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플랫폼계 신흥강자의 등장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2004년 11월 멜론(Melon)이 유료 음원 서비스를 출시한 이래로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의 1위는 늘 멜론이었다. 이에 더해 지니뮤직(Genie Music)이 멜론의 뒤를 이어 점유율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면서 국내 음원 시장은 오랫동안 양강 구도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부동의 1위일 것만 같았던 멜론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바로 유튜브뮤직(YouTube Music) 때문이다.
<자료1>을 살펴봤을 때 유튜브뮤직의 이용자수는 2019년 4월 약 60만명 정도에서 2021년 4월 기준 약 298만명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2년만에 대략 240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플랫폼 별 점유율 변화를 확인해보면 유튜브뮤직의 성장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9년 1월부터 2021년 5월 사이 유튜브뮤직의 점유율은 1.7%에서 12.6%로 10.9%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반해 멜론의 점유율은 38%에서 29.8%로 8.2%포인트 하락했고, 지니뮤직과 플로의 점유율이 늘기는 하였지만 각각 3.7%포인트와 4.6%포인트 정도로 5%포인트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10%포인트 넘게 점유율을 늘린 유튜브뮤직이 성장세가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그리고 2022년에 조사된 <자료3>에 따르면 유튜브뮤직이 지니뮤직을 제치고 이용자수 408만명으로 시장 2위를 차지하였다. 769만명이라는 멜론 이용자수와는 아직 차이가 크지만 앞서 살펴봤듯 유튜브뮤직이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안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튜브뮤직은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해 작가진들은 긍정적 관점과 부정적 관점으로 나눠 토론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의견을 보였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영상 미디어 플랫폼 발달에 따라 음악을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을 넘어 ‘보는 음악’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악을 듣기만 할 때보다 시각적 요소가 더해질 때 콘텐츠 집중력 유지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화려한 패션과 안무 같은 시각적 요소가 특징인 K-pop의 성공도 보는 음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요를 파악한 기존 음악 플랫폼들도 보는 음악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멜론은 [멜론 사이트/앱 > 멜론TV > 방송] 탭을 통해 MBC '복면가왕', KBS '불후의 명곡', '유희열의 스케치북', SBS '인기가요' 등 각 지상파 채널별 간판 음악 프로그램들의 클립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스트롯2', 'THE FAN', '쇼 챔피언' 등의 화제성 높은 음악 프로그램의 클립을 확보해 시청할 수 있게 하는 등 보는 음악에 대한 이용자들의 니즈를 만족 시키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는 음악’에 대한 니즈를 가장 잘 충족시켜 주는 플랫폼은 단연 유튜브다. 유튜브에서 파생된 유튜브뮤직 또한 음원만 듣는 ‘노래 모드’와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는 ‘동영상 모드’로의 전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기능이 있어 보는 음악 콘텐츠 제공의 측면에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듣는 음악’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며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니즈도 늘고 있다.
‘보는 음악’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듣는 음악’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해야하는 영상 콘텐츠와 달리 오디오 콘텐츠는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영상 미디어의 등장으로 금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라디오가 여전히 건재한 것 또한 오디오 컨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예시다.
이러한 동향에 따라 여러 국내 음원플랫폼도 오디오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듣는 음악’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있고 각 음원 플랫폼에서 각자의 오디오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존 음원 플랫폼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유튜브뮤직의 강력한 큐레이션은 큰 경쟁력을 갖는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유튜브뮤직 이용자 중 25.9%는 ‘내게 맞는 추천’때문에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답했다한다. 2019년에 불거진 사재기 이슈로 인해 멜론이 실시간 차트를 폐지했었고 그 영향으로 더욱 개인화된 음악을 즐기는 소비 방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용자 빅데이터에 기반해 개인별 인공지능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뮤직은 큰 경쟁력을 갖는다. 플레이 리스트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학습 기반이 되는 이용자 수가 국내 음원에 비해 훨씬 많은 만큼 정밀도가 높다는 것도 유튜브뮤직의 장점이다.
멜론은 오랜기간 시장 1위 기업으로서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제작이 용이하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멜론은 근 20년간 국내 음원 플랫폼의 선두를 달려왔고 축적된 소비자 데이터, 특히 케이팝 관련 데이터에서만큼은 그 어떤 플랫폼보다 강하다. 한국의 특정 집단이 선호하는 음악, 한국의 특정 시간대에 찾는 음악 등에 대한 많은 정보가 몇 년 동안 멜론에 쌓여있기 때문에 국내 음원 청취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멜론이다. 멜론의 명반 딱지 기능도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다. 또한 멜론은 연도별, 월별로 사용자가 그달에 많이 들은 음원 리스트를 '나만의 차트'라는 서비스로 제공하고 연말에 사용자들이 들은 음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산을 내주는 등 개인화된 데이터를 보여줌으로써 유튜브뮤직과는 또 다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음악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방법 중 2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내가 편집/저장해놓은 플레이리스트 감상'이다. 음악 큐레이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상당히 많아졌고, 이와 같은 영상을 통해 상황별, 장르별로 음악을 감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와 같은 콘텐츠는 해당 플레이리스트에 정착하기 보다는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인 음악을 찾기 위한 과정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아무리 고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일지라도 이용자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 음악을 자신에게 100% 맞게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더해 ‘서비스가 제안하는 선곡리스트 감상(큐레이션)’이 4위를 차지하였다는 점에서 큐레이션을 꼭 필요로하지 않는 이용자도 다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큐레이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꾸리는 것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유튜브뮤직보다는 기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 더욱 적합하다. 아직까지 유튜브뮤직은 플레이리스트를 제작 및 관리하기에 미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뮤직의 번들링은 전략적 마케팅이다.
