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입사원의 미국 박사 도전#4
5월 1일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첫 지원 마감일은 12월 1일. 남은 기간은 정확히 7개월이었다.
특히 자정·새벽 퇴근이 일상이던 직장인이라면, 퇴사 후 마음이 더 급해질 수 있다. 나 역시 “차라리 회사 다니면서 영어 성적이라도 따둘 걸”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TOEFL이나 GRE는 시험 시간만 해도 각각 기본 2시간. 업계 특성상 하루 종일 연락이 오고, 당일 양해를 구해 시험을 본다 해도 혼자 모의고사 한 세트를 푸는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 포스팅 역시, 평일 저녁·주말 가릴 것 없이 업무 연락이 이어지는 직장인 분들께 조금이라도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리했다.
각 챕터마다
“회사 재직 중이라면, 최소 이건 이때 해두면 좋다”
라는 포인트도 함께 적어두었다. 내가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최종적으로 Communications & Media / Marketing 양쪽에서 한 곳씩 오퍼를 받고 추가 두 곳에서 waitlist를 받았기 때문에, 비즈니스 스쿨이나 일반 사회과학 PhD를 준비하는 분들께 특히 참고가 될 것 같다.
이전까지 토플을 한 번도 풀어본 적이 없었다. 교환학생 시절에도 IELTS를 준비했기 때문에, “비슷하겠지”라는 막연한 감만 있었을 뿐 시험 구조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IELTS를 그대로 준비할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간혹 IELTS를 받지 않는 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무엇보다 영어 성적 때문에 지원 자체를 못 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TOEFL을 선택한 이유는 시험의 성격이었다. TOEFL은 미국 대학 수학 능력 시험에 가깝고, 실제 논문에서 발췌한 지문이 많다.
석사 졸업 후 회사에 다니며 영어를 쓴 경험이라곤 업무 메일이나 기사 번역 정도였기에, 다시 박사과정에 들어가 논문을 읽고 쓰는 감각을 이 시기에 함께 회복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영역별 난이도였다.
일반적으로
TOEFL은 Reading / Listening이
IELTS는 Speaking / Writing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내 영어 시험의 최대 복병은 언제나 스피킹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자신 있는 리딩·리스닝이 받쳐주는 TOEFL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선택의 진짜 난관은 Speaking이었다.
Reading, Listening, Writing은 만점으로 나왔지만 Speaking 점수만 일정 구간에 머물렀다. 어휘도, 문장 구조도, 질문에 대한 답변도 분명 맞게 했다고 느꼈는데 점수는 오르지 않았다. 학원을 다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 이건 발음 문제구나.”
TOEFL Speaking은 발음의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큰 시험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고질적인 발음 문제를 단번에 바꾸긴 역부족이었지만, 내가 효과를 봤던 방법은 두 가지였다.
ChatGPT와 실제로 대화하며 내가 어색하게 발음하는 부분을 직접 피드백받기
휴대폰 녹음 기능으로 계속 말하고, 듣고, 다시 말하기
말하기만 해서는 절대 알 수 없다. 내 발음이 어떻게 들리는지 ‘들어봐야’ 알 수 있다.
스피킹 점수가 특정 구간에서 고착돼 있다면, 문법이나 내용보다 발음 교정을 먼저 의심해 보길 추천한다.
시간/돈 아끼기 TIP
온라인 강의 환급/무료 코스(eg., 시원스쿨)로 TOEFL 구조 파악
약한 영역만 선별적으로 학원 수강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모의고사 양치기면 충분
1) Reading: 출제자가 선호하는 답의 패턴 파악
2) Listening: 반복 노출
3) Writing: 신선하고 구체적인 만능 스크립트 준비
(나는 ‘임신한 이모의 산후우울증 → 정책·가족 지원 → 직무 성과 향상’ 스토리를 만들어 계속 사용했다)
4) Speaking: 스크립트 + 발음 교정 + 녹음 반복
코로나 이후 GRE를 요구하지 않는 학교가 많이 늘었다. 하지만 나는 비즈니스 스쿨 PhD도 함께 지원했기 때문에 GRE가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GRE를 준비한 것은 영어 실력 전반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됐다. 다만 필수는 아니니, 본인의 지원 전략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GRE 준비를 독학으로 시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직장 동료가 자료를 보내주기도 했지만, 그 방대한 분량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이걸 혼자 계획 짜서 하면, 시간만 날리겠다.
