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 : 글쓰기 좋은 질문 642번

by 마하쌤

* 당신의 부고(訃告)를 작성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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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란,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글을 뜻한다.

그러니까 내 부고를 작성해보라는 것은,

내가 죽었음을 알리는 글을 써보라는 얘기인 거지.


요새는 대부분 카톡으로 이렇게 온라인 부고장을 받는다.


"고 OOO 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빈소 : ______ 장례식장 __호실 (OO일)

황망 중에 있어 직접 연락 드리지 못하고 문자로 대신함을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걸 보면, 사실 나라서 특별할 것은 하나도 없다.

나 또한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그 대열에 합류한 한 사람에 불과한 것이다.

그냥 저 OOO 자리에 내 이름 석자를 집어넣고,

내 시신이 안치된 장소를 표기하면 그만일 뿐.

나라서 특별히 뭘 더 써넣을 일이 없다.



예전에는 신문에도 부고란이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나서 이참에 한 번 찾아봤더니,

무료 부고는 사망사실을 간결하게 알리는 거라서,

지금의 온라인 부고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사회면에 실린다)


다만 유료 부고일 경우에는 광고란에 실리게 되는데,

사망 사실과 더불어 장례 전반에 대한 정보를 실을 수 있고,

글자, 줄, 사진 포함 여부에 따라 금액이 결정된다고 한다.

아마도 사회적 지위가 좀 있는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쓰지 않을까 싶다.



부고란 것이, 이렇게 팩트 나열에 불과한 것이다 보니,

굳이 나를 수식하는 어떤 형용사들을 추가할 필요도 없고,

내 삶의 이력이나 업적 같은 것도 쓸 필요가 없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다만 나라는 존재를 기억하고,

나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라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어디로 오면 나를 만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도의 역할만 하는 것이지.

그마저도 오고 싶으면, 올 수 있으면 오는 그런...


죽고 나면 모든 것이 굉장히 심플해지는구나.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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