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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Nov 01. 2020

마왕님께 감사한 것 세 가지

1. 철학적 사유


거창하다. 그러나 마왕과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철학과를 중퇴한 것과 크게 상관없는지도 모르지만 그는 철학적이었다. 모든 것에 물음표가 달리고 답을 들어야 속이 시원했던 나이에 오히려 그는 질문을 던져주었다. 그의 노랫말은 어떤 인문학 책 보다 강력했다.


도시인으로 직장인의 삶을 예습했고,

껍질의 파괴로 진로에 대해 고민했고,

50년 후의 내 모습으로 노년을 상상했다.

이중인격자로 성격을 성찰했고,

Age of No God로 종교와 정치에 눈을 떴고,

The Power로 권력과 역사를 연결했다.



2. 예술적 체험


음악적 체험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공연 때문이다. 음악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공연도 예술이었다. 다행히 굿바이 전국 투어 콘서트 때 부산에서 NEXT 공연을 봤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 처음 무대를 디자인하는 것과 극장을 설계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실제로 건축학과 졸업작품으로 극장을 설계하기도 했다. 졸업작품 제목은 Crossover Theater 였다. 역시 여러 장르의 사운드를 융합하는 시도를 듣고 배웠던 것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그는 NEXT 시절 New EXperiment Team이라는 팀 이름답게 다양한 실험도 했다. 그 실험 정신 자체가 예술적 시도였다. 지금도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 공연하던 장면이 생생하다.



3. 심리적 위안


절망에 관하여로

바닥까지 내려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고,

Hope로

다시 희망을 부를 수 있었다.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로

사랑을 인연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고,

Here I Stand for You로

시작한 사랑 타령은

The Last Love Song으로

마무리 지었다.

길 위에서 나에게 쓰는 편지를 읽기도 했고,

재즈카페도 가보고 서울역도 가봤다.

수컷의 몰락을 예견하며

쓸쓸하게 백수의 아침을 맞이해봤고,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냐고 하두 물어대서

답하다 보니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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