 화가 나도 너는 단 한 번도 누나의 호칭을 "야!"라고 부른 적이 없었지. 꼬박꼬박 누나라고 했어.
그만큼 네가 착했던 거야. 너무 착했던 거야. 그걸 난 모르고 있었어. 눈앞에 못된 필터가 끼워져서 말이야. 하지만 처음으로 네게 잘해주고 싶게 되었던 계기를 얘기했을 때, 내 진심을 넌 비웃지 않았지. 고마웠어. 받아줘서...
그래서 그 이후로 너랑 나는 싸움을 다시 하지 않았던 것 같아. 단 한번, 아버지 돌아가시고 네 맘대로 차를 사려 할 때 빼고는...
그런데 사실은 이런 생각이 들어. 그때 내가 너를 강하게 말려서, 차가 아니라 전세를 끼고 집을 샀더라면 네 운명이 좀 달라졌을까? 하는 그런 생각말이야.
하긴... 이제 그런 고민 따위 소용없겠지만...
죽음에 대해서...
죽음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니 '아무리 내가 물어도, 아무리 불러봐도, 보고 싶어 눈물 흘리더라도 내 목소리는 공중에서 흩어지고 너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더라.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상대에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다는 거야.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 말이 딱 맞아. 실감이 나. 너에게서는 말이 없어. 아무리 욕하고 울어도 말이지...
참 잔인하다. 죽음이란 건 참 잔인해.
불러보아도 보고 싶어 울부짖어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넌 어디에 있는 거니?
네 존재는 어디에 있니?
결국 존재자체가 사라지는 것. 새삼스레 죽는다는 게 그런 것이란 걸 깨닫는다. 분명 만지고, 말하고, 깨닫고, 함께 있었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지금은 어디서도 네가 살았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 없어. 너를 기억하는 모두가 너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 넌 살지 않았던 것이 될까? 이제는 이런 의문까지도 드는구나.
이제 네가 살았다는 건 단순히 우리 기억에 의존해서만 생각해 낼 수 있구나. 형체도 실물도 볼 수 없는데 살았었다는 기억만 남아서, 기억에만 남아있어서, 과거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게 이다지도 슬프고 괴롭다니...
추억
나에게 어찌 이리 너의 사진이 없는지... 그나마 몇 장 있는 사진 속, 해맑게 웃는 너의 사진을 보니 네가 이런 결말을 생각했다는 게 더 믿기지 않아. 그 웃음 뒤에 얼마나 큰 아픔을 숨겨두고 살았던 거니?
네가 장난치고, 웃고, 해맑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아니, 더 멀리 갈 것도 없어. 그저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여도 좋다. 네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파한 시간 동안은 죽을 생각 따위 하지 않았었을 거니까...
술 한잔 기울이면 네가 생각이 나는구나.
두 잔을 기울이니 네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세 잔을 기울이니 네가 아빠와 다투고 눈물을 참고 집에서 나오던 날이 떠올라.
그때 너는 왜 울음을 삼켜야만 했을까? 울고 싶어도 왜 울지 못했을까? 왜 눈물을 삼켜야만 했을까? 그렇게 만든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래... 나와 너는 답을 알고 있지. 우리는 모두 아빠를 사랑했고 돌아가신 이후에도 사랑했지. 그리고 우리 모두 아빠를 용서했고 미워하지 않았어.
다만, 너와 나는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과 해결되지 않은 상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바를 몰랐던 거야.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몰랐던 거야.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어야 했는데 우리 둘 다 그러질 못했지. 그래 우리 둘 다 아픈 줄은 알았지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던 거야. 그 결과가... 나는 마음의 병... 너는 죽음이 되었구나.
네 유품들을 정리하면서 난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는 내 말을 무시하는 척했지만, 내가 진심을 담아 보낸 편지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더라. 그리고 내 충고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거 같이 보였지만 하나하나 내 충고를 들으려고 애쓴 흔적들이 여러모로 보였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착한 녀석. 착한 녀석... 그래... 넌 그런 녀석이었지.
아프다. 내 동생아. 내 맘이 너무 아파..
이렇게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난 배우지 못했다. 엄마가 목놓아 우실 때, 달래드릴 방법을 난 배우지 못했어. 정말 죽음이 익숙지 않아 나는 너무 힘들다. 하긴, 익숙한 죽음이라는 것이 어디 있겠니? 어느 누가 그 무거운 주제에 맞닥뜨리고선 익숙하게 지나갈 수 있겠어.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 하면 널 되돌릴 수 있을까' 같은 바보 같고 멍청이 같은 바람만 바라게 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말이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로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썼나 봐.
영원히 살아있을 너
나는 너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 감정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를 거치면 더 성숙해지게 된다고 말해. 왜 인간은 아픔을 겪어야만 성숙해진다는 걸까?
하지만 내 동생아... 나는 이다지도 아프고 견디기 힘든 고통이 마음의 상처만 줄 뿐이지 내게 성숙이란 걸 가져다줄 것 같진 않구나. 그만큼 너는 내게 너무나 큰 존재였다.
어제도 재밌는 일이 있어서 문득 '아 이거 동생한테 말해주면 엄청 웃기겠다.'라고 무심코 생각해 버렸어. 분명 네게 들려줬다면 우린 바보같이 실실거리면서 농담 따기나 하고 있었을 텐데... 그랬을 텐데 말이야...
내 동생아...
네가 없단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 밤이다.
네가 없는 네 생일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보고 싶다.
예전 너랑 같이 리니지를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더라. 그 게임 ost 중 '영원'이란 곡을 가져왔어. 영원히 내 마음속에, 그리고 천국에 살아있을 너를 생각하며...
죽음? 아픔? 슬픔?
내가 이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내 마음을 표현하는 글쓰기와 그리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이더라.
내 마음속 빈 공간을, 그리고 내 아픔을 달래주기 원하면서, 그 바람을 담아 음악으로 표현해 봤다. 요즘엔 자꾸 새벽에 잠을 깨. 그리고 마음이 아파 울곤 해.
언젠가... 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게 나타나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