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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한 단어로

by 이태화
올 한 해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코치들이 흔히 쓰는 질문이다. 무언가를 정리할 때 한 단어,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것 같은지 물어본다. 아내도 나도 전문코치이다 보니 부부끼리도 이런 질문이 오간다. 와인을 한 잔 하면서 한 해를 돌아봤다. 나는 '확신'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아내는 '꾸덕꾸덕하고 꽉 찬 쵸코케이크'라고 했다. 아내는 수식어를 붙었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서로 다른 성격 유형, 멘탈 모델, 기타 등등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나도 급 은유를 찾고 싶었다. '자동차의 떨림'이 떠올랐다. 휠 얼라인먼트 문제이든 타이어 공기압의 문제이든 차가 떨리면 시끄럽다. 바퀴에서 생기는 진동 소리도 그렇지만 차 안에 여러 물건들이 떨리면서 소음을 만든다. 떨리면 시끄럽다는 얘기인데 이 와중에 자동차가 은유로 떠오른 것도 웃긴다. 초콜릿 케이크와 자동차가 아내와 나다.


확신이 없을 때는 떨린다. 소음이 많아지고 더 잘 들린다. 신경을 빼앗긴다. 거슬릴 수밖에 없다. 2024년은 확신을 하게 된 해였다. 소음이 줄어들었다. 고요하게 나에 대한 믿음이 단단해졌다. 확실히는 맞지만 완전히는 아니다. 강한 믿음이 생겼지만 완전하지 않은 부족함이 오히려 설렌다. 덕분에 2025년은 조금 더 초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된다.


나에 대한 확신은 내가 배운 지혜에 대한 확신, 훈련했던 스킬에 대한 확신, 신념에 대한 확신, 이 확신에 머물다가는 큰 화를 입는다는 확신, 여러 확신을 의미한다. 결국 나라 꼴을 이 모양으로 만든 내란 패거리들과 AI 에이전트를 논하는 시대에 굿이니 무당이니 지껄이는 꼬락서니를 보니 철학과 가치관에 대한 신념도 확신에 가까워진다.


2024년에 강해진 확신들이 언젠가 흔들리고 깨지는 순간들이 올 수도 있다. 어떤 확신들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또 어떤 확신들은 죽고 싶을 만큼 나를 괴롭게 할 것이다. 믿음과 의심과 혼란과 확신이 또 몇 번이나 반복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는 확신의 해라는 확신이 든다. 오만방자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꾸역 구역 눌러놨던 깨달음들을 펼쳐놔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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