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 이뇨제인 라식스(푸로세마이드)를 환자가 거부한 이유는?
"나 참 멋없지?"
"아뇨, 형 정말 멋진데요?"
"어, 너 방금 형이라고 했다."
5월 14일 방송된 슬기로운의사생활 10회, 극과 극의 두 교수님 김준완(정경호 분)과 천명태(최영우 분) 사이를 오가느라, 힘든 흉부외과 치프 도재학(정문성 분)은 슬기로운의사생활에서 어째 짠하지만 마음이 가는 캐릭터다.
동료들이 꼭 따라 나오는 다른 과와는 달리 그는 언제나 혼자다.
드러내 놓고 13명의 아빠에 외동딸 하나라고 하는 장겨울(신현빈 분) 조차 아미로 만나 친해진 추민하(안은진 분)와 함께 이거나, 해바라기(안정원, 유연석 분) 혹은 조력자(이익준, 조정석 분)와 함께인데 말이다. 늘 자기과 의국이 아니라, 신경외과 의국에서 용석민(문태유 분)이나 안치홍(김준한 분)과 함께인 그,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현실일 수도 있다. 힘들다 힘들다 하는 외과계, 외과계 기피현상 중에서도 생명을 다루고, 수술은 복잡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심장수술이나 폐 수술을 개인병원에서 할 순 없으니, 개원이 어렵고, 큰 병원이 아니면 자리도 없지. 기피 현상의 핵심으로 뉴스에 소개되고 하는 흉부외과 담당이니 말이다. 정책적으로 흉부외과 전공의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하는데, 이건 재학이 흉부외과를 선택한 계기 이기도 하다.
천만 원 더 준다고 해서 흉부외과를 택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따뜻한 의사다.
다른 과, 선배여서 일까. 어울려 다니긴 하지만, 항상 거리를 두는 거 같던 신경외과 3년 차 치홍이 자신에게 '멋진 형'이라고 불러주자, 앞서 멋없지 않냐 물었던 사실도 잊은 채, 그저 형이라 불려서, (넓게는) 동료들과의 거리가 좁혀져서 좋아하는 그, 재학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6년 준비하다, 의전으로 진로를 바꿔 의사가 되었다. 구구한 사연에 더해, 아끼고 아낀 돈으로 구한 전세 사기마저 당하고 만 허당이지만, 어쩐지 정이 가는 그 선생님이 왜 자신을 멋없다고 표현했을까. 오늘 그에게 있었던 일은 무엇일까.
요즘 도재학 선생님(정문성 분)은 천명태 교수님 파트를 돌고 있나 보다. 몇 회 째 천명태 교수님과 함께 하는데, 그의 무심함에 결국 김준완 교수님(정경호 분)께 SOS를 치곤 했는데, 회진을 바꿔 들어갈 순 없으니, 회진시간만은 무심의 끝판왕, 익준 피셜 배금주의자인 천명태 교수님과 함께 한다.
드라마는 현실과 다르기에, 대개 주인공들이 슈퍼 히어로로 그려진다. 그래서 교수들이 이것도 저것도 다 보는 것 같지만, 굳이 따지자면, 준완이 주로 소아를 포함한 선천성 심장질환이라면, 한 병원에 같은 파트를 보는 교수가 여럿이긴 힘드니, 천명태 교수는 후천성, 주로 성인 심장 파트를 보는 것 같다. 어디에도 나와있진 않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다.
그래서 오늘의 환자는 '확장성 심근병증(DCMP)으로 입원한, 딸기 농사를 하는 젊은 남자'다.
기본적으로 심장의 확장, 심근의 수축력이 줄어들고, 심실이 늘어난 상태여서, 늘어난 풍선처럼 탄력이 없다. 펌프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다 보니, 심장 기능이 좋을 리 없다.
