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재우고 밥을 먹이려고 노력해 봐도 우리 아이들은 키가 매우 작은 편이다. 셋다 키가 매우 작다. 일단 먹질 않는다. 특히 하백이는 항상 1프로 미만일 뿐만 아니라 한살이나 적게 나왔다.
어느 날은 키즈카페에서 어떤 학부모가
"어떤 애랑 우리 애랑 놀고 있는데, 키도 쪼끄마한데 나이를 물어보니 한살이 더 많다네."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속상함이란...
여하튼 3년 전만 해도 9시면 혼내서라도 자게 만들었다. 셋 다 10프로 미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일찍 자고 먹여서 크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나 자신도 버거운데 언제까지? 게다가 동생 일 있고 나서 나를 전부 놔 버리고 내버려 두었더니, 아이들은 10시 11시 12시 점점 자는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신랑은 보통 들어오는 시간이 10시가 넘으니 씻고 침대에 누우면 잠들기 일쑤다. 그러면 재우는 건 순전히 내 몫이었는데...
성장호르몬 주사도 맞고 있고, 큰애는 조숙증이 와서 성억제제를 맞고 있는데 돈도 돈이려니와 ADHD치료까지 병행하려니 감당이 안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는 아이들...
너네들이 뭘 알겠니.
아이들은 점점 우리보다 늦게 자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그러면 안 되는데 나도 조울증 약을 먹다 보니 약만 먹으면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든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도 항상 선잠을 자기에 그다음 날이면 피곤하다.
무책임한 엄마
누군가는 무책임한 부모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어떻게 아이들 재우지도 않고 부모가 먼저 잠드냐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자기 싫어해서 신경질 내는 하백이와 하진이, 숙제한다며 짜증 내는 사춘기 큰딸을 화내지 않고는 견뎌낼 수가 없다.
알아서 하고 자.
그게 내 최선.
며칠 전에는 큰애가 덥다며 에어컨을 켜려는데 안 켜졌던 모양이다. 새벽 4시에 나를 깨우기에 그거 켜려고 걸어가다 잠깐 정신을 잃고 탁자 위로 쓰러졌었다. 그게 다행히 삐그덕 거렸던 나무였던지라 다 부서져 버려서 크게 다치진 않았는데 쾅 소리를 난 듣지 못했고 신랑은 자느라 듣지 못했단다. 큰애만 놀라서 날 쳐다보았고 잠깐 정신을 잃은 것뿐이라 난 일어나서 에어컨을 켜주고 들어가 마저 잤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더더욱 쓰러져버릴 듯 잠들어버린다.
어제도 그렇게 잠이 들었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하지만 새벽에 안방 화장대에 불이 켜져서 눈이 부셔 잠이 깼다.
새벽 2시.
하진이가 연필을 찾느라 불을 켰고, 눈부심에 내가 깬 것이다.
그 잠결에도 화가 났다. 왜 2시까지 잠을 안 잔 거지?
일어나서...
새벽엔 다시 잠드느라 정신이 없어서 혼을 못 내고 일어나자마자 난리 대 난리를 피웠다.
변명을 들어보니 그 새벽에 숙제를 하려고 했단다. 학원 다녀오면 6신데 실컷 놀다가 새벽 2시에 숙제를?
하백이, 하진이, 큰애 다 깨어있었단다.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꽥 질러댔다. 하진이를 엉덩이 한대 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너무 화가 날 때 손버릇은 나도 참... 안 고쳐진다.
하진이를 혼냈지만 셋다 혼낸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진이는 반면교사.
결국 하진이와 하백이를 울리게 됐다.
하백이가 울기에 왜 우냐고 물었더니 자신도 모르겠단다.
오늘부터는 10시 안에 자라고 엄포를 놓았고, 학교숙제는 학교 다녀와서 다 한 다음에 태블릿을 하라고 다시 한번 얘기했다.
분명 어제도 같은 얘기를 했고, 한두 번 얘기한 내용이 아닌데...
하백이가 현관에서 울고 있기에 거기 서라고 말하면서 감정 다 풀고 가라고 말했다. 하백이는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그치려 애썼다. 그 모습을 보니 짠했다.
약 때문인지 분노는 쉽게 가라앉는다.
하진이가 울면서 물통을 가방에 넣기에, 그것도 짠해서 안아주었다. '엄마가 때려서 미안해. 많이 속상했지. 이따가 학원 다녀오면 학교 숙제부터 해.'라고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