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입사원의 미국 박사 도전#5
1월부터 4월까지는 인터뷰와 합격·불합격 통보가 동시에 이어지는 시기다. 새벽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체력과 멘탈이 모두 소진된 상태였고, 메일 알림이 올 때마다 심장이 한 번씩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오퍼 메일을 받으면 4월 15일까지 최종 결정을 미룰 수 있다. 나 역시 끝까지 고민하다가 4월 14일에 다른 학교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것은 지금도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조금 더 일찍 결정을 내렸다면, 학교 측에서도 다음 학생에게 더 빠르게 연락하거나 이후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해당 학교의 교수님과는 앞으로도 학계에서 계속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도, 가능하다면 결정은 빠르게 전달하는 편이 좋다고 느꼈다. 오퍼를 취소한다고 해서 지원자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음을 정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decline 메일을 보내는 것이, 본인과 다른 지원자, 그리고 학교 모두에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오퍼를 수락하면 계약서에 서명하게 되고, 해당 계약서에는 일종의 월급(assistantship stipend)이 명시되어 있다. 참고로 미국 박사는 대부분 tuition fee 등 모든 교육비를 지원받으며 추가로 stipend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 공부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 따라서 몇 년 동안 얼마의 금액을 받을 수 있는지 명시되어 있으니, 꼼꼼히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일부 학교는 금액 조율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전공 내에서 정해진 예산이 있어 변동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실제로 모든 학생이 동일한 금액을 받고 있었다. 이 부분은 학교와 전공마다 정말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번쯤은 정중하게 어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내 장학금이나 추가 지원 제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우징은 크게 다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숙사
개인 거주
나는 바로 개인 거주를 선택했다. 이전 교환학생 시절에 이미 기숙사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기숙사를 우선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학교 선배들에게 미리 여쭤보니, 기숙사는 비용 대비 퀄리티가 많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도 가장 퀄리티가 좋다고 알려진 기숙사에 지원은 해봤지만, 결과적으로 떨어졌다. 해당 기숙사는 faculty members와 graduate students를 위한 아파트 형태라 지원자 대비 룸 수가 매우 적었다.
다행히 캠퍼스 타운이라 학교 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고, 꼭 기숙사에 거주하지 않아도 큰 불편은 없겠다고 판단했다. 내가 선택한 곳은 studio 타입이었고, 지어진 지 3년 정도 된 비교적 신축 건물이었다. 모든 것이 갖춰진 furnished였고, 무엇보다 깨끗했다. 초반에는 새로운 나라,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집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이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다만 내 기준에서는 고정비 부담이 커서, 다음 해에는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캠퍼스 타운이다 보니 몇 개의 큰 부동산 기업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Reddit에서 해당 업체들의 tier를 정리한 글들을 참고해 상위 tier부터 차근차근 살펴봤다. 엑셀 파일로 하우징 후보들을 정리해두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마음에 드는 곳으로 계약하게 되었다. 그래도 location, monthly fee, laundry condition, parking, utility(covered / uncovered) 등을 한눈에 보기 위해 정리해 두는 과정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또 하나의 팁을 덧붙이자면, early move-in이 가능한 경우가 많으니 비행기 티켓을 구매할 때 함께 고려해 꼭 문의해 보는 것이 좋다.
하우징 입실 날짜가 정해졌다면, 항공권은 가능한 한 빨리 구매하는 편을 추천한다. 여름에 가까워질수록 항공권 가격은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오퍼 메일을 승인하면 늦지 않은 시점에 학교 측에서 비자 관련 안내 메일이 온다.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오퍼 승인 후 10일 정도가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다면 반드시 학교에 문의하는 편이 좋다.
입학허가서(I-20)를 수령한 뒤, SEVIS FEE 납부 → DS-160 작성 및 제출 → 비자 인터뷰 예약 및 수수료 납부 → 대사관 인터뷰 순으로 진행된다.
I-20를 받으면 가장 먼저 SEVIS FEE를 납부해야 한다. 이 비용은 학생 신분을 관리하는 시스템 사용료로, 비자 인터뷰 전 반드시 결제되어 있어야 한다. 이후 DS-160을 작성해 제출하는데, 개인 정보와 학업 계획, 이전 이력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입력해야 한다. 작성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항목이 많아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SEVIS FEE 납부 공식사이트: https://www.fmjfee.com/i901fee/index.htm)
(DS-160 작성 공식사이트: https://ceac.state.gov/genniv/)
DS-160 제출 후에는 비자 인터뷰를 예약하고, 동시에 비자 수수료를 납부한다. 인터뷰 예약 가능 날짜는 시기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원하는 날짜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가능하면 I-20를 받는 즉시 전체 절차를 시작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비자 인터뷰 예약 공식사이트: https://www.usvisascheduling.com/)
모든 준비가 끝나면 지정된 날짜에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위에 모든 서류는 다 출력해놓아야 한다!)
