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전달하는 법'에 관한 그림책(3) - "거북아, 뭐 하니?"
여기, 길을 가다가 실수로 뒤집혀버린 거북이가 있다.
몸을 뒤집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혼자선 역부족이었다.
만약에 곤경에 처한 이 거북이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만약에 당신이 혼자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곤경에 처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정답은 '제일 먼저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이다.
내 사정을 설명하고, 좀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되는 것이다.
너무나도 쉽고 간단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첫째, 사람들은 실수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실수=나쁜 것, 흠잡힐 수 있는 약점, 감춰야 하는 것, 보이지 말아야 하는 것, 창피한 것,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한다.
절대로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티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척'이다.
'실수하지 않은 척!' 말이다.
거북이도 그랬다.
지나가던 참새가 거북이를 보고, "거북아, 뭐 해?"라고 물었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보면 모르니? 수영 연습하고 있잖아!"라고 '~척'을 하고 만다.
버둥거리는 모습을 들킨 게 부끄러웠기 때문에.
내 마음과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 진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지게 된다.
둘째, 사람들은 도움받는 것을 무능하고 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일을 해내는 것 = 좋은 것, 강한 것, 유능한 것
남의 도움을 받는 것 = 나쁜 것, 약한 것, 무능한 것
이런 비논리적인 이분법적 사고가 우리를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어리석게 만든다.
도움을 받으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괜히 혼자 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훨씬 더 오래 고생하곤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들에게 약해보이고 싶지 않은 그 생각 때문에 말이다.
거북이도 그랬다.
토끼가 지나가다 거북이를 발견하고 "거북아, 뭐 하니?"라고 물었을 때,
거북이는 이전에 토끼가 자기를 보고 '느림보'라고 놀려댔던 게 생각나,
"보면 모르니? 하늘 보고 있잖아!"라고 말해버린다.
적어도 토끼 앞에서는 약해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절대로 바보 같이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언제나 그 놈의 쓸데없는 자존심이 문제다!)
셋째,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누군가 먼저 눈치채서 도와주길 기대한다.
즉, 내가 실수한 것을 드러내지 않아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일이 저절로 풀리길 바란다.
한 마디로 손 안 대고 코 풀기를 원하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잃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것은 얻길 바라는, 지독한 욕심이라 하겠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진심은 말하지 않은 채로,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리 저리 유도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는 채로 휩쓸리게 되는데,
그럼 결국 왜 이러는지 몰라서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거북이도 그랬다.
돼지가 다가왔을 때, "내 등 밑에 맛있는 걸 숨겨 놓았지롱!"하고 거짓말을 한다.
그렇게 말하면 먹보 돼지가 분명히 자기 등껍질을 뒤집어 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뒤집어달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뒤집어줄 수 있게 유도한다!
거북이 스스로는 탁월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돼지 입장에서는 거북이의 거짓말에 농락당해서 기분이 나빠졌을 뿐이다.
실제로 돼지는 먹을 것이 없자 화를 내며 가버린다.
이제 거북이는 돼지에게 '거짓말쟁이'로 낙인까지 찍혀버리고 말았다.
넷째, 내가 실수한 것을 들키느니, 차라리 무슨 짓을 해서라도 뒤집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그저 부끄러웠을 뿐이고,
그 다음엔 무능해보이는 게 싫었고,
또 그 다음엔 누군가 좀 알아서 도와주면 안 되나 기대했다가,
이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가자,
이제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뒤집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정말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방을 일부러 도발하거나, 화나게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는 단계에 온 것이다.
(이 정도면 '막가파'라고도 볼 수 있겠다)
거북이도 그랬다.
원숭이와 악어의 꼬리를 이용하기 위해서,
그들이 꼬리로 자신을 후려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부러 그들을 도발하고, 화나게 만든다.
영화를 보다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픈 주인공이 괜히 멀쩡한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서 얻어맞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뭔가 그런 느낌을 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안아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에도 없는 심술궂은 소리를 해대는 그런 심정 같달까?
하지만 그렇게까지 했어도 모든 시도가 좌절됐을 때...
거북이에게 남은 것은,
- 눈치 없는 타인에 대한 실망과 분노
-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
-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과 한심함
- 그리고 절망이다.
내 마음이 원하는 걸 솔직하게, 제때 말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극도로 비관적인 마음 상태가 되었을 때,
그러니까 마음이 제대로 삐뚤어졌을 때,
드디어 거북이는 최악의 진짜 실수를 하게 된다.
다섯째, 일체의 도움을 거부한다.
드디어 거북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도움의 손길이 나타난다.
도와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거북이의 딱한 사정을 이해하고 "내가 도와줄까?"라고 먼저 말해주는 두더지를 만난 것이다.
이때 거북이의 반응이 이 작품의 하일라이트다.
과연 거북이가 두더지에게 뭐라고 말했을 것 같은가? ^^
사람들은 타인을 향해, 세상을 향해 투덜거리곤 한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너무 강팍하다고, 너무 매정하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타인과 세상만의 문제일까?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저기, 내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는데, 좀 설명해줄 수 있니?"
"내 기술력으로는 여기까지가 최선인데, 네가 좀 더 도와주면 안 될까?"
"죄송하지만 제가 길을 잃었는데요, 버스 정류장이 어느 쪽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나 지금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데. 잠깐만 곁에 있어줄래요?"
그냥 내 마음 그대로 솔직하게 이렇게 말하면 안 되나?
아, 거절당하면 어떡하냐고?
흠... 그 얘긴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