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자
화랑대(육군사관학교의 별칭)의 토요일 오전은 매우 분주하고 활기차다. 생도생활이 이루어지는 기숙사 전체를 깨끗이 청소한 후 내무검사가 이루어진다. 그 후에는 예복으로 갈아입고 화랑연병장에서 화랑의식을 진행한다. 그리고 외출로 이어지는 일과인데, 일주일간 손꼽아 기다렸던 외출이 있어서 더욱 활기찼다. (지금은 주 5일 근무제로 바뀌면서 금요일 오후에 실시한다.)
그중에서 특히, 내무검사는 하급생도에게는 긴장되고 힘든 시간이었고, 화랑의식 중에는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일과가 지금까지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혼하고 10년 동안, 우리 집의 변하지 않는 일과가 한 가지 있는데, 바로 매주 주말에는 꼭 집안 대청소를 하는 것이다. 주말에는 대개 결혼식, 소풍 등 외부 일정이 있기 마련이지만, 일정 전후로 꼭 대청소를 한다.
창문을 활짝 열고,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아이는 아이의 장난감을 치우고, 아내는 주방을 정리하고, 나는 침구류부터 가구 밑까지 깨끗이 청소한다. 매주 청소를 하는데도, 먼지가 쌓이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와 아내,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가족은 늘 즐겁게 청소를 한다. 하지만, 나에겐 한 가지 더 특별함이 있다. 청소를 하면서 지난 일주일의 묵었던 때를 같이 벗어버리는 것이다. 안 좋았던 기억이나, 찝찝했던 일들을 청소기로 같이 치워버린다.
그리고, 청소를 마무리하면서 다음 주에는 어떤 일에 집중할지 생각해본다. 내무검사를 마치고 화랑의식을 통해 지난 일주일을 점검하고, 다음 주 일정을 계획했던 것이 몸에 밴 것이다. 가사를 분담하기 위해 하는 청소일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내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 같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도 있듯이, 한 번 생긴 습관은 쉽사리 고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일주일마다 주변을 정리 정돈하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준, 생도생활이 참 고맙다. 물론, 그 당시에는 힘든 점이 더 많았다. 때때로 얼차려가 수반되었기 때문이다.
얼차려 없이 나 자신이 알아서 하는 청소는, 그 어떤 습관보다 나의 삶을 윤택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기에 너무나도 행복한 습관이다.
비단, 집안 청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무실에서도 항상 책상을 정돈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려 노력한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금요일 오후에는 사무실에서 일주일 동안 진행했던 업무도 점검하고, 일주일 동안 새로 인사를 나눴던 거래처나 고객 분들의 명함을 정리하면서 특이 사항이나 특징들을 문서로 정리해 놓는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져 그러한 내용을 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어,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습관이다.
한동안 왕래가 없다가 1~2년 후에 만나도 그분의 특징을 기억할 수 있고, 그러한 사항 위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너무나 반가워하시기에 나 또한 즐겁다. 그리고, 명함 정리가 끝나면, 다음 주에 진행해야 할 일정을 정리하고, 동료들과 주말에 무엇을 할지 인사도 나누며, 한 주를 마무리한다. 사무실을 생도대로 바꾸면, 생도생활과 거의 비슷한 습관들이다.
청소를 일이라 생각한다면, 밀린 숙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나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업무를 벗어버리고, 주말을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의식으로 자리 잡았기에, 너무도 즐겁고 신나는 청소이다. 아이도 즐겁게 청소하다 보니, 습관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자신의 장난감과 물건들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좋은 습관을 만들어 준 것 같아 내심 뿌듯하기도 하다.
생도생활은 학업 외에 군사훈련, 체력단련, 리더십 배양 등 상당히 많은 과정을 수행해야 하기에,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절에 썼던 수양록(일기)을 떠들어보면, 많은 고민들로 가득 차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4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길러야 하기에 수반되는 고통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은 특정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신입생, 사회 초년생 등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이들 모두가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주어진 과정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좋은 습관으로 받아들인다면 이후의 삶이 보다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청소하는 습관은 독자 여러분께 강력히 추천하는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