2022년 3월 기준 유튜브 뮤직의 한 달 구독료는 8690원이고 유튜브 프리미엄은 1만 450원이다. 한 달에 약 1800원만 더 내면 유튜브 영상을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 음원스트리밍 플랫폼의 이용료는 월평균 1만 원 내외다. 통신사 할인 등을 적용해도 7000원 안팎이다.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상황별 음악 플레이리스트 등을 이용할 수 있어 다른 플랫폼 대비 가격 경쟁력과 콘텐츠 차별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이에 더해 2021년 6월 유튜브는 기존 영상 1개당 1회였던 광고를 2회로 늘리고, 모든 영상에 광고를 붙이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유튜브뮤직을 무료로 즐길 수 있으므로 음원을 즐기기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가입한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기존에 쓰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하고 유튜브 뮤직으로 갈아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뮤직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어떤 플랫폼의 음악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지에 대한 조사에서 유튜브를 사용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유튜브 내에서 팝송 번역 채널, 컨셉과 상황별 맞춤형의 플레이리스트 제작 채널과 같은 음악 관련된 콘텐츠가 많아지고, 알고리즘을 통해 위와 같은 채널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유튜브뮤직’보다는 ‘유튜브’ 그 자체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이들이 꼽은 서비스 1년 이상 이용 이유는 바로 '무료여서'다. 유튜브 뮤직의 경우 유튜브 프리미엄과 결합해 제공되는 상품이기에 비용적 부담이 적고 합리적으로 느껴질 가능성은 존재하나, 반대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겐 오히려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멜론을 비롯한 지니, 네이버 뮤직, 벅스 등은 비교적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원 플랫폼이기에 사람들에게 익숙하다는 강점이 있다.
멜론 차트 영향력이 하락함에 따라 팬덤 이동이 일어났다.
멜론 음원 차트는 국내에서 오랜 시간 공신력 있는 차트로 여겨져 왔지만, 음원 순위에 대한 잦은 이슈로 신뢰도 하락, 계속해서 변경되는 차트 기준으로 영향력이 하락했다. 이런 이유로 2020년 7월 멜론은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24Hits 차트를 제공하는 대대적인 차트 개편을 실행했다. 1시간 단위의 이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실시간차트와 달리 24Hits 차트는 24시간 동안의 이용량을 반영한다. 음원 사재기에 취약한 실시간 차트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24Hits 차트로 개편되면서 신곡은 차트 진입이 어려워졌고, 응원하는 아이돌의 신곡이 발매되었을 때 차트인을 위해 총공하는 팬덤들에게는 멜론을 사용할 이유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다수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현재는 멜론 TOP100이 부활하긴 하였지만 잠깐이더라도 음원 플랫폼계의 절대 강자였던 멜론의 영향력 하락은 유튜브뮤직과 같이 성장세를 타고 있는 음원플랫폼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래도 멜론의 영향력과 브랜드 가치는 여전하다.
멜론은 2004년 서비스 출시 이후로 현재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음원 플랫폼이다. 멜론의 브랜드 가치는 그가 1위 자리를 지켜온 기간만큼이나 견고하고 비록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조금 하락하였다 한들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21년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브랜드 분석을 위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유료 음원 서비스 플랫폼으로 멜론이 꼽혔다. 멜론은 성별·연령·경제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다수의 사람에게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멜론 자체적으로도 문제 되었던 공정성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멜론은 2021년 12월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 기구 ‘멜론차트 자문회의’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공정한 차트 서비스 정책을 수립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여타 사건으로 인하여 멜론의 명성이 잠시 휘청이긴 하였지만 그들은 여전히 시장 1위 플랫폼이며, 문제 사항을 개선하려는 그들의 노력까지 고려한다면 그들의 왕관을 빼앗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상 음원 플랫폼은 주요 콘텐츠인 음원에서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한정된 이용자 풀 안에서 뺏고 뺏기는 제로썸 게임이다보니 과거 음원 플랫폼들은 서비스나 콘텐츠의 독창성을 개발하기보다는 제휴프로모션과 같은 가격 경쟁력을 얻기위한 마케팅을 위주로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튜브뮤직과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로 음원 플랫폼 시장이 더욱 치열해졌고, 더이상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기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음원 플랫폼들은 콘텐츠와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화를 해야할 것이다.
OTT 산업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 이용자들이 OTT 플랫폼 여러개를 동시에 구독하게 한 것처럼 음원 플랫폼도 각자가 가진 서비스의 장점과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는다면 단순한 경쟁구도가 형성되기 보다는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음원 플랫폼들이 앞으로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지 기대해본다.
글: 김서영, 박채영, 예시연, 한희윤, 현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