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줄 몰랐어!"(존 하이얼맨/파브르북)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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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할 수 없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개념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 책의 제목과 간단한 설명만 읽고서 바로 중고로라도 책을 구매했던 것은 그런 이유였다. 거북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해버렸던 어린 거북, 어북이의 얘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과연 우리는 정말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찌감치 할 수 없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에 못 하게 된 것일까? 너의 부모는 둘 다 머리가 나빴으니, 너도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리가 없다면서 일찌감치 기술이나 배우라고 말한다거나, 우리 집안은 형편이 어려우니 예술 쪽으로 나가봐야 뒷받침을 해줄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거나, 너는 생긴 게 평범하니 모델 같은 건 꿈꿔볼 수조차 없을 거라고 말한다거나, 너는 발이 평발이니 축구를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하는 식으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에 대해서 해보지도 않고서 미리부터 안 될 거라고 얘기하곤 한다.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북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면 옆에서 남이 하는 걸 보고서 자기도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냥 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될지 안 될 지는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아무도 된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나는 그들 모두와 다르니 혹시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해봐야만 알 수 있다. 안 되는 걸 아는 것은, 해보고 난 후에 깨달아도 늦지 않다. 우리가 지레짐작으로 안 될 거라 생각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암튼 이 그림책이 놀라웠던 건 마지막에 어북이가 뒤집히는 사건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자기가 뭘 못하는지 몰라서 일단 다 할 수 있게 된 어북이의 얘기였고, 그 모습을 보며 어처구니없어 하는 어른 거북이들이 참 한심하게 여겨졌었다. 너무나 일찍 자기 한계를 정해버려서 딱 거북만큼 밖에 못 사는 어른들이 어북이에 비해 안타깝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북이는 어리다보니 진짜 아는 게 없어서, 거북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방식조차 모르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모든 이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효과가 없을 때, 드디어 같은 종족인 거북 어른들이 나타나서 그들의 지혜를 알려준다. 덕분에 다치지 않고 무사히 굴러떨어진 거북이 등딱지에서 고개를 꺼내며 보이는 그 경이에 찬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입 모양을 보면 “오~~~~~~~~~~~~~~!”하고 감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북이는 이내 깔깔 웃으면서 “나는 몰랐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몰랐어요.”라고 말하며 날아오른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 순간의 희열, 환희, 기쁨은 정말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 같은 심정일 거라 추정된다. 어북이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존재라는 한계 없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현실과 무관하게 망상에 빠져서는 곤란하고, 또 반대로 나라는 한계에 사로잡혀서 애초부터 스스로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것도 별로이다. 이것 또한 중도가 중요하다.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넓은 마음, 큰 사고를 갖되, 그 중에서도 나라는 존재의 특성상 더 잘 할 수 있는 것,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한계 내에서 큰 꿈을 품기, 큰 꿈 안에서 한계를 인정하기, 이 두 가지가 결코 서로 다른 양 극단이 아니라 그 중간 어디쯤에서 가장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좋겠다. 안 해본 건 해보고, 해보고 나서 나의 능력을 가늠해보면 될 것 같다. 안 될 것 같다고 무조건 포기하지 말고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의 힘과 새로이 알게 되는 것의 기쁨이 잘 드러난, 정말 특별한 그림책이다. 이 책을 아주 오랫동안 아끼고 사랑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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