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지만, 그래서 더욱 즐겁다!
어려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었던 것은. 막연한 동경이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것도 있지만, 피아노 연주에 대한 로망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비슷하게 살고 있다. 그러다가도 어쩌다 TV나 영화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장면을 보게 되면, 다시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보를 보고 바로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을 원하는 것은 아니고, 천천히라도 좋으니, 한 곡씩 마스터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아이에게 바이엘을 배우면서, 알게 된 점이 있다. 자전거나 수영을 배울 때처럼 피아노 역시 반복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게 나에게는 지루해 보였다. 똑같은 악보를 10번씩 연습하고 아이의 테스트에 통과하면 다음 악보로 넘어간다. 내가 보기엔 대부분 비슷한 악보라서 쉽게 넘어갔다.
그런데, 아이에 비해 반복학습이 줄어드니, 아이의 실력에 비해 내 실력은 늘질 않았다. 아이는 양손으로 멋지게 연주하는데, 나에게는 양손 연주가 너무 어려웠다. 그런 나를 보며, 아이는 연습이 부족하다면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배움에는 꼭 필요한 것이 반복 연습이지만, 그것을 피해 가려니, 수업이 재미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른팔 팔꿈치에 통증이 생겼다. 운동하면서 무리했는지, 엘보우(팔꿈치 염증)가 생긴 것이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심해져서 한동안 피아노 연습을 중단했다. 여러 가지 치료와 휴식을 취하니, 몇 개월 후에는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통증이 사라지면서, 피아노에 대한 관심도 같이 사라졌다.
단순 반복만 하는 데다가, 동요 수준의 노래만 연습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 같이 해온 수업이다 보니, 중단하고 싶지 않았다. 고민 끝에 작년 8월 즈음부터 '캐논'을 연습해 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연주곡이니,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캐논 연습을 시작하면서, 기초학습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바이엘을 마치고, 체르니까지 좀 더 충실히 연습했다면, 좀 더 쉬웠을 것이다. 반복연습을 게을리 한 탓인지, 양손 연주는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고민을 반복하다가, 묘안이 떠올랐다. 양치할 때 사용하는 모래시계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내려올 때까지만 연습하기로 했다. 길어야 4분 내외이니, 엄청 짧은 시간이다. 4분만 연습하면, 결과야 어떻든 나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었다. 아이는 그렇게 연습해서 언제 연주할 거냐며 성화를 내긴 했다.
하루에 4분 남짓 연습하기를 1년 정도 했다. 기분 좋으면, 조금 더 연습하긴 했지만, 그래 봐야 10분 안쪽이었다. 시간이 짧으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하였고, 그러다 보니 다시 흥미가 생겼다.
아직 10마디 밖에 연주하지 못하지만, 그것도 굉장히 서툴지만, 신나서 연습한다. 내가 잘하는 것만 취미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의 취미가 아직은 피아노 연습이지만, 언젠가는 멋지게 피아노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가 싫다면, 하루에 한 번 모래시계만큼만 해보자. 더디 가지만, 그래서 그 과정까지 즐거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