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카모메 그림책방 낭독 모임에 갔을 때,
정해심 선생님께서 좋다고 추천해주셔서 사온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지금 나에게 이 책이 이렇게나 큰 울림을 주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오래 전부터 언덕 위 나무 아래 혼자 사는 큰 늑대 한 마리가 있다.
그런데 어느날 작은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난다.
큰 늑대는 작은 늑대가 몹시 신경이 쓰이지만 계속 경계하며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다.
나는 큰 늑대가 작은 늑대를 인지하게 되는 첫 장면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큰 늑대는 작은 늑대가 자기보다 클까봐 더럭 겁이 났습니다.
작은 늑대가 얼마나 작은지 보였고, 큰 늑대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큰 늑대에게는 작은 늑대가 자기보다 큰지 아닌지가 최대 이슈였던 것이다.
그림책에선 몸집의 크기로 표현되었지만, 나에겐 그것이 능력의 크기로 받아들여졌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게 될 때,
나는 항상 그 사람이 나보다 나은지 아닌지를 먼저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나보다 똑똑한가? 나보다 영적으로 성숙한가? 나보다 실력이 좋은가?
나보다 경험이 많은가? 나보다 돈을 잘 버나?
나는 그 사람이 나보다 나을까봐 겁이 난다.
내가 진짜 두려워하는 건, 그로 인해 내가 느끼게 될 열패감이다.
남보다 못난 느낌, 남보다 미숙한 느낌, 남보다 가진 게 없는 느낌,
남보다 보잘 것 없는 것 같은 그 모든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게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착 같이 내가 그 사람보다 나은 걸 찾아내려 하거나,
반대로 그 사람이 나만 못한 걸 발견해내려 한다.
그래야 좀 안심이 되고, 그 사람에게 뭔가를 해줄 여유도 갖게 된다.
큰 늑대가 "마음이 놓였다"고 했을 때, 나는 그게 어떤 기분인지를 너무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는 한, 큰 늑대는 계속 외로울 수밖에 없다.
아주 오래 전에 어느 면으로 보나 나만 못한 친구와 친하게 지낸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잘 되게 하기 위해 엄청 정성을 기울였으나,
어느날 그 친구가 불쑥 성장해서 나와 동등한 친구 관계를 맺길 원했을 때, 난 절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가 나보다 나아지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런 내 자신이 '진짜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남보다 능력이 모자라서, 가진 게 없어서 속상한 게 아니라,
사람을 그렇게밖에 대할 수 없는 나의 경계심이 제일 슬프다.
그림책은 현재 나의 위치와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주는 아름다운 나침반이다.
큰 늑대가 작은 늑대의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게 되는 그 과정을 지금부터라도 나도 따라 배워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