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로망, 피아노를 시작하다.
대학교에 진학해서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 시골에 살았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때는 신발장에 운동화보다 검정고무신이 많을 때였다. 면 소재지(면사무소가 위치한 동네)에 살았기에 그나마 슈퍼도 있었고, 식당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 피아노 학원이 생겼다. 수업시간에 듣던 풍금 소리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고, 동요가 아닌,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이엘이었을 수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피아노가 배우고 싶었다. 그렇지만, 시골에서 학원을 다니는 애들도 별로 없었고, 피아노 학원에는 여자 아이들만 다니고 있어서,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렸을 때의 로망이 있어서인지 직장인이 되어서, 피아노 학원을 기웃거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피아노 학원엔 대부분 초등학생들만 배우고 있고, 성인은 없었다. (요즘은 성인을 위한 피아노 학원도 보인다.)
피아노가 다시 생각난 것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이후였다. 영어 수학 학원은 안 다니더라도, 피아노는 배워두는 게 좋을 것 같았고, 가족 모두 동의하였기에 초등학교 앞의 피아노 학원에 취미반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좋아해서 전자 피아노라도 사줄까 망설이던 차에,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손녀에게 전자피아노를 선물해주셨다. 덕분에 아이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옛 추억에 잠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에게 집에서 피아노를 배우기로 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는 모르지만, 아이와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고, 나도 어렸을 적 로망을 실현할 수 있을 듯하여 만장일치로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가 학원에서 사용한 교재로 바이엘 3권까지 수업을 마쳤다. 박자 감각이 없다 보니, 아이에게 매번 지적받기 일쑤였지만, 아이는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는지 매일 수업하자고 성화였다. 엄마에게 혼나는 날에는 그 화를 나에게 푸는 듯했다. ㅎㅎ
어릴 적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를 아이에게서 배우다 보니, 좋은 점도 많았다. 아이는 내게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서 실력이 빨리 늘었고, 나는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이 늘게 되었다.
어릴 적 피아노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처음 듣는 피아노 선율이 아름답기도 했고, 선생님을 대신해서 양손으로 풍금을 연주하던 여학생이 멋져 보이기도 했고, 시골 동네에 생긴 피아노 학원에 대한 호기심이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