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첫 장에서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첫 장 제목 바로 밑에 이런 묘사가 있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자신의 큰 덩치와 힘을 으스대며제멋대로 구는 독불장군 공룡이 살았어요."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묘사였다.
근데 이걸 본 순간, 만약 이 책의 주인공이 나라면,
지금 나 자신에 대한 묘사는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써보기로 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자기 능력의 최대치와 한계치를 알지 못해갈팡질팡하는 한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가끔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때면 뭐든 하면 다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막 이것저것 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동시에 나의 능력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신체적으로 그리 튼튼한 편이 아니라는 것,
심리적으로도 많이 예민하고 긴장하는 편이라, 스트레스에 몹시 취약하다는 것도.
이런 걸 생각하면 바로 움츠려들게 된다.
일을 더 만들자!
아니, 있는 일이나 잘 하자!
지금이 바로 내 능력을 확인해볼 때야!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벌리면 분명 후회할 거야!
영혼이 찢어지는 것 같다.
하자고 하는 쪽은 '욕망'이다.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더 나은 걸 추구한다.
하지 말자고 하는 쪽은 '두려움'이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까봐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갈팡질팡 하며 살고 있다.
적어도 우물쭈물 하며 살고 싶진 않아서, 오락가락 하고 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어느 날,
균형 잡힌, 중용의 어느 한 점과 만날 수 있겠지?
더함도 모자람도 없는,
욕망에도 두려움에도 끄달리지 않는, 편안한 상태를 찾을 수 있겠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