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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직 애널리스트 Apr 11. 2020

팬들의 총공은 사재기일까?

최근 음원 사재기에 관련된 기사가 우후죽순 많이 뜨고 있고, 실제로 가수들 사이에서 논란도 일어난 만큼 음악산업 전체에서 이러한 현상은 매우 부정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음악 플랫폼의 순위 영향이 크다고 보는데, 차트 1위는 노래의 음악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보다 누가 더 인기가 높으냐의 순위로 정렬되는 것 같다. 여기서 그 인기를 증명해주는 역할을 팬들이 해주는데, 우리나라는 팬들이 소위 '스밍 총공'이라는 것을 하여 아티스트의 차트 진입을 책임지는 것이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스밍 총공은 팬들이 다양한 기기와 계정으로 스트리밍을 무한대로 돌려 순위를 높이는 방식인데, 과연 이러한 총공은 사재기에 속하는지 찬반 의견을 나누어 스터디원들과 토론을 해보았다. 


팬들의 총공은 사재기가 아니다

사재기는 '차익을 얻는 데 필요 없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기에 시장 경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아티스트에게 애정이 없는 구조이며, 이로 인해 무명의 가수의 음악이 수중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보통 '시장 교란'은 수요와 공급으로 형성되는 가격을 강제적으로 변화시킬 때를 일컫는다. 팬들이 스트리밍과 앨범에 총공 하는 것은 그만큼 이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들을 강제로 여러 번 소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외부의 제재로 시장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팬들의 앨범 구매나 스트리밍 활동은 감정적 만족을 위한 '소비'이다. 이들은 자신이 갖춘 경제력만큼 구매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되는 정도를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연의 노래가 좋아서 매일 10번 이상을 듣고, 엠씨몽의 음악을 듣고 취향에 안 맞아 목록에서 제외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태연의 곡을 여러 번 들었다며 총공, 사재기라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억울할 것이다. 앨범 판매나 음원 순위는 한 번 소비하는 것이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것과 큰 차이를 지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소비는 아티스트를 향한 열정과 애정이 담겨있기에 하나하나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렇듯, 무명의 가수가 불법적인 데이터를 사용하여 기계적으로 차트 1위를 한 것과 팬층이 있는 아티스트가 팬들의 애정 있는 소비로 1위를 한 것은 차이가 있다. 어쩌면 팬들의 활동을 사재기라고 보는 것은 아이돌 팬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이미 포화하고 있는 음악 경쟁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가능성을 넓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총공 행위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사재기가 아니다.




팬들의 총공은 사재기이다


총공과 사재기는 단순히 단어 억양과 주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돌리는 것, 후자는 컴퓨터로 무한대 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팬들은 자신의 아티스트가 잘 되었으면 하는 애정 어린 마음에서 시작된 행위일 수 있지만, 사재기 역시 이와 같은 마음이 포함되어있을 것이다. 단순히 팬들의 스밍 총공이 감정적 만족을 위한 '소비'라면 나쁘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보이는 스밍 총공은 선을 넘는다고 생각한다. 과연 노래 사이에 스밍 할 곡을 넣고 음악을 최소 볼륨으로 해놓은 뒤 스트리밍을 돌리는 것이, 앨범을 대량 구매한 후 되파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https://m.blog.naver.com/noel_namoo/221502268459

이렇게 작위적으로 순위를 올리려고 하는 행위 자체가 음악 생태계의 다양성을 저해시키는 요소라고 생각하며, 차트가 왜곡돼서 아이돌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다. 또한, 이런 행위가 오히려 팬덤 문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비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팬클럽에선 총공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https://twitter.com/likeBlikeMusic/status/841238123954724864)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alnutcreek1&logNo=220984281819&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팬클럽의 음원총공팀 실황)


이들은 아이돌 그룹이 음원을 발매하면 탈재(탈퇴 재가입)을 반복하여 음원 스트리밍을 집계하는 데에 영향을 주고 순위를 올린다. 이게 정말 그 노래가 좋아서 올라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미지 소비와 맹목적인 팬들의 사랑으로 올라가는 것이 과연 음악적으로 의미가 있을까? 팬들이 수백장의 앨범을 사는 것은 실제로 사재기이다. 팬들이 수많은 멜론 아이디를 갖고 투표와 스밍을 돌리는 것 자체가 스밍 공장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https://m.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484221 (스밍 공장 관련 기사)



이렇게 팬들의 총공은 사재기인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놓고 토론해본 결과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었다. 팬들이 애정을 갖고 아티스트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게 사재기와 비교될 수 있는 거지 싶으면서도,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무명의 가수들을 보면 불공평한 건가? 문득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재기 논란이 없이도 아티스트들이 모두 공평하게 음악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 이러한 사재기나 총공에 관한 논란이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나라 음악 플랫폼에선 대형 유통사들이 자사 아티스트를 더 띄워주기 위한 투자나 몰아주기 식의 음악 노출을 강행하기도 한다. 

http://m.hani.co.kr/arti/culture/music/922634.html#cb

더더욱 아티스트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에서, 개인적으로 플로나 바이브 같은 취향 기반 음악 플랫폼이 더욱 성장하여 음악 플랫폼의 뿌리 깊은 오행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글: 김서영, 연인지, 윤희원, 임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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