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편집장님이 쓰신 두 권의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연달아 읽었다.
감상문을 써서 당선되면 덴마크 여행을 보여준다는 광고를 보고, 도전해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비결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이 책들을 읽는 중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한 챕터를 읽다가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덴마크의 오랜 관습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흔히 <보통 사람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이 '얀테의 법칙'은 1933년에 덴마크의 작가 악셀 산데모제가 쓴 소설,
'도망자 그의 지난 발자취를 따라서 건너다'에 나오는 10개조의 규칙이라고 한다.
1.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2. 네가 다른 사람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3.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4. 네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자만하지 말라.
5.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6. 네가 다른 이들보다 더 중요할 거라 생각하지 말라.
7. 네가 뭐든지 잘 할 것이라고 여기지 말라.
8.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9. 다른 사람이 너를 신경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10.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
얀테의 규칙에선 전부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부분을,
나는 오히려 지금껏 '삶의 목표'로 삼고 있었다.
나는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더 좋은 사람일 뿐만 아니라, 남들보다 더 똑똑하고 여러모로 나아야 했으며,
그래서 남들보다 뭐든지 잘 해야만 남들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정말이지 내 모든 노력을 다 해왔던 것이다. 번아웃이 되서 죽을 뻔 할 정도로.
어쩌면 지금 내가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하고, 글을 쓰고,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바탕에도,
다 이런 마음이 깔려있을지도 모른다.
등골로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를 정도의 쇼크였다.
'모골이 송연하다'(=끔찍스러워서 몸이 으쓱하고 털끝이 쭈뼛해지다)는 표현이 이런 경우에 딱 맞는 경우일 것이다.
내가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들이 이 얀테의 법칙 안에 전부 들어있었다.
크나큰 충격에서 정신을 겨우 수습하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그림책이 한 권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내 눈이 최고야!'였다.
언뜻 보면 각 동물들의 눈의 차이에 대해 말해주는 자연 학습용 그림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안에도 역시 얀테의 법칙이 나타나고 있었다.
작은 연못에 사는 참개구리 한 마리가 자신의 커다란 눈에 대해서 신나게 자랑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왕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자신의 겹눈이 더 훌륭하다고 말한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물맴이가 물 속에서 나오더니,
자신의 눈은 모두 네 개라서 위쪽 두 개로는 하늘을 보고, 아랫쪽 두 개로는 물 속을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자 참개구리는 자신의 눈은 남들에 비하면 그저 툭 튀어나온 보잘 것 없는 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풀이 죽어서는 꺼이꺼이 울기 시작한다.
참개구리의 눈물에 당황한 연못 친구들이 나서서,
"우리 모두의 눈은 각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라며, 서로 눈이 바뀌었을 때 얼마나 불편할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러자 왕잠자리와 물맴이도 자기만 잘났다고 떠들었던 것을 창피하게 여기고 서로 사과를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고, 다 다를 뿐, 누가 더 낫고 못 하고가 없다는 걸,
나도 안다.
그러나 알기만 할 뿐,
믿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더 특별해지고 싶은 욕심을 도저히 버리지 못한다.
그게 바로 내가 매일매일 힘들게 사는 이유이다.
오늘 부로 얀테의 법칙을 적어서, 가슴 속에 품고 다녀야겠다.
매 순간마다 보고 또 보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
진심으로 믿어보려고 해야겠다.
아... 정말이지... 죽비로 100대 얻어맞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