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 글쓰기 좋은 질문 237번

by 마하쌤

* 당신은 세계 최악의 교통체증 때문에 최소 이틀 동안 고속도로에 갇혀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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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벌써 몇 시간 째 차에서 나와 삼삼오오 모여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생겼는지에 대한 왈가왈부를 계속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궁금하다. 문제가 무엇이며, 언제쯤 해결될 것이며, 이런 것들이 나라고 왜 궁금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저렇게 온갖 추측을 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현재 나는 고속도로에 오도가도 못하고 갇혀 있는 상태이고, 얼마나 더 이 상태로 있어야 할지도 모르니,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아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밖에 나가있는 동안, 우리 차 안을 이 잡듯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가장 반가웠던 순간은 차 트렁크에서 2L짜리 생수 24개를 발견했을 때였다. 어제 마트에서 사긴 했으나, 너무 무거워서 일단 차에 그냥 방치해둔 것이 이런 행운으로 작용하게 될 줄이야! 아마도 이 고속도로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내가 가장 운이 좋으리라! 가장 걱정되었던 것을 해결한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곳저곳을 모두 열어보고 뒤져보았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차 안에는 언제나 애들 용품들로 가득하기 마련인데, 비상용 과자들이 곳곳에 낑겨져있는 것이 또한 반가웠다. 동시에 애들을 집에 두고 남편과 둘만 나오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난리 통에 애들까지 있다고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골이 지끈거렸다.



물티슈, 휴지, 하루견과 몇 봉지, 남편이 운동갈 때 들고다니는 작은 백팩에서는 여벌 옷과 실내용 운동화가 나왔다. 그리고 뒷좌석 틈새에서 큰 아이가 차에 두고 내린 저학년용 스도쿠 책이 발견되었다. 이거면 며칠 동안은 심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연스레 큰 아이를 떠올렸다. 그 애는 유독 자기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는 편이어서, 그것 때문에 타박을 많이 했었는데, 이럴 땐 또 그 덕을 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 작은 아이가 그토록 알뜰살뜰 챙겨다니는 간식 주머니 같은 거라도 하나 남아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뒷좌석 수색을 거의 다 마쳤을 무렵, 누군가가 뒤에서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뭐, 쓸 만한 거 있으세요?"



차에서 나와 보니, 우리 바로 뒤에 있는 차 주인인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뭐, 애들 먹던 과자랑 책 같은 게 조금씩 있네요."

"아! 그렇군요."



나는 그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할 수가 없어서 똑같이 되물어보었다.



"그쪽은요? 뭐, 좀 쓸 만한 게 있던가요?"



그러자 그녀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오. 전혀요. 처음엔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이 상태가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니까 갑자기 덜컥 겁이 나고 불안해지더라구요."



나는 내 트렁크 안에 물이 잔뜩 있으니 걱정 말라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상황을 더 지켜보다가 신중하게 움직여야겠다는 경각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보며, 재난 상황에서는 누구나 다 이기적으로 변한다더니... 하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원래 내가 상상했던 셀프 이미지는, 뒷 트렁크를 열고 "여러분, 여기 물이 있으니, 다들 한 병씩 가져가세요~!" 하는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그런 내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듯이 그녀가 말했다.



"저기, 죄송한데... 혹시 물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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