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 - 수술 전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차은재
괴짜 의사 김사부(한석규 분)의 사건 그 후를 그리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는 강은경 작가와 유인식 연출, 제작진이 뭉쳐, 지난 2016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비록 시즌 1에서 김사부와 함께 성장해왔던 강동주(유연석 분)는 완도 보건지소에서 병역의 의무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낸 미친 고래 윤서정(서현진 분)은 샌디에이고로 1년 연수를, 얄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는 없었던 도인범(양세종 분)은 다시 본원 복귀를 선택했고,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생활을 그려내게 된다.
이번 김사부의 선택을 받은 사람은, 어릴 적 일가족 신변비관 자살 시도에서 홀로 살아남은, 어떤 사연에서인지 여전히 돈을 벌어야만 하는 서우진(안효섭 분)과, 엘리트로 키워져 성장해왔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의대를 차석으로 졸업한, 흉부외과(CS) 전문의 차은재(이성경 분)다.
1화에서는 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이 젊은 의사들이 거대병원을 떠나, 김사부의 품으로 들어오게 되는 이야기들을 그렸고, 그중 귀여운 푼수, 차은재의 합류 이야기에 약물이 등장한다. 가볍게 그려졌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그 약, 알프라(성분명 Alprazolam, 국내 상품명은 알프람 등이며, 오리지널은 미국을 본사로 둔 화이자 제약의 자낙스다)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흉부외과, 심장과 폐 같은 가슴 부위를 수술하는 외과로 외과계 기피현상의 대표 주자로 꼽힐 만큼이며, 각종 의학 드라마의 소재가 되곤 한다. 2018년엔 제목마저 흉부외과인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흉부외과 수술의 대상이 되는 심장과 폐는 생명과 관련이 깊은 장기들로, 위급한 순간과 관련이 있음은 물론, 수술의 난이도 역시 복잡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어려운 과고, 외과라는 큰 분류에 걸맞게 수술이 주가 된다.
그런데, 여주인공인 차은재는 흉부외과 전문의임에도 어째 수술을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드라마의 후반이 되면, 그녀의 사연 역시 곧 풀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수술을 앞두고 "차은재, 들어와"란 말 앞에 안절부절못하다 못해, 탈의실에서도 한참을 망설이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사물함을 연다. 이때 클로즈업된 사물함 안에서 눈에 띄는 약병, 바로 알프라졸람이다.
물론 알프라졸람을 어떤 이유에서든 처방을 받았고, 그렇게 복용하는 것 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보기에 그녀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대목이 꾀나 많았던 건 함정이지만 말이다. 잠시 주변을 살핀 그녀는, 재빠르게 약병을 집고, 그중 두 알을 꺼내 든다. 물도 없이 다급하게 약을 꿀꺽하고 삼키는데...
대체 알프라가, 이 알프라졸람이 무슨 약 이기에 이렇게 급박하게 약을 꺼내 들고, 꿀꺽 삼켜야만 했을까?
차은재는 수술을 앞두고 이 약을 왜 몰래 먹은 것일까?
알프라졸람 성분은 국내에서 1987년 5월에 알프람이라는 상품명으로 처음 허가를 받았다. 차은재 배역을 맡은 이성경배우보다 나이가 세 살 더 많은 셈이다.
우선 알프라졸람은 마약류다.
마약류라 함은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을 총칭하는 말인데 이 중 정신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로서, 잘못 또는 함부로 쓰는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험을 끼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물질이다. 대개는 환각이나 각성, 수면 혹은 진정 작용을 하고, 잘못 쓰는 경우 신체적 정신적 의존성(중독이라고 불리는 그것 맞다)을 일으킬 수 있어, 마약류로 지정 관리하는 약이다. 이 중 알프라졸람은 향정신성 의약품의 하위분류 다섯 가지 유형 중 네 번째로, 오용이나 남용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물질로 프로포폴, 식욕억제제인 펜터민, 수면제인 졸피뎀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중 알프라졸람은 불안장애의 치료 및 불안 증상의 단기 완화, 공황장애, 우울증에 수반하는 불안, 정신 신체장애(위 십이지장 궤양, 과민성 대장 증후군, 자율신경 실조증)에서의 불안, 긴장, 우울, 수면 장애의 치료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약이다. 즉, 수술 전에 심장이 두근 댔던 모습이 불안 또는 공황이라면, 용법대로 잘 쓴 것이다.
