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스 보이스 라이프" (1993년 개봉)
감독 : 마이클 카튼 존스
배우 : 로버트 드니로(드와이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토비), 엘렌 바킨(토비 엄마)...
* 1997. 1. 22. (수) 11:00 그린라이프 비디오방, 혼자서
레오나르도를 보기 위해 이 영화를 골랐다.
원래는 '바스켓볼 다이어리'를 볼 생각이었는데, 비디오 출시가 안 되었다는군.
어쨌거나 이 레오나르도는 너무 어리고... 레오나르도가 얻어맞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프군.
자기보다 잘난 부인과 아들을 용납 못하는 드와이트,
좋은 면만 보려고 노력하면서 이젠 어떻게든 정착해보려는 캐롤라인,
한창 사춘기 때의 방황을 하면서, 나름대로 많이 참고, 자신의 길을 찾으려하는 토비의 이야기이다.
울프가 토비를 바라보는 뜨거운 눈빛에서 소름이 쫘악~ 돋았고,
드와이트가 결혼 첫날 밤에 자기가 원하는 체위를 강요하는 것을 보고 짜증이 푸악~ 났고,
토비가 드와이트 흉내를 낼 때는 귀여워서 씨익~ 웃었고,
드와이트가 토비의 다친 손가락을 깨물었을 때는 마치 내 손이 물린 것 같아 눈쌀을 찌푸렸으며,
모자가 신나게 'leave' 하는 장면을 보면서 기분을 풀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선택된 비디오라 그런가,
아니면 시험 뒤끝이라 머리도 아프고, 비디오방도 추워서 그랬나... 아무 느낌 없이 그냥 봤다.
저런 아버지 만나면 정말 사람 환장하겠다, 생각하면서.
아, 그리고 하나 더.
토비가 사립학교에 진학하는 게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 조작해서 그리 된 거라는 사실이 계속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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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10. 5. (화) 9:30 집에서, 혼자서
로버트 드니로가 젊디 젊었던 시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어리고 어렸던 시절의 영화다.
당시의 황소 같은 배우였던 드니로와 미래의 황소가 될 디카프리오가 정면 승부를 벌인 영화라고 봐도 될 듯 하다.
토비(디카프리오 분)와 토비 엄마는 문제가 생기면 다 버리고 도망가서 새로 시작하는 게 특기이다.
누군가에겐 그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으나,
이 모자는 굉장히 충동적이고, 쉽게 생각하고, 심지어 긍정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면에선 굉장히 쿵짝이 잘 맞는, 일명, '회피 전문 모자' 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토비는 갈수록 질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반항아가 되어가고,
토비 엄마는 해군 출신에 규율을 중시하는 남자, 드와이트와 결혼해 토비을 안정화시키려고 한다.
드와이트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드와이트가 토비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늘 하는 말이 있었다.
"이 세상에서 나만이 너를 바로잡을 수 있어. 이 일은 성공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의 절대적 옳음을 강조하면서, 토비를 '양아치'로 매도하며 깔아뭉갠다.
그는 토비의 거짓말을 참지 못하며, 책 읽고, 음악 듣는 토비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비아냥거린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야비하고 유치하게, 토비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고, 애보다 더 애 같다.
그 이유는 아주 놀랍게도 드와이트의 삶이 다 거짓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냥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냥을 잘 한다고 뻥치고 다닌다.
그는 색소폰을 잘 불지 못한다. 그러나 색소폰을 잘 분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움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그는 남자답지 못하다. 그래서 더 상남자처럼 센 척, 허풍을 떨고, 남성성을 과시 못해 안달이다.
아들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실은 자기에게 좋은 일만 하고 있다.
이렇듯 드와이트의 삶 자체가 거짓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그는 늘 불안하고, 날이 서있다. 언제 자신의 거짓이 탄로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토비가 하는 뻔한 거짓말과 허풍들은 조금도 참아넘길 수가 없다.
토비는 드와이트의 그림자다.
그가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 그의 거짓을 매일 살아서 전시하고 다니는 인물인 것이다.
그러니 꼴보기가 싫고, 갈구고 싶고, 때리고 싶고, 부정하고 싶을 수밖에!
마지막에 참고 참았던 토비와 토비 엄마가 드디어 드와이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겠노라 선언하자,
그는 그동안 그토록 힘겹게 숨겨왔던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무너져버린다.
컴플렉스 덩어리였던 인간.
토비와 토비 엄마가 자기보다 잘난 것을 인정할 수 없어서 자신의 손아귀에서 망가뜨리려고 했던 인간.
자신은 도저히 떠날 수 없기에, 자기가 가진 것이 최고라고 떠벌리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인간.
맨날 문제를 만날 때마다 도망치고, 회피만 했던 토비와 토비 엄마는,
드와이트를 만나 드디어 자신들의 고질적인 문제와 직면했고, 싸웠고,
결국 도망이나 회피가 아닌 '자유를 위한 탈주'를 하며 성장하게 된다.
드와이트의 말 중에도 맞는 게 있다.
이건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다.
나의 고질적인 문제와 직면해서 그걸 이겨내고 새롭게 살 것인가,
아니면 맨날 회피만 하면서 죽느니만 못한 상태로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