이러한 확장형 심근병증은 가족성으로 생기기도, 약물이나, 술, 가와사키 병의 후유증 등 유전과 관련 없는 후천적 요인으로 생기기도 한다. 확실한 치료법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대증요법을 시행하는데, 혈압이 높으면, 혈압강하제를 투여하고, 전해질 불균형이 있으면 이를 교정하는 식이다. 심장의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이로 인한 각종 문제들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5년 생존율이 40%에 지나지 않는, 치료가 어려운 병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의 환자는 칼륨 수치가 높다. 칼륨 수치가 높으면, 심전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심근이 늘어나, 펌프 작용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환자에게서는 작은 변화도 심장을 멎게 할 수 있다. 심질환자가 아니라, 신부전 환자에게서도 종종 나타나기도 하고, 심장이나 신장에 문제가 없어도 칼륨 수치는 올라가기도 하는데, 저칼륨 식이를 하고, 칼륨이 많이 함유된 음식(아보카도, 바나나 등)을 피하는 등의 방법을 권유하기도 하고, 칼륨을 제거하는 칼륨 제거 수지인 카리 메트산 같은 약품을 처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심장기능이 악화되어 이식 대기 중에 입원을 한 이 환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잠시 사이에 6.0이던 포타슘(칼륨) 수치가 6.5로 올랐다.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고 그냥 뒀다간, 끝도 없이 칼륨 수치가 오를 것이고, 그러면 심장이 갑자기 멎을 수도 있다. 정말로.
까칠하고, 환자를 생각하지 않는 듯 하지만, 사실은 정석대로 처치는 하고 있는 천명태 교수(최영우 분). CS 실장을 맡아 본인 앞으로 접수된 민원을 굳이 지우는 모습을 보이는 빌런이지만, 그래도 율제병원 흉부외과에 새로 부임할 정도면 실력은 자명할 터. 그가 고른 치료법은 라식스를 주는 것이다.
라식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을 수도 있다. 이뇨제이고, 한 때는 뉴스에 이뇨제 먹어 살 빼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나오기도 했고, 임상적으로도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제 중의 하나다. 이뇨제는 기본적으로 소변을 배출하게 해, 부종을 조절하는 약인데, 수분과 함께 나트륨 배설을 촉진하다 보니, 부종의 조절뿐 아니라 심부전, 간경변, 전해질 이상, 고혈압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에서 사용된다. 사구체에서 신우, 세뇨관을 거치는 길이 길다 보니, 어느 부분에 작용하느냐에 따라 이뇨제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고, 각 약제별 세부 특성을 따져보면 그 종류는 훨씬 더 많다.
심근병증을 가진 환자의 치료에서 숨가쁨이나 부종 같은 증상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뇨제나 식이 특히 염분 및 수분의 제한은 널리 쓰이고 한다. 또 심부전이 있눈 대부분의 환자들 그리고 체액량이 증가된 환자들의 초기 치료로 경구용 루프이뇨제(라식스, 토렘)와 저염식을 선택하곤 한다.
라식스는 동일한 성분이 주사제와 먹는 약 두 가지 모두의 형태로 나오는데, 주사제는 빠른 이뇨작용이 필요할 때나 이뇨저항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 쓴다. 그리고 다른 루프 이뇨제들인 Bumetanide난 한국에서는 현재 유통, 판매가 되지 않고, 토렘은 먹는 약만 있다. 가장 오래 널리 쓰여오기도 했지만, 주사제와 경구제로 선택의 폭이 넓어서, 비록 흡수율이 10~100%로 천차 만별로 사람마다 그 반응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선택약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라식스는 1964년에 한국에 상륙했다. 지금은 한독약품에서 판매를 하고 있고, 주사와 먹는 알약의 2가지가 있다. 성분명은 푸로세마이드, 약리학적 계열은 루프 이뇨제이다.
루프 이뇨제에 의한 이뇨 반응응 '역치가 있는 용량 반응 곡선'으로 종종 묘사되곤 한다. 투여량과, 이뇨작용, 즉 소변 배출량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특히 라식스를 투여할 때 효과적인 이뇨 용량이 얼마인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시작용량은 20~40mg, 주사는 20mg, 알약은 40mg 이므로 모두 , 0.5~1 알 또는 1 앰플의 주사를 필요로 한다. 이후의 투여 용량은 이뇨 반응에 따라 결정되는데, 만약 반알을 줬을 때 환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번에는 1알로 투여 하는 것이, 반알을 2번 먹는 것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대신 이미 최대 용량을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불충분 하다면, 그 때는 하루에 2번 혹은 3번을 투여 할 수도 있다. 반감기가 짧기 때문이다.
딸기농사를 하는 오늘의 환자는 아마 주사로 투여를 받을 계획이었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칼륨이 증가하고 있는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일단 20mg 에 해당하는 주사를 맞고, 경과를 관찰하면서, 제품 설명서에 쓰여진 대로 2시간 마다 1앰플씩, 칼륨 수치가 충분히 떨어질 때 까지, 탈수가 오지않게 외줄타기 같은 균형을 맞추어 가며 쓰려는 계획이었을 텐데,
라식스가 워낙 유명한 약인 탓일까?