당시 학교 서칭, SOP 구상 등 병행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에, 고민 없이 해커스 정규 커리큘럼을 선택했다.
돌아봤을 때도, 이 판단은 꽤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GRE는 시험 자체도 어렵지만, 시험의 언어와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시험이다.
솔직히 말하면, Verbal을 처음에 조금 쉽게 봤다.
영어 리딩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업무상 영문 기사나 자료도 꾸준히 읽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GRE Verbal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
가장 비슷한 느낌을 비유하자면,
한국어로 “자기 개발”이 맞는지 “자기 계발”이 맞는지를 문맥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를 영어로, 그것도 제한 시간 안에 푸는 시험이다.
단순한 어휘 문제가 아니다.
미묘한 뉘앙스, 논리적 흐름, 문장 구조를 모두 동시에 봐야 한다. 장문 지문은 읽을수록 더 괴로웠다.
19–20세기 초반 철학 논문을 읽는 느낌이랄까. 문장은 길고, 추상적이고, 친절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해하려고 읽으면 안 된다
GRE Verbal은 이해력 시험이 아니라 ‘판별력 시험’에 가깝다.
문장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논리 구조와 단서만 잡아내면 풀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직장인이거나, 오프라인 강의를 듣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온라인 강의도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Quant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웠다.
수학 자체가 어렵기보다는, 시간 관리와 실수 방지가 관건이다.
개념 강의를 한 번 정리한 뒤에는 계속해서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새로운 문제집을 늘리기보다는
이미 푼 문제를 다시 풀며 실수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GRE 준비 과정에서 Writing에는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덜 썼다.
Verbal과 Quantitative에서 우선적으로 지원에 필요한 점수 확보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물론 Writing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 안에서 어디에 힘을 줄 것인지는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장인 & 퇴사자 기준 GRE 정리 TIP
Verbal는
단어 암기는 재직 중에 최대한 해두기
이미 퇴사했다면 무조건 기출 돌려서 감 익히기(강의 추천)
Quant
강의 한 번 정리 후, 문제 반복
Writing
기본 구조만 익히기
CV는 단순한 이력 정리가 아니라,
이 사람이 박사과정을 할 준비가 되었는가
를 한 장으로 설득하는 문서다.
회사에서는 경력이 쌓일수록 CV가 점점 길어지지만, PhD 지원용 CV는 오히려 반대다.
얼마나 많이 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연구자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CV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질문이 이거였다.
“엔터 업계 경력이 박사 지원에서 과연 플러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연결만 된다면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연결되지 않으면 오히려 노이즈가 된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원하려는 학과 교수님들과 재학생들의 CV를 최대한 많이 모아보는 것이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부분 공개되어 있고, 이걸 몇 개만 봐도 각 학과가 어떤 순서와 논리를 선호하는지가 보인다.
그다음 단계는 ‘나를 거기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연구자로 보이고 싶은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CV 상단에
Research Interests를 명확하게 쓰고
모든 경력 설명을 “그래서 이게 연구로 어떻게 이어지는가” 관점에서 다시 정리했다.
직장인 분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포인트는
“Education을 앞에 둘까, Professional Experience를 앞에 둘까”일 텐데,
일반적으로 PhD 지원에서는 Education을 앞에 두는 것이 정석이다.
나는 엔터·미디어 산업에서의 경험이 지원 전공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교육/관심연구 다음에 바로 업무 경험을 배치했다.
중요한 건 순서 자체보다, 각 항목이 ‘연구자로서의 나’를 설명하고 있는지다.
CV는 가능하다면 반드시 한 번은 첨삭을 받길 추천한다. 방향성이 잡힌 상태에서의 첨삭은 시간 대비 효율이 굉장히 높다.
직장인 CV 정리 기준
“멋있어 보이는 경력”보다 “연구와 연결되는 경험”
연관 없는 경력은 과감히 삭제
각 bullet마다
→ 그래서 이 경험이 내 연구 질문에 어떻게 이어지는가? 를 자문하기
틀을 잡아 놓았다면, 첨삭 통해 시간 아끼기
SOP는 지원 과정에서 가장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단계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개인적인 문서이기도 하다.
