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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카 Dec 18. 2023

2주년... 어떻게 지내는지...

엄마의 울음

너는 바다에...

우리는 육지에...

그렇게 사는 곳이 다르다.

2년이 지났지만 아픔은 여전히 가실 생각을 안 하는구나.


불러도 왜 대답이 없어


엄마는 네 기일에 바다를 보며 그렇게 울었다.

내 기억 속 엄마는 그렇게 우는 엄마가 아니었는데...

아버지가 10년을 넘게 아프셔서 가장의 역할을 못할 때도 씩씩하게 한 가장이 되어 가정을 이끌어가신 강한 분이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러게... 너는 왜 대답이 없니.


지난 추석 때, 친정 간다고 전화했을 때,

엄마는 그때도 목 놓아 울고 있었다.

아버지 기일에도, 울지 않던 엄마가...


동생아...

사랑하는 동생아...

나는 매일 죽음을 생각한다.

이 세상은 한없이 척박하고, 나를 배제하고, 차갑고, 살만하지 않다.


엊그제는 모든 일이 짐이 되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죽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맡겨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죽으면 나처럼 힘들어질 사람들이 있어서...

그리고...

너의 죽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기에 죽을 수가 없더라.

정말 그럴 수가 없더라.


너는 우리가 너를 미워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사랑받지 못했던 우리들은 자존감도 낮고 세상을 살 소망도 없고... 그랬으니까. 그러고 있으니까.


그런 걸 알면서도 네가 하려는 일들이 너무 무모해서 엄마와 나는 너를 항상 막았고 반발하는 너와 싸우기도 했지.

그래서 미워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니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때 사랑한다고 전했으면, 너에게 우리의 그런 마음이 깊이 가 닿았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너는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했겠지만 모든 것이 막혀 이제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네가 죽기 전 그렇게 말했으니까.

근데 이제 생각해 보니 너는 그때부터 준비했던 것 같구나.

이 통장의 돈이 다 사라질 때까지만 살자고...


아버지와 같이 될까 봐 결혼하지 않겠다는 너의 말에 나는 깊이 동의하며 그러라고 했지.

대물림되지 않게 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었음에도 잘 되지 않았으니까.

너도 그걸 알았던 거겠지.

하지만 그때, 난 너에게 공감할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말을, 네가 살 희망을 줬어야 했다.


너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에 나도 한몫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방식에 내 입을 잘못 놀린 것. 하찮은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는구나.


11월은 마음이 참 많이 아파서 약도 증량하고 정신 차리려 애쓰며 살았다.


그러나 엊그제 결국 터져서 애들에게 몹쓸 말을 했다. 때리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지만 주먹을 꽉 쥐며 집 밖으로 무작정 나갔단다.


인생 뭐 같다고 욕하면서...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욕하면서...


그래도...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겠지.

정신이 드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너무 힘듦 삶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런 강인한 사람들이 있다는 그런 생각이...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줬단다. 살 희망 없는 아이들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거긴 어떠니. 네 생각대로 편하니?

우편도 메일도 편지도 닿지 않는 그곳에 간 네게 답이 없을 줄 알면서도 자꾸 묻는다. 거긴 어떠냐고. 편하냐고. 살만하냐고. 행복하냐고.


행복하면 좋겠다.


하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나쁜 자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불효를 용서하세요'라는 마지막 유언이 귀에, 마음에, 머리에 맴돈다.


오늘 쓰는 이 글들이 너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뒤늦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내가 참으로 밉지만

그래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다.

사랑했었고 지금도 사랑한다. 내 동생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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