광화문역 인근 출구에는 개인 사물함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노트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전자기기는 모두 보관하고 가는 것이 좋다. 여름 전에는 비자 인터뷰 대기 시간이 긴 편이라 책을 하나 챙겨가는 것도 추천한다.
나는 인터뷰에서
“왜 미국 가?”
“어느 학교, 무슨 과야?”
“이전에 무슨 일 했어?”
“왜 퇴사했어?”
정도의 질문만 받고 바로 도장을 받았다.
간혹 거절 사례도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예상 답변 정도는 꼭 준비하고 가는 것이 좋다. 비자는 며칠 뒤 직접 방문 수령하거나 택배로 받을 수 있다.
I-20 관련 주의사항
출국 전에 반드시 'STUDENT ATTESTATION'란에 서명해야 한다.
또 이후에 미국 외 국가를 방문할 경우, 학교에서 travel signature를 받아야 한다. 이 서명이 없으면 미국 재입국이 불가할 수도 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지만 처리에 시간이 걸리니 미리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다.
미국에 입국하기 전, 학교 health center에서 예방접종 증명을 반드시 확인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접종 이력이 없는 특정 항목에 대해서는 아주 소정의 금액으로 교내에서 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도착한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비용적인 부분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고 싶다면, 출국 전에 학교 health center에 미리 문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전 회사 재직 시 이용했던 검진센터를 그대로 이용했다. 전화로 예약하면서 문의해 보니, 퇴직자에게도 할인이 적용된다고 해서 꽤 만족스러웠다. 또한 해당 검진센터에는 해외 유학생을 위한 검진 프로그램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어떤 예방접종이 부족한지, 무엇을 추가로 맞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안내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절차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추가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를 통해 이전에 접종한 예방접종 증명서를 출력할 수 있다.
(https://nip.kdca.go.kr/irhp/mngm/goVcntMngm.do?menuLv=3&menuCd=341)
미리 출력해 검진센터에 제출하면 전체 과정이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출국 전 준비 단계에서 함께 챙겨두면 도움이 된다.
아, 추가로 다른 미국 교환학생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학교 교내보험을 이용 중이다. 이전 교환학생 때는 ISO(https://www.isoa.org/)를 이용했었는데, 이번에 비교헀을 때는 교내 보험으로 충분한 것 같아 추가 등록은 하지 않았다.
보통 위탁 수하물 2개, 기내 수하물 1개, personal item 1개까지 가능하다.
현대해운을 이용할지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용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수출입 규제 이슈로 인해 배송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물건은 전부 수하물로 챙기고, 필수 가구 하나(스피커)만 부모님께 부탁해 우체국 택배로 받았다.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현대해운을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또 하나, 이전 교환학생 경험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 옷 입는 트렌드가 달라 한국에서 챙겨 온 옷을 잘 입지 않게 된다. 그래서 기본 의류와 격식 있는 옷만 챙기고, 나머지는 미국에서 구매하는 편을 추천한다.
전력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이슨 드라이기의 경우 변환 어댑터를 사용해도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애초에 호환되지 않게 설계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나는 본체만 당근마켓을 이용해 120V 제품으로 미리 교체해 왔다. 전력이 안맞는 기계가 있다면 당근마켓을 한번 찾아보기를!! 꿀팁! 반대로 Marshall 스피커는 전력 호환이 가능해 변환 어댑터로 잘 사용하고 있다.
필수 용품 정리
비상약
옷(기본 / 격식 / 속옷)
전자제품
책
젓가락
이불
변환 어댑터
충전기
서류/여권
필기구
유심/이심(민트모바일 1년 계약 추천: http://fbuy.me/vkpJZ)
이 정도만 챙기고, 나머지는 미국에서 구매하는 편을 추천한다.
출국 전에 추천서를 작성해 주신 교수님들과, 그 외 도움을 주신 교수님들께 꼭 감사 인사를 드렸다. 특히 추천서를 써주신 교수님께는 소정의 감사 선물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전 대학원 준비 단톡방에서는 교수님께 선물을 드려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도 있었지만, 본인의 상황에 맞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의 감사 표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추천서 작성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교수님의 시간뿐 아니라 노동, 그리고 이름까지 빌리는 일종의 보증서라고 느낀다. 특히 윗사람에게 이러한 부탁을 드렸다면, 감사의 표현은 예의이자 관계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학생 입장에서 큰 선물은 부담스럽겠지만, 작은 선물과 진심 어린 감사 인사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생한 나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고 싶었다.
일정한 휴식이 있어야 다음을 버틸 힘이 생긴다.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다녀왔다. 그때의 기억들이 이후 한 학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박사라는 긴 여정을 시작하기 전, 고생한 자신을 위한 충전의 시간을 꼭 가지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hphzAIwwTm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