CV가 “이 사람이 뭘 해왔는가”라면,
SOP는 “이 사람이 왜 이 연구를 하려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SOP에는 정답이 없다.
나 역시 수십 개의 SOP를 읽어봤지만, 정말 하나도 같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 “이게 좋은 SOP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이게 나다운 SOP인가?”를 먼저 고민했다.
SOP를 크게 네 덩어리로 구성했다.
지금의 연구 관심으로 오게 된 배경
이전 연구와 현재 관심 있는 연구 질문들
이 학교·이 학과가 왜 중요한지
레퍼런스 및 향후 연구 방향
1번 문단은 거의 모든 학교에서 동일하게 사용했다.
다만 너무 유년기 이야기로 가지 않도록 주의했다.
학문적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정도의 배경만 사용했다.
2/3번 문단에서는
하고 싶은 연구를 3개의 큰 토픽으로 정리해 두고,
각 학교에 맞게 2개씩 선택해서 조합했다.
4번 문단은
단순히 교수님 이름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 학교의 이 자원이 필요한가”
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이 과정에서 지원 교수님의 논문을 직접 읽고 언급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됐다. 설령 커미티에 그 교수가 없더라도, 교수들은 서로의 연구를 대부분 알고 있다.
SOP는 혼자 붙잡고 고민할수록 객관성을 잃는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자
요즘은 ChatGPT도 훌륭한 보조 수단이 된다.
이건 다소 선택적인 전략이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께 컨택 메일을 보낼 때, CV를 PDF로 첨부하고 동시에 개인 사이트 링크 하나를 함께 보냈다.
이유는 단순했다.
교수님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메일을 받는다.
PDF를 열어보는 것보다, 링크 하나를 클릭하는 게 훨씬 부담이 적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다.’
텍스트만 있는 CV보다, 한 번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이는 사이트가 교수님 머릿속에 훨씬 오래 남는다.
또 하나의 장점은,
이 사이트가 박사과정에 들어간 이후에도 계속 자산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Research, Teaching, CV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About
CV
Research
Teaching (선택)
Professional Experience (선택)
지원 과정에서 의외로 멘탈을 갉아먹는 단계다.
학교마다, 심지어 같은 학교라도 학과마다 요구사항이 다르다.
어떤 학교는
스캔본 업로드만 요구하고
어떤 곳은 사설 인증 기관(WES 등)을 요구한다.
그래서 지원 초반에 엑셀 파일 하나를 만들어 각 학교별 요구 사항을 전부 정리해 두었다.
이걸 미리 안 해두면,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정말 정신이 없다.
혹시 몰라 WES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이 경험 이후로 느낀 건 하나였다.
학교 서칭은 최대한 빨리 끝내자.
그래야 불필요한 비용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팁은,
영문 / 국문 성적표
졸업증명서
를 모두 PDF + 실물로 미리 준비해 두는 것.
마감 직전에 서류 발급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려면 정말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미디어 계열은 상대적으로 인터뷰가 없거나 간단한 경우도 많다.
반면 비즈니스 스쿨은 다르다. 인터뷰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2~3차 인터뷰를 보는 학교도 흔하고, 학교마다 묻는 포인트도 전부 다르다.
그래서 인터뷰 준비 역시 엑셀 파일로 완전히 구조화했다.
나올 수 있는 질문 유형 정리
각 질문에 대한 핵심 메시지 정리
학교별로 강조 포인트 메모
특히 중요한 건 본인의 연구를 정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연습이다.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는 괜히 아는 척하기보다,
지금은 명확히 답하기 어렵지만, 이런 방향으로 보완하고 싶다.
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신뢰를 준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인터뷰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미리미리 연습하고 툭치면 나올 정도로 연습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기소개
기존 연구에 대한 심층 질문
티칭 경험
왜 우리 학교 / 우리 학과인가
관심 교수
향후 연구 계획
강점과 약점
질문 있나요?
인터뷰 TIP
예상 질문 엑셀로 정리
마지막 질문은 반드시 준비 (연구 관련 질문이면 가장 좋다)
인터뷰 전, 대학원 행정 담당자나 재학생에게 분위기 정보 수집
지원 포털 상태 꾸준히 확인 및 팔로업
박사지원생 정보 공유 사이트 체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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