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직 애널리스트 Apr 18. 2020

음원 플랫폼은 유해 콘텐츠를 규제해야 할까?

가해자의 자유와 피해자의 고통 사이에서 


멜론 차트 1위 곡의 댓글 창이 뜨겁다. 엠씨더맥스의 멤버 ‘이수’의 성매매 전력 때문이다. 엠씨더맥스의 멤버인 ‘이수’는 2009년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 복무할 당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 매수를 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몇 년간의 자숙 끝에 다시 가수활동을 시작했고, 20주년 기념앨범의 선공개 곡 ‘처음처럼’이 멜론 1위를 달성하며 많은 청취자가 이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멜론 어플을 접속하자마자 성매매 전력이 있는 가수의 곡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의 반대편에선, 음악과 범법 행위는 별개의 것이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음원 플랫폼의 역할은 무엇일까.





“음원 플랫폼은 콘텐츠를 규제하면 안된다.”


음원을 규제한다는 것은 곧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미디어는 제 3자의 통제나 다른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수용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 또한 만족시킬 수 있다. 대체로 노래는 창작자의 감정과 생각이 가사에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에 더 민감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중이 판단할 영역을 기업이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디어 플랫폼은 정치, 지역, 종교, 민족 문화 등의 사회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국내 음원 플랫폼이 규제를 늘릴수록 음악적 다양성은 줄어들 것이고, 결국 소비자들은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익 창출이 가장 중요한 음원 플랫폼 입장에서 소비자들을 쉽게 넘겨줄 수 없다는 것도 규제를 반대하는 의견에 한몫한다.


또한,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모호하다. 

심의 기준의 합리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1970년대, 정부는 사회적 풍토를 해친다며 일부 노래를 ‘금지곡’으로 분류해 생산자의 자유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 대표적으로 송창식의 ‘왜 불러’는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이장희의 ‘그건 너’는 남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현대 대중들은 저 당시의 심의 기준의 정당성에 합리적인 의심을 품고 있다. 심의 기준은 시대 상황에 따라, 사회적 이슈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규정할 수 있으므로 공정성을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음원 플랫폼은 콘텐츠를 규제해야 한다.”


콘텐츠 자체에 윤리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범죄 사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 가해자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는 매일 그 얼굴과 목소리를 들으며 더욱더 고통받는다.실시간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음원 사재기' 행위를 일으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음원 플랫폼에서 음원 차트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만약 음원 플랫폼 메인 화면에 범죄자의 노래가 리스트 되어 있다면?


실제로 2019년 멜론 사이트에 ‘정준영 앨범 추천’ 배너가 논란이 되었다. 정준영은 현재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집단 성폭행 등 혐의로 입건돼 재판 중인 인물이다. 멜론 이용자들은 이에 분노했고, 멜론은 그 비판을 수렴하여 ‘앞으로 물의를 일으킨 아티스트는 추천 풀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https://www.ytn.co.kr/_sn/0117_201910021058561087


위 사건을 미루어 보았을 때, 고객들은 일부 콘텐츠로부터 불편함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디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범죄를 일부 용인한다고 짐작하는 것이다. 즉,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사회적 이슈를 고려한 규제가 필요하다. 더불어 미디어는 사회 전체로 윤리적 문제를 확장시킬 수 있으므로, 그에 마땅한 책임감을 짊어져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하는 ‘자유주의’는 모든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행해지는 자유만을 허락한다. 범죄자의 노래가 담긴 리스트가 고객들에겐 불편함을, 피해자에겐 고통을 안겨주고 있으므로 이것을 ‘자유’라고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타인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는 윤리적으로 용인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 플랫폼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윤리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감시하며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미디어는 단순히 콘텐츠의 통로가 아닌, 그 자체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정부 또는 기업 차원에서 유해 콘텐츠를 규제하는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 역시 필터링 기능을 지닌 모니터링툴을 도입해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콘텐츠들을 무방비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해 콘텐츠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을 경우, 우리는 대게 누가 이러한 의도를 지녔는가를 추적한다. 대중들은 콘텐츠 제작자는 물론이거니와, 미디어를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주체나 채널을 제공하는 매체에 잘못을 묻게된다. 미디어가 무엇을 수행해야 하고, 얼마나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실 가장 강력한 규제는 해당 아티스트의 앨범을 서비스할 권리를 음원 플랫폼 자체에서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에는 해당 아티스트의 앨범 유통 계약을 맺은 유통사와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대책이 없다면, 내부적 평가를 통해 '최소한의 규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음원 서비스는 진행하되, 플레이리스트 추천 등 유저들에게 노출될 기회를 없애는 패널티를 주는 식이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2018년, 폭력, 성범죄, 교살 등의 범죄를 저지른 힙합 뮤지션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cion)과 성범죄를 저지른 알 켈리(R.Kelly)의 모든 노래를 공식 플레이리스트와 추천 영역에서 삭제했다. 두 뮤지션 다 빌보드 차트 1위, 전 세계적인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이 큰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혐오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규정의 대상이 된 것이다.

xxxtentacion Youtube 캡쳐


음원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차트, 큐레이션, 음원 추천 등이 노래 흥행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는 ‘범죄 혐의는 대중의 호불호가 아닌 윤리적 판단의 문제이다’라고 언급했다. 대중들은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닌, 범죄 행위를 비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원 플랫폼의 위치는 윤리적 판단을 수용하는가, 마는가에 달려있다. 




"나는 음원 플랫폼이  윤리적 판단을 수용하여, 유해 콘텐츠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규제를 만드는 과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준의 모호성’이라는 것을 글의 서두에도 언급했기에, 나름대로의 기준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강력범죄, 학교폭력, 음주 운전, 성매매 등)가 인정이 된 아티스트의 곡’ 과 둘째, ‘부적절한 가치관, 특정 집단에의 혐오를 표현하는 곡’에는 일부 서비스 노출 제한이 요구된다. 


전라도를 비하하는 일베 가수 ‘브로’의 <폭동기억>, 특정 여가수를 성적 대상화한 블랙넛의 <인디고 차일드>, 여성혐오 단어가 난무하는 ‘오빗’의 <피싸개>가 두 번째 기준의 대표적인 예이다.


2016년 1월 발매한 싱글 <인디고 차일드>에서 블랙넛은 ‘솔직히 난 xxx 사진보고 x쳐봤지. 물론 보기 전이지 언프리티.’와 같은 가사를 썼다. 이 사건으로 블랙넛은 모욕 혐으로 기소가 되었고 재판 부는 “피고인의 예술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피해자의 인격권과 명예감정도 매우 소중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오빗의 <피싸개>란 곡은 여성혐오 단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등, 청취자에게 불쾌함을 제공했고 결국 국내 음원 플랫폼 ‘벅스’는 해당 음악을 제공 중지했다.

Twitter @fairyeun

위의 여러 사례들을 검토했을 때, 특정 집단/개인을 혐오하는 가사 역시 사회의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부적절한 가치관, 특정 집단에의 혐오를 표현하는 곡’도 규제사항으로 추가했다.

이러한 규제사항을 만든 이유는 그들의 창작활동을 막진 않지만, 범죄 행위를 옹호하진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연예계의 범죄 소식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음원 플랫폼에도 이런 강력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김서영, 김수민, 서재영, 연인지

작가의 이전글 팬들의 총공은 사재기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