라식스와 레귤러인슐린(지속형 란투스 주사 같은 것이 아닌, 휴뮬린 N 이나 R 같은 보통의 인슐린을 말한다) 투여를 지시하는 천명태 교수의 오더를 듣자 마자, 그거 이뇨제죠? 나 안맞아요 해 버린다.
마침내, 칼륨 관장을 결정하는데.... 그 조차도 관장하느니 차라리 죽을래요 하는데,
아니 그게 뭐라고...
환자 참 철없네 싶었지만, 이건 약 좀 아는 나의 넋두리 일 뿐, 나라면 칼륨 관장을 해야 하는 도재학 선생님(정문성 분)이 더 싫었겠다 싶지만, 만약 환자의 입장이라면 상황이나 기분은 또 달라질 수도 있겠지 싶기도 하다.
환자가 받아야 하는 관장은, 그저 변비가 심해서 시행하는 관장이 아니다.
정체되어있는 칼륨을 배출 시키기 위한 것이라, 여기도 약을 쓴다. 카리메트산 이라는 가루약, 폴리스티렌설폰산칼슘 성분으로 칼슘과 칼륨의 교환을 활용하는 약이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 서서히 칼륨 수치가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 해야 하는 경우라면 먹는 약으로 조절하지만, 지금 이 환자처럼 응급으로 칼륨 수치를 낮추어야 할 때, 인슐린 주입법을 쓰거나, 칼슘을 투여해서, 이온 교환을 꾀하기도 하는 방법과 함께 카리메트를 직장에 주입해 관장을 시행한다.
어른의 경우는 1일 30g(1포에 5g이 들었으니 6봉지다)을 물이나, 2% 메칠셀룰로오스용액에 잘 섞어서 직장에 투여 한다. 현탁액을 체온 정도로 데운 다음, 30분~1시간 정도를 그대로 둔다. 단 주입한 관장용액이 새지 않도록 베게를 괴어 엉덩이를 위로 올려주거나 엎드려 있는 자세를 유지하게끔. 관장은 응급한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실제 제거되는 칼륨은 0.5mEq정도로 온 몸을 한바퀴 돌아나오는 먹는 약 보다 제거하는 칼륨의 양은 작다.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허가되어 칼륨이 6이 넘을 때 투여를 시작해서 5미만으로 떨어지면 중단하도록 권고 하며, 1일 1회 사용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폴리스티렌설폰산칼슘 대신 나트륨을 쓰는 SPS를 사용한다. 하루에 1회만 쓰라는 국가 부터 2~4시간 간격으로 필요에 따라 1일 4회 정도 까지 반복할 수 있다는 나라도 있어 용법은 그야말로 천차 만별이지만, 한국에서는 연령과 증상에 따라 증감할 수 있다고만 허가되어있다. 많은 부분을 의료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다.
환자의 마음을 움직인 건, 천명태 교수의 으름장이 아니었다.
직접 화면에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도재학 선생님의 값싼, 그러나 귀중한 무릎이었다.
우스개 소리처럼, 이대로 라면 환자분 돌아가실 수 있다고, 환자 분 돌아가시면 천명태 교수님은 무사하겠지만, 저는 쫓겨날 수 있다고. 그러니 저 좀 구해달라며 무릎을 꿇었다고 말하는 도재학(정문성 분) 선생님.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치료를 받지 않겠다 고집부리는 환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말하는 전공의의 모습을. 뭐 환자 하나 죽는다고 의사가 쫓겨나겠어 싶은 마음과, 그래 쫓겨난다면 그 환자를 밀착해서 돌봐야 했던 담당 전공의, 담당의, 혹은 병동 주치의 로 불리는 그, 전공의란 이름의 약자, 도재학이었겠지 라는 생각까지 많은 말이 남지만.
그건 사실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에게 다가가는 그만의 방법 이었다.
살 수 없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거부하던 그를 포기하지 않고 제발, 당신을 위해가 아니라 저를 위해 관장 치료 받으시고 살아주세요 라고 진심으로 다가오는 의사이기에,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건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능력치 만렙 어떤 교수님이라 할 지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평범을 가장한, 그래서 환자를 가장 깊게 이해하고, 영혼의 단짝 김준완 선생님의 지나치게 너무나도 의사같은 말에 불안해 하는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 도재학(정문성)이기에 가능한 해법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 환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나를 포기하지 않아줘서 감사하다고.
환자가 주는 감사의 편지에, 이내 울어버리는 그. 마음이 따뜻한 이런의사, 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