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설렘

두려움이라 쓰고 설렘이라 읽는다!

by 정성진 musicalbank


두려움은 어떤 현상이나 경험을 예상했을 때 우리가 가지게 되는 불안한 감정을 말한다. 전혀 관련 지식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약간의 지식이나 경험이 있을 때의 두려움이 훨씬 더 큰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의 뜻을 '본래의 두려움이 아닌, 두려움이 다가온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많고, 크다'라고 해석해 본다.


살아가면서,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해서 대체로 약간의 두려움도 있지만, 설렘과 호기심을 가지고 임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업에만 집중하다가, 육사에 입학해서 처음 접한 것들이 무척 많다. 스케이트, 수영, 테니스, 태권도 등 수많은 운동과 유격훈련, 공수훈련 등 군사훈련은 처음 접했기에 쉽지 않았고, 재미보다는 낯섦이 컸다. 그중에 제일 두려움이 컸던 것은 수영이었다. 이전의 경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 집 근처 냇가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시던 어머니 근처에서 놀다가 물에 빠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물가에는 될 수 있으면 가지 않게 되고, 물놀이도 하지 않고 자랐다.

그런데, 사관학교에 입학해서 1학년 하기군사훈련 기간에 수영을 배우게 되었다. 수영장의 깊이는 뻔히 알고 있음에도,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도 큰 두려움이었다. 조편성을 위한 테스트 결과, C조였다.

대부분 수영을 처음 접하는 친구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물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몇몇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나와 마찬가지로 물속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두려움이 컸기에, 훈련이 즐겁지도 않았고, 수영을 잘 배우지도 못했다.

그 두려움의 크기를 글로 표현할 수없겠지만,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서 받는 얼차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물속에만 들어가면, 호흡이 가빠지고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랄까?


훈련이 끝나고,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은 흘러갔지만, 수영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은 커져만 갔다. 군인에게 있어서 수영은 취미생활로 즐기는 스포츠라기보다는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도 구하지 못하는 리더가 부하들을 이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에, 졸업하기 전에 수영을 마스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던 차에, 3학년이 되었을 때 학교에 실내 수영장이 생겼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자유 시간에 수영장에 갔고, 주말에도 별도의 약속이 없으면, 수영장에 갔다. 체육수업도 수영을 선택했다. 한동안은 수영장의 얕은 곳에 몸을 담그고, 물속에서 걸어 다녔다. 수영기술보다는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물과 친해지기 위해서 물속에서 놀았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날 무렵, 물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수영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체육수업도 우수한 성적을 받고, 나름 수영을 취미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반대급부도 있었다. 수영에 집중하느라, 한 학기 동안 다른 공부를 등한시했기에 성적이 너무 떨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두려움에 대한 극복 경험이 이후의 모든 두려움을 해소해줄 수는 없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면, 언제나처럼 두려움이 제일 먼저 나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얻은 것이 있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커진다는 것이다. 본래의 두려움만 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 존재한다면, 단지 시도하기만 해도 그 두려움은 사라진다. 일단 그 과정에 들어서면, 두려움은 어느덧 설렘으로 바뀌게 되고, 새로운 것을 개척해나가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잠재의식 속에 감춰져 있던,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에 다른 과목의 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이 과정에서 꽤 큰 수확이 있었다.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을 접할 때,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는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신뢰야말로, 이후 내 삶에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켜주었다.

군생활 중에 새로운 임무를 수행할 때도, 조기 전역을 신청하고 사회생활에 뛰어들 때도, 새로운 작품에 참여할 때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나의 나아갈 길을 명확하게 정할 수 있었다. 이제는 두려움이라 쓰고 설렘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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