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세 번째 책으로 하려고 맘 먹고 있었던 그림책이 따로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이상하게도 이 책에 손이 가고 말았다.
더 놀라운 건 내가 원래 말하고 싶었던 것과 같은 주제를,
더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는 점이다.
우연 같은 필연... 이 책은 내게 그런 책이다.
다른 올챙이보다 조금 일찍 알에서 깨어난 큰오빠 개구리 한 마리가 있다.
이 큰오빠 개구리는 어른 개구리들이 외출한 사이, 홀로 올챙이 동생들을 보살핀다.
큰오빠 개구리가 긴 혀로 파리 한 마리를 잡아서 막 먹으려는 순간,
올챙이 동생 한 명이 말한다.
"오빠! 나 배고파."
큰오빠 개구리는 동생을 위해 얼른 파리 한 마리를 잡아서 건네준다.
그러자 다른 올챙이들도 "나도! 나도!"하면서 몰려들고,
큰오빠 개구리는 미친듯이 파리를 잡아서 그들을 다 먹이곤...
긴 혀를 축 늘어뜨린 채 힘들어서 쓰러지고 만다.
큰오빠 개구리가 모든 올챙이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그림을 보면서,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특히 수십 마리의 올챙이들이 큰오빠 개구리의 주변에 몰려들어서 "나도! 나도!"를 외치는 장면은,
거의 공포영화에 버금갈 만큼 무시무시했다.
나에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최대한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통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기꺼이 돕는다.
이건 분명히 내가 좋아서, 내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근데 문제는 난 한 명인데, 내 도움을 원하는 사람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사람도 도와야 하고, 저 사람도 도와야 하고...
이 사람만 도와주면 왜 쟤만 도와주고 난 안 도와주냐고 오히려 원망을 들어야 하고...
나중엔 그 사람들이 나를 뜯어먹기 위해 달려드는 거머리들처럼 느껴지고,
결국엔 내가 살기 위해 그들로부터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내가 여지껏 살아온 패턴이었다.
최선을 다해 잘 해주다가, 지치면 다 끊고 도망가서 잠수타기.
그런 나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나에겐 "남에게 잘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언뜻 보면 당연한 소리고, 맞는 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과연 그런가?
왜 꼭 남에게 잘 해줘야만 하지?
잘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날 미워할 지도 몰라..."
난 무서웠던 거다. 미움받을까봐.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욕을 먹을까봐.
착하지 않다고 비난받을까봐.
날 싫어할까봐...
참 아이러니한 것은,
미움받기 싫어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어도,
막판에 그렇게 인연 끊고 잠수 타고 도망가버리면,
결국 이상한 사람이라고, 미친 거 아니냐고 더한 욕을 듣게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게 다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모든 올챙이를 다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나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는 올챙이가 있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미움 좀 받는다고 안 죽는다. 괜찮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만큼만 하자. 아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파리 잡느라 혀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자. 힘들다고 말하자.
그랬을 때 무능력하고 무책임하다고 욕 먹을까봐 두려워하지 말자.
마음은 있지만 힘이 들어서 다 못 해주겠다고 말하자.
그럴 때 "다 못 해줘도 괜찮아, 우릴 위해 애써줘서 고맙다"고 말해줄,
날 이해해줄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믿자.
한 번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