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을 배경으로 하는 동화 한 편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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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소녀를 만난 것은 빛이 유난히 눈부신 어느 여름날이었다. 숲에서 길을 잃은 소녀는 며칠을 헤매다닌 것인지, 하얀 원피스는 온통 흙투성이였고, 운동화 한 짝도 잃어버린 채였으며, 머리는 산발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나무 위에 몸을 숨긴 채, 소녀를 뒤따라가며 하루 동안 더 지켜보았다. 소녀는 풀밭 위에 쓰러진 채 밤새 흐느꼈으며, 아침이 되자 거의 미동도 하지 않게 되었다. 소년은 쓰러진 소녀의 곁으로 조심스레 내려와 소녀의 코끝 쪽으로 가만히 손을 대어보았다. 소녀의 실낱 같은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소년의 손끝으로 전해져왔다. 소년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주 멀리까지 시선을 두며 더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제서야 소년은 소녀를 들쳐업었다. 소년은 자신의 동굴로 소녀를 데려가며 생각했다. '이 아이도 나처럼 완전히 버림 받았어.' 소년은 기뻤다. '드디어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났어!'
소년은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숲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워야했던 모든 것을, 그 방식 그대로 소녀에게 전수했다. 그는 소녀가 뱀에 물리게 방치했으며, 고열이 나도 도와주지 않았다. 다만 언제나 소녀 곁에서 지켜보며 그녀가 죽지 않을 만큼만 돌보았다. 소녀는 종종 소년에게 애원했고, 부탁했으며, 때로는 그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려고 해지만, 소년은 매정할 만큼 철저하게 소녀가 스스로 배우도록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한시도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치 그것만이 자기가 해줄 수 있는 전부라는 듯이.
소년과 소녀가 함께 지낸지 석달이 지났다. 이제 소녀는 숲에서 일어나는 어지간한 일들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소년은 기뻤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소녀는 소년을 웃게 하기 위해 꽤 애를 썼지만, 소년은 언제나 소녀가 잠든 후에야 혼자서 피식 웃곤 했다. 소년은 소녀와 함께 벌판을 달릴 때마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소년은 소녀가 토끼를 잡고 환호성을 지를 때면 미소를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려야 했다. 소년은 소녀가 잠든 얼굴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처럼 고마웠지만, 절대로 소녀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소년에게 소녀는 그만큼 소중한 존재였다.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사람.
그러나 결국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소년은 여느 때처럼 절벽 위로 사냥을 갔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숲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 중 한 남자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남자는 소녀의 짙은 눈썹과 오똑한 코를 그대로 닮아있었다. 소년은 곧장 근처에서 가장 무성한 나무 위로 몸을 숨기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소년은 처음으로 소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소녀의 이름이 그를 두렵게 했다. 이름은 소속을 뜻하니까. 그 이름을 지어준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니까.
소년은 나무 위에서 밤새 고민했다. 소녀가 있는 동굴은 저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이대로 숲을 통과하게 내버려두기만 하면, 그는 소녀와 계속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수색한 숲을 또 찾는 일은 아마 없을 테니까. 하지만 소년은 지금껏 소녀의 모든 것을 지켜보아왔다. 그녀의 기쁨, 그녀의 슬픔, 그녀의 웃음, 그녀의 눈물, 그리고 소녀의 미묘한 그리움과 아픔까지... 소녀 자신보다도 더 소녀를 집요하게 지켜봤기에,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는 처음으로 울기 시작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마 그는 평생 동안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을 하려는 자기 자신을 평생 원망하며 살게 될 것이다. 소년은 눈물을 훔치며 나무에서 내려와 주변에서 돌들을 몇 개 주웠다. 그리고 소녀의 가족들이 있는 곳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소녀가 있는 동굴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소녀의 이름을 불렀다. 목이 터지도록 불렀다. 저 멀리 동굴 입구에서 자기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란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소녀를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꽉 껴안았다. 깜짝 놀란 소녀가 버둥거리며 소년을 밀쳐내려고 때리는 사이, 소녀의 가족들이 그의 뒤를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소녀의 얼굴을 보지도 않은 채 소녀를 품에서 떼어놓고, 그대로 숲을 향해 내달렸다. 소년은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았다. 절대로 보지 않았다.
(중국 드라마 '장상사'의 서브 남주 상류를 떠올리며 써본 동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