알프라졸람의 투여량은 개인별로 다 다르다. 대부분 상용량의 범위에서 증상을 치료, 조절할 수 있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는 더 높은 용량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알프라졸람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류에 해당하고, 지정 기준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 의존성의 위험은 투여 용량과 투여 기간에 따라 증가할 수 있기에, 가능한 한 최저 유효량, 즉 적은 용량으로 최단기간, 다시 말하면 짧게 투여해야 하는 약으로, 계속 먹어야 할지, 중단할 수 있을 지의 투여 유지 필요성을 자주 평가해야 하는 약이다.
단순 불안 장애라면 한 번 당 흰색 알프라졸람 1알~2알을 하루에 3번까지 복용할 수 있기에, 많은 양을 한 번에 먹었다거나 하여 벌어진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마도 두 가지 문제가 내포되어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약의 부작용이다.
이 약의 일반적 주의 사항의 맨 앞에는 졸음, 주의력, 집중력, 반사운동 능력 등의 저하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이 약을 투여 중인 환자는 자동차 운전 등 위험을 수반하는 기계조작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이 명시되어 있다.
그녀가 참여하는 수술은 어떤가, 처음 불려 들어갔던 수술은 대동맥박리였고, 두 번째 수술 역시 장천공이 일어난 환자에게서, 횡격막이 찢어져 이를 고쳐야 하는 수술이었다.
어렵지 않은 수술이 어디 있겠냐 마는, 고도의 주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주의 사항을 무시하고, 알프라졸람 두 알을 꿀꺽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수술에 들어간 그녀, 차은재의 최후는 그만 수술실을 뛰쳐나가다 말고, 휘청하고 쓰러져 바닥에 누운 채 쌔근쌔근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실제, 알프라졸람의 설명서를 보면, 불안 증상으로 이 약을 먹은 환자의 41%, 공황장애로 이 약을 복용한 환자의 약 78%가 졸음을 경험하니, 졸음이 몰려와 결국 잠이 들고 말았다는 설정은 다소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일어나지 못할 일은 아닌 셈이다. 특히나 알프라졸람은 굉장히 빠르게 흡수되는 약으로, 약을 복용하고 나서 혈중 농도가 최대치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하다. 그래서 불안 장애나 공황장애로 인한 증상의 치료에 투여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은 한 가지 문제는 아마 사회적인 문제일 텐데, 이전 시즌에서 윤서정(서현진 분)이 PTSD로 인한 자해 소동을 벌여,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함은 물론, 이런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이 에피소드 역시, 인사권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흉부외과 과장으로 추정되는 교수님에게 처음에는 과로를 해서(안타깝게도 논문 작성, 환자 진료를 하며, 병동과 중환자실, 그리고 응급까지 해결해야 하는 펠로우 혹은 전임의의 업무량은 가히 무시무시하다) 잠이 들었을 뿐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가 내려놓는 약병은 드디어 나머지 얼굴을 드러낸 알 프라다. 알프라의 모습을 확인한 은재는 마지못해, 가슴이 두근거려서 심박만 좀 조절한다고 먹었을 뿐인데,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푹 숙인다. 맹세코 약에 손을 댄 것은 처음이라고 하지만, 이전에도 수술실에서 한 번만 더 졸면 가만 두지 않겠다 라는 경고를 받았던, 그녀의 전례로 볼 때, 과연 약을 처음 먹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렇게 나머지 얼굴을 드러낸 알프라의 병 라벨 아래쪽엔 새빨간 글씨로 향정신성이 쓰여있다. 마약류라는 의미다. 그녀가 이 마약류를 어떻게 구했는지, 또 이걸 먹은 직후 수술에 들어가, 졸음으로 인해 하마터면 환자의 목숨을 위협할지도 몰랐다는 데에 '마약류 관리법' 혹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한, 특히 이렇게 투여 기록이 남지 않는 상태로 복용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 또는 수술하는 것이 적절한 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제 첫 발을 뗀 만큼 1등으로 키워지고, 자라난 그녀가 해부학 실습 날 쓰러지고 엉엉 울었던 사연과 함께 왜 알프라졸람을 먹어야 만 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실을 밥 먹듯 드나들어야 하는 외과의의 삶을 선택했는지 그녀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흥미진진해질 다음 주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