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전달하는 법'에 관한 그림책(1)
'내 마음을 전달하는 법'에 관한 그림책(1) - "친구가 미운 날"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것이 쉬운가, 아니면 어려운가?
생각보다 어렵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일단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저런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 모르니,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상대가 상처받지 않게 잘 배려하면서 표현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마음이 어떨지 가늠하기도 힘들고,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고,
또 상대방의 마음보다는 내 마음이 더 우선이기 때문에 감정이 자제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니 때로는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못해서,
또 때로는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해서 관계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이럴 땐 가장 단순한 방식의 대화에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지 배워보는 게 좋다.
여기 두 친구 하나와 유우가 있다.
미술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유우는 닭을 그리겠노라고 금방 정한다.
하지만 늘 망설이는 하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꽃을 그리기로 결정한다.
하나는 뭐든 금방 정하는 유우가 부럽다.
자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마음속엔 이미 유우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자리잡았다.
그와 동시에 유우처럼 금방 결정을 못하는 자기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자리잡았다.
자, 모든 대화는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 마음이 바탕이 되어서 앞으로의 대화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
뭐든 금방 정하는 것이 뭐든 천천히 정하는 것보다 좋은가?
정말 그런가?
아니다. '금방 정하는 것'과 '천천히 정하는 것'은 그저 기질 차이에 불과하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낫고, 못 하고가 없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니다.
다만 천천히 생각해야 할 때 너무 성급하게 정해버리면 그땐 나쁜 거고,
빨리 정해야 하는데 늑장을 부리고 있으면 그땐 나쁜 거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에게 있는 것은 나쁜 것, 남에게 있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ㅠ.ㅠ
하나도 그랬다.
유우가 부러웠지만, 유우 같지 않은 자신이 속상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
표현하지 않은 그 감정은 하나의 마음 속에 누적된다.
만약에 하나가 이런 마음을 유우에게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가상의 대화를 생각해보자.
하나 : 유우! 넌 정말 뭐든 금방 결정하는구나! 난 늘 망설이느라 한참 생각하는데...
나도 너처럼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부러워!
유우 : 그렇게 생각해? 사실 난 너무 급하게 결정하는 바람에 후회할 때가 많은데...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또 금방 정해버리게 돼. 나도 너처럼 신중하면 좋을텐데!
자, 하나가 용기 내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서, 이런 대화를 하게 되었다면,
하나의 마음속엔 아무런 앙금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시각이 생겼겠지.
아, 금방 정하는 것에도 좋지 않은 면이 있구나, 신중한 게 좋을 때도 있는 거구나,
내 성격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부럽다'고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감정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시기, 질투하는 것처럼 들리니까)
그런 말을 해버리면 자기가 너무 없어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
혹은 안 그래도 잘난 척 하는 상대방이 더 잘난 척 할까봐 그 꼴을 보기 싫어서일 수도 있다.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분명히 느꼈지만, 말하지 못한 감정이 쌓인 상태로...
하나와 유우는 그 다음 사건을 겪게 된다.
하나의 집에서 같이 그림을 그리기로 한 유우가,
아직 한 번도 쓰지 않고 아껴두었던 하나의 크레용을 빌려달라고 한 것이다.
하나는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은 그 크레용이 너무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고 보고만 있는데,
그런 하나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유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좀 빌려줄래?"라고 말하고 있다.
자, 여러분이 하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옵션을 주겠다.
1) 이깟 크레용 따위로 쪼잔하게 보일 순 없으니, 싫어도 눈 질끈 감고 억지로 빌려준다.
2) 사이가 나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싫다고 말하고 안 빌려준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경우에, 싫어도 그냥 빌려주거나,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안 빌려주는 것,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빌려주고 나면, 1) 내 속이 썩어문드러질 것이고, 2) 내 맘도 모르고 빌려달라고 하는 저 눈치 없는 인간이 미치도록 싫어질 것이고, 3) 바보 같이 싫다 소리도 못한 내 자신도 미워질 것이다.
또 빌려주지 않으면, 1) 상대가 불쾌해질 것이고(원하는 대로 안 됐으니까, 거절당했으니까), 2) 불쾌해진 상대 때문에 내가 눈치가 보일 것이고, 3) 관계가 어색해질까봐 두려워질 것이고(더 나아가 친구를 잃게 될까봐 무서울 것이고), 4) 이게 뭐라고 그걸 안 빌려줬을까 쪼잔한 나를 자책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둘 다 치뤄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바로 이 때가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때다.
"사실은 이거 내가 진짜 아끼는 크레용이라서... 나도 아직 한 번도 안 쓴 거야...
미안한데, 나만 아껴서 쓰고 싶어. 못 빌려줘서 미안해."
그런데 이렇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려면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용기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에만 낼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상대가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신뢰가 있어야만 용기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하나는 유우를 믿지 못했다.
빌려주기 싫다고 하면, 유우가 자기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유우가 자기를 이해해 줄 만한 그런 큰 그릇이 못 된다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그저 유우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유우가 자기를 싫어하게 될까봐 그걸 무서워하는 것이거나.
하나는 지레 겁먹은 거다.
이런 사소한 일 하나로 유우와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게 싫은 것이다.
그래서 자기 마음을 제일 먼저 외면한 것이다.
크레용을 정말 정말 아껴쓰고 싶은 자신의 마음, 빌려주고 싶지 않은 솔직한 심정을 버려버린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관계를 위해 내 진짜 마음을 숨긴다고 해서, 모든 게 다 괜찮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내 마음을 지키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상대방에 대한 분노,
더 나아가 바보 같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이 폭풍처럼 몰려온다.
그러면 그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자기도 모르게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게 굴다가,
결국엔 관계를 망치고 만다.
아!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너무나 미숙한 경우가 많다.
일단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왜냐하면 '감정을 표현한다 =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화낸다, 짜증낸다, 운다, 어린애처럼 군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그토록 애를 쓸 밖에!
하지만 그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상태다.
감정을 표현하는데 미숙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 장소 불문하고 부적절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절대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솔직하게 내 마음을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것에 가깝다.
예의 바르게,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단어를 잘 골라서,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갖고 살기 때문에, 이해받을 확률이 무척 높아진다.
하지만 이건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이 중요하다.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서 이해받는 경험이 한 번 있어봐야, 또 용기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어렵사리 용기를 내서 표현했다가 처절하게 거절 당한 경험이 한 번 있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부디 우리들에게 그 한 번의 온전히 수용받는 경험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기를...
나부터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마음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