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조.평.판'에 관한 그림책(4)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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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3주 동안 '충.조.평.판'에 관한 그림책 세 권을 차례대로 살펴보았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충.조.평.판'에 대응하는 자세에 대한 그림책을 소개하려 한다.


남들이 갑작스럽게 나에 대해 충고와 조언, 평가와 판단을 할 때,

(보통은 '당한다'는 표현을 쓰게 되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분은 당연히 나빠질 것이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지거나, 분노 혹은 민망함으로 얼굴이 벌개질 수도 있다.

혹은 속으로 찔려서 당황할 수도 있고,

창피한 나머지 주변에 나 말고 또 누가 이 얘길 들었는지부터 살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모든 반응과 대응은 이미 '충.조.평.판'의 화살에 찔린 상태에서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수동적인 방법 말고, 충.조.평.판에 대처하는 더 능동적인 방법이 없을까?



그림책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에는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다섯 친구가 나온다.

첫 번째 친구는 배에 구멍이 뚫려있고,

두 번째 친구는 몸이 꼬깃꼬깃 하고,

세 번째 친구는 몸이 물렁물렁 하고,

네 번째 친구는 항상 거꾸로 서 있고,

다섯 번째 친구는 몸은 찌그러진 커다란 공 같은데 팔 다리는 짧은, 그냥 엉망진창 못난이다.

그래도 이들은 누가 더 못 났네 놀리면서 사이좋게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친구가 찾아온다.

이 낯선 친구가 등장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자신감 뿜뿜!!!

코는 오똑하고, 몸은 늘씬하고, 머리카락마저 길고 탐스러운 완벽한 모습이었다.

(궁금하신 분은 그림책을 직접 보실 것! ㅎㅎㅎ)


이 낯선 친구는 오자마자 다섯 친구에게 이렇게 묻는다.


"모두 여기에서 뭘 하고 있니?"


낯선 친구의 가치관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낯선 친구는 '뭘 하는가'가 중요하고, '뭐든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다섯 친구가 실실 웃으면서 "아무 것도 안 하는데?"라고 대답하자,

낯선 친구의 '충.조.평.판'이 시작된다.


"맙소사!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있어! 무엇이든 할 일을 생각해 내야지!"


누군가 나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보통은 너무도 확신을 가지고 얘기하는 상대방의 기세에 눌려 움찔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기 쉽다.


'뭐라도 해야 하는 거였나? 내가 너무 안일하게 살았나? 이러면 안 되는 건가? 내가 뭘 잘못했나?

그럼 어떻게 하면 되지? 어떻게 해야 나도 저 사람처럼 멋지게 살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저 사람과는 달리 너무 못났어. 난 어차피 안 될 거야...'


다섯 친구도 처음엔 이런 식으로 반응했다.

변명처럼 자신이 왜 뭔가를 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러자 더욱 기세가 오른 낯선 친구가 다섯 친구를 한심하게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와우!

사람이 얼마나 오만하면,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누가 감히 다른 존재에 대해 '아무 쓸모가 없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걸까?

방금 만난 누군가에게, 단순히 몇 가지 이야기만 듣고서,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서,

얼마나 무지하면, 그렇게 쉽고 단순하게 한 존재에 대해 정의내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걸까?

도대체 자기가 뭔데?


이런 낯선 친구의 무차별적인 '충.조.평.판' 앞에서 우리의 다섯 친구가 과연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럴지도 몰라."

다섯 친구는 일단 낯선 친구의 말도 맞을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친구는 몸에 구멍이 있기 때문에, 화가 나도 구멍으로 다 빠져나가서 화를 내지 않았다.

두 번째 친구는 몸에 주름이 졌기 때문에, 그 사이사이에 추억을 가득 간직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친구는 낯선 친구가 뭐라 하건 말건 편안하게 잠이 들어버렸고,

네 번째 친구는 몸이 거꾸로라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친구는 모든 게 엉망진창이라 어쩌다 뭔가 하나를 해내면 정말정말 기뻤다.


다섯 친구는 그들이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다는 걸 받아들였다.

거부하거나, 아니라고 박박 우기거나, 기분 나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단점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자신의 장점 또한 알고 있었다.

나의 단점이 곧 장점이며, 그것이 남과 나를 차별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섯 친구는 당당할 수 있었다.

부족한 면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면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더 나아가 바로 그 부족한 면을 사랑했기 때문에,

낯선 친구의 '충.조.평.판'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그림책의 하일라이트는 다섯 친구가 즐겁게 밖으로 나간 후,

혼자 방에 남아있는 낯선 친구의 모습이다.

작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그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완벽한 친구는 혼자 덩그러니 남아 세상에서 둘도 없는 바보가 된 기분을 느꼈답니다."


이 완벽한 친구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서 각자 상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충.조.평.판은 안 하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맨날, 늘상, 언제나 충.조.평.판을 달고 산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상대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또는 자기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

그러나 우리는 남들이 나에게 충.조.평.판을 못하게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충.조.평.판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나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내 약점까지도 사랑한다는데,

남이 뭘 어쩌겠는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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