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갑...
싸움의 원인이 늘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느긋한 남편이 속 터져 결국 화를 내는 건 내가 되고, 더 화를 내기 싫어 혼자 있고 싶다고 하고 나가면 그걸 못 보고 꼭 따라 나와 화를 풀어야 한단다. (이런 건 원래 반대 아닌가? 남자들은 동굴에 숨고 싶어 하고 여자들은 그 자리에서 해결하고 싶어 한다며!)
결혼 후 2달 뒤, 우리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을 때도 묵묵히 내 옆을 지켜주고,
내 동생 죽었을 때도 말없이 옆에 있어주고,
내가 조울증이라고 판명 났을 때도 그저 괜찮다고 해주고...
내가 우리 아이들한테 분노 조절 못해서 울 때, 너무 괴로워서 헤어지자고 할 때, 나 대신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엄마 구해달라고 울 때도 그저,
"원래 결혼하면 다 그러고 사는 거니까... 내가 누굴 만났어도 별로 다를 거 없었을 거고, 사는 게 다 그렇지. 당신이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난 당신 없이 못 살아."라고 말해줘서 고맙고, 미안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지? 만약 내가 당신 상황이라면 정말 이혼할 텐데... 난 이런 거 못 견뎌서... 사실 지금도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그런데 마지막 말에 난 빵 터졌어.
"누가 애 셋 딸린 남자한테 시집오겠어.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러게. 난 책임감도 지지리 없는 엄마이자 아내였네.
누가 애 셋을 책임져 주겠어. 그래서 선녀와 나무꾼에서도 애 셋을 낳으라고 그렇게 말했나 봐. 셋을 낳았다면 날개옷을 입어도 하늘에 못 올라갔을 거 아냐. 양쪽 끼고도 한 명 남으니 어쩔 거야.
마지막 말 항상 기억하고 살아야겠네 나...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