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본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웃은 지 오래된 듯 세월에 찌든 표정으로 굳어있다.
억지로 웃어보지만 어설프다.
빙하 속에 내가 있다.
또 다른 나는 꽁꽁 언 채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내 자아는 나를 쳐다보며 손을 내밀지만 나는 멍하게 그저 바라볼 뿐이다. 옆에 뚫린 구멍이 있는데도 추워서 그 빙하 속에 있는 나를 꺼내기엔 역부족이다.
나를 꺼내면,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를 나와 마주칠까 두려워서...
웃음은 없다. 그저 무감각한 감정만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겉모습과 약으로 점철된 자아.
빙하를 뺀 나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
빙하는 이제 나를 보호해 주는 장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