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고 싶은 다람쥐와 개미('너도 화가 났어?')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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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중한 것이 생기는 순간, 그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갖게 된다. 자식이 태어나면, 부모는 그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두려워하고, 정말 중요한 물건을 갖게 되면 누가 훔쳐가거나 아니면 실수로 깨지거나 할까봐 두려워하고, 일생일대의 기회를 만나게 되면 그 일이 행여나 무산될까봐 두려워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봐 두려워한다. 소유욕 혹은 집착이라고 부를 만한 이 강렬한 욕망은 반드시 그 뒷면에 두려움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한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욕망하는 순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두려움이 같이 생기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람쥐와 개미의 욕망은 함께 있는 것이다. 사이가 워낙 좋기 때문에 어쩌면 영원히 함께 있는 것을 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의 이러한 강렬한 욕망에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두려움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상대방이 나를 두고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다. 함께 있는 순간에 감사하며, 그 자체의 행복감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면, 그 틈새로 두려움이 파고 들어온다. 지금 함께 있어서 좋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러니까 ‘지금, 여기’의 즐거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걸 어떻게든 계속해서 누리고 싶은 마음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걱정과 근심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다람쥐와 개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것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 함께 있으면서도, ‘만약에 누구 한 사람이 떠나려고 한다면’ 하는, 일명 ‘what if’ 놀이를 시작한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를 생각하는 이런 방식은, 두려움이 베이스가 된, 두려움을 처리하고 다루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이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을 미리 가정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정말 그런 일이 닥치면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그들이 언젠가 상대방이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렇게 될 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으며, 그럴 경우에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해야 내가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지까지 미리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자신을 영원히 떠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너를 떠나면 넌 어떨 것 같아?”, “네가 나를 떠나면 내가 어떨 것 같아?” 그냥 이렇게 묻지도 않는다. 개미는 자신이 다람쥐에게 원하는 감정을 담아서 이렇게 물어본다. “혹시 내가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너는 슬퍼할 거야?” 이 얘기가 무슨 뜻일까? 다람쥐가 내가 떠나는 걸 슬퍼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다람쥐가 개미에게 묻는다. “그런데 내가 너에게 가지 말라고 하면 너는 화가 날까?” 이번엔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 다람쥐는 개미가 자신이 말리더라도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란다. 개미는 다람쥐가 자신을 그냥 보내버릴까봐 두려워하고 있고, 다람쥐는 개미가 자기가 집착한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면 어떨까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 두 동물의 성격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리고 개미와 다람쥐가 동시에 원하는 것은, 이 what if 게임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이 말장난 같은 게임은 사실 사랑 확인 테스트이다. (그래서 대답을 아주 잘 해야 한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개미는 일부러 떠난 척을 한다. 떠날 마음이 조금도 없으면서도, 다람쥐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떠나는 척을 한다. 개미는 자신이 왜 다람쥐를 떠나선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너무너무 듣고 싶어한다. 자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듣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다람쥐는 그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우리가 사랑에 빠진 누군가에게 흔히 하는 질문 중에, “걔가 왜 그렇게 좋아” 또는 “그 사람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 이런 것이 있는데, 대부분은 정확한 이유를 대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그냥”, “다 좋아”, “잘 모르겠어, 근데 너무 좋아”, 이런 류의 답을 하곤 한다. 사랑엔 정확한 이유가 없기 쉽다. 다만 떠나버린 개미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람쥐의 눈에 흐르는 눈물이 그 마음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할 순 있을 것이다. 결국 개미가 보고 싶어했던 게 그거였을지도 모른다.


‘곁에 있어도 나는 네가 그립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충분히 집중하고, 누리고 만끽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욕망이 너무 커서 이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상황이 변해버릴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걱정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망가뜨리는 가장 큰 방해 요소이자, 독이다. 두려움 속에서 하는 그런 사랑이 온전할 리가 없다. 지금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망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여기를 살라고 추천하면서 이 시를 소개하고 싶다.



<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 알프레드 D. 수자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모든 것이 결국엔 변할 거라는 걸 인정하는 사람만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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