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나를 비춰보다" - (8) 너를 사랑해!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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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어제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봄볕 출판사 부스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수줍음이 많은 작은 신사가 사랑의 아픔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얘기다.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시키는 약을 개발하려 했던 지킬 박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작은 신사는 사랑의 아픔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작은 신사 덕분에 사람들은 아픔 없이 마음껏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근데 정작 본인은 자신이 만든 약을 안 먹은 모양이다.

몰래 짝사랑만 할 뿐,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던 루시의 집 발코니에서,

작은 신사의 약 개발에 감사하는 촛불이 꺼지는 순간,

작은 신사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사랑에는 반드시 아픔이 수반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아픔이다.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수록, 그 사람을 잃을까봐 두려워진다.


죽음이 그를 앗아갈 수도 있고,

다른 여자(혹은 남자)가 그 사람을 빼앗아갈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부상을 당하거나,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거나...

그 중에서도 제일 무서운 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는 것...

이 모든 일들이 너무 너무 무서운 것이다.


내가 대신 죽어줄 수도 없고,

내가 대신 겪어줄 수도 없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그런 일들에 노출될까봐 겁이 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랑이 영원히 변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사랑을 절대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며칠 전에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어떤 여자한테 빼앗겼다.

그 모습을 보고 종종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이,

그때의 그 두려운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혹시...

그래서 아예 사랑하지 않기를 선택한 건가, 나?


작은 신사가 개발한 약이 정말 있다면,

그땐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단 하나를 갖는 것이 두려워서,

그것에 매이거나 집착하는 나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것들만 사랑하는 건가?


뭔가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 만큼이나,

뭔가를 지나치게 거부하는 것도,

사실은 똑같은 크기의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다.

'난 꼭 우리 부모님처럼 행복한 부부가 되야지' 하는 바람이나,

'난 절대로 우리 부모님처럼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바람이,

똑같이 집착인 것처럼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양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중 한 쪽 면만 가지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삶을 반만 누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 과연 사랑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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