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안개향님의 인생학교 서울에서 있었던 '그림책 테라피' 수업에 갔다가 만나게 된 세 권의 그림책 중 한 권이었다.
지하철 청소부인 모스 아저씨가 주인공인데,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도 그렇고, 모니카 페트의 '행복한 청소부'와 비슷한 그림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안개향님께서 읽어주시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러다 PPT에 이 장면이 떴을 때,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어느 날 지하철 터널 쪽에서 악취가 난다고 수군대는 승객들의 얘기를 듣고,
모스 아저씨는 터널 안으로 들어가 열심히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터널 벽에서 땅 위로 통하는 환기구를 발견하게 된다.
"환기구에 가득 찬 쓰레기를 치워 내자 은은한 달빛과 서늘한 밤바람이 밀려들었습니다."
나는 이 장면이 심리학에 대한 명백한 은유처럼 느껴졌다.
악취!
내 마음 속에서 나오는 고약한 냄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저 깊은 곳 어딘가로부터 스물스물 올라오는 불쾌한 존재.
만약 남들도 그것에 대해 감지할 정도가 되었다면,
이젠 정말로 그 정체를 알아내서, 청소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인 것이다.
그래야만 내 마음의 환기구를 발견해낼 수 있다.
나는 이 그림을 통해서, 악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느낀다.
그것은 신호이다.
나를 살리기 위해, 내가 보내는 SOS 신호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악취를 인지했을 때, 창피해 하거나, 모른 척 하거나, 무시해버리지 않고,
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내 마음 속으로 용감하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스 아저씨는 그렇게 했고, 자신만의 지하 정원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은은한 달빛과 서늘한 밤바람'이라는 표현이 어찌나 시원하게 느껴지는지...
말 그대로 '숨통'이 열리는 듯한 인상이 들었다.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고 나면,
그 안으로 향기로운 빛이 들어올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 빛을 느껴보고 싶다. 그 빛의 황홀함 속에서 크게 호흡하고 싶다.
나는 다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네 마음 속에 오랫동안 묵혀둔 그 쓰레기를 치울 준비가 되었냐고.
그 안에서 무엇이 나오던, 얼마나 많이 나오던 상관없이,
괴로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묵묵히 하나 하나 청소할 준비가 되었냐고.
솔직히 '가슴 속에 쓰레기가 가득한 나' 따위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모른 척 한다고, 아닌 척 한다고, 그게 없어지나?
점점 더 강력하게 새어나오는 악취를 끝내 외면할 수 있겠나?
난 차라리 청소하겠다.
내가 내 마음의 쓰레기를 청소하고 나면,
다른 누군가의 마음속 쓰레기를 보게 된다 한들, 놀라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빨리, 잘 치울 수 있는지 알려주겠지.
그리고 같이 도와서 청소하겠지.
그게 내가 할 일이구나.
그게 내가 앞으로 계속 해야 하는 일이구나. '지하 정원'은 내게 그걸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