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과 손과 머리냄새의 상관관계
손이 발보다 더 더럽다.
하백이와 하진이가 싸움이 났다.
난리다.
또 시작이다 싶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형이 그래서 내 머리냄새가 더 심해지는 이유도 있어."
이게 뭔 소리지?
순간 아침에 하진이의 떡진 머리가 생각났다.
머리 감기를 싫어하는 하진이가 귀신머리가 되어 나타났길래 머리에 물을 묻혀주면서 '너 이러다 이 생겨. 머리냄새나니까 이따가 학교 다녀와서 머리 감아'라고 말한 게 퍼뜩 생각난 것이다.
그래서 난,
"이게 뭔 소리야? 머리냄새는 네가 머리를 안 감아서 나는 거지 왜 애꿎은 형아한테 뒤집어 씌우고 그래?"라고 잔소리를 해댔다.
그랬더니 하진이 왈,
"아니 형아가 더러운 발을 내 머리에다 대고 문질렀다고요. 그래서 내 머리냄새가 더 심해지는 영향도 있다고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어졌다.
"하진아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발이랑 머리냄새는 전혀 상관없고 가서 머리나 감아."
그러자 하백이 왈,
"야 내 발 깨끗하거든. 그리고 발보다 손이 더 더럽거든"
그 말에 하진이가 열이 받았다.
"무슨 발보다 손이 더 더럽냐. 말이 되냐? 퉤"
"이게 침을 뱉어? 손이 더 더럽다고! 발보다. 발이 더 깨끗해 이 자식아. 퉤 "
"그만 못해?" - 나
"손이 더 더럽다고!" -하백
"발이 더 더럽다고. 형이야 말로 왜 침을 자꾸 뱉어!" -하진
"그만들 못하냐고 이 자식들아!" -나
삼파전.
난리난리.
이 말도 안 되는 '발과 손과 머리냄새의 상관관계'는 결국 "김하백! 김하진! 그만 못해"를 한 10번쯤 소리 지르고 나서야 끝이 났다.
하아...
초등학교 3학년 4학년이란 것들이 저런 싸움이나 하고 있다니... 웃지도 못하고... 아직도 갈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