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10 : 글쓰기 좋은 질문 319번

by 마하쌤

* 고조 할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1856년 6월 16일, 할머니는 다음과 같은 일기를 썼다.









---------------------------------------------------------------------------------------------------------------------------

1856년이면 왕력으로 조선 철종 7년 때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고조 할머니라면,

철종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촌부의 삶을 살고 있었을 거다.


사실 그 시절 여인이 과연 일기를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엔 여인들도 소설을 읽고, 또 일부는 직접 쓰기까지도 했다고 하니,

어쩌면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일기니까,

그날 하루에 있었던 일들 중에서,

일기를 쓰는 그 시간까지 제일 가슴에 크게 남아있는 사건에 대해 쓰지 않았을까?

감정적으로 동요가 가장 컸던 일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기억할 만한 사건일 수도 있고.



나도 지금 매일 일기를 쓰고 있지만,

내가 일기를 쓰는 방식은 1년당 5줄짜리 5년 일기장으로,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간단간단하게 메모하는 식으로 쓰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보더라도 그 하루를 대충 다 떠올릴 수 있도록.

그러니까 그 날 내가 했던 일을 순서대로 간단하게 적어내려가는 식이다.

어느 특정 사건을 깊이 있게 쓰는 방식은 아닌 것이지.


그렇게 쓰는 이유는,

매일이 비슷비슷하고, 그 날이 그 날 같이 느껴질 때도 많지만,

실은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고 하는 실제적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나중에 하루를 통째로 복기할 수 있어서 재밌기도 해서이다.


실제로 오늘 날짜의 일기를 쓰다 보면,

작년 오늘,

재작년 오늘,

재재작년 오늘의 내 하루도 다같이 볼 수가 있는데, 그게 너무 재밌다.

한 치 앞도 모르고 그저 오늘만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이 짠하면서도,

미래엔 이런 일들이 생기는구나, 이런 걸 생각하면 희망도 생기고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건,

언제나 내년 오늘,

내후년 오늘의 일기라고 할 수 있을 듯. ^^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9 : 글쓰기 좋은 질문 288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