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한 작사가, 김이나
“이 달콤한 게 내게 해로울 리 없잖아”
발음하기 부끄러운 노래 제목으로 유명한 대.다.나.다.너는 제목 장벽을 넘은 사람에게는 나름 인정받는 띵곡이다. (옐로 버드는 대체 왜...) 가사도 ‘어떻게 이렇게 사랑을 표현했을까?’ 싶은 구절이 많다. 가장 감탄스러운 부분은 ‘사랑에 빠진 나’를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하이드’에 비유하고 있는 부분이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 내가 미쳐가기 전에” “내 안에 너밖에 모르는 미친 사람이 생겼어”
등 단순히 사랑 고백이라기에는 과격한 가사들이 등장한다. 대.다.나.다.너의 이전 활동곡인 ‘hyde’에서 지킬이 하이드에게 몸을 뺏겼는지 아닌지 여부는 차치하고 이 곡만 살펴보자면, 내 안의 ‘나도 모르던’ 이상한 존재는 ‘너’의 사랑으로 인해 깨어났으며, ‘너밖에 모르는’ 것을 특성으로 한다.
이렇게 스윗한 하이드라니! 김이나 작사가가 사랑에 빠진 사람을 표현하는 독특한 상상력이 놀랍다.
글_연인지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이었기에 이별은 더욱 어렵다. 가족과, 친구와, 이성과의..
애인이라는 연인(戀人)과의 헤어짐이 힘든 이유는 그것을 인정하는 시간이 부족해서였을 것이고,
부모라는 연인(戀人)과의 이별은 받은 그만큼 되돌려주지 못해서가 아닐까.
상대가 떠나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그저 함께 기억을 쌓을 수 있었던 지난 날들에 감사할 때,
우리는 담담하게 이별을 말할 수 있다.
박효신과 김이나의 Goodbye에서는 그 사이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긴 시간끝의 Good, Bye다.
부모님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 난 그들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을까.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까.
연인과 다른 길을 걷기로 결정했을 때, ‘잘가’라는 인사말을 건넬 수 있을까.
내리쬐는 여름에 만난 너의 웃음을 겨울 칼바람에 보낼 수 있을까.
*연인(戀人): [명사] 서로 연애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 또는 몹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
글_김서영
"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열두 개로 갈린 골목길"
요즘 난 매일이 갈림길에 서있는 기분이다. 이런 생각이 들때면 고3 때 원하는 대학교에 불합격한 내게 영어 과외쌤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앞으로 인생은 다양한 길이 있을꺼야.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곡선으로 가는 사람, 지름 길로 가는 사람. 수 백가지의 다양한 삶이 있지. 이 중 절대 잘못된 길은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이 말을 26살까지 마음에 꼭 품고 살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마지막 길찾기라 생각했던 19살의 갈래에서 더 큰 갈래의 길을 또 마주했으니 말이다.
"운명으로 친다면,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아이유는 판타지의 3부작인 ‘분홍신’으로 동화 피날레를 매듭지었다. 그럼 그 다음은? 현재 그는 ‘지은이’로 또 다른 음악적 세계관을 구축하며 솔로 아티스트로서 최정점에서 섰다. 가사에 걸맞게 공연,연기,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주 좋게 맞는 길만 척척 골라내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이러한 그의 성장스토리가 담긴 서사 때문인지 이 파트를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를 힘을 얻는다.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든 그건 늘 네 삶의 정답일 것이라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위로가 되는 곡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선택에 대한 부담을 덜고 찬찬히 내 갈 길을 걷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음악. 가벼히 매일을 분홍신으로 걸어가야겠다.
글_김희수
“별일이 아닐 수 있다고 사소한 마음이라고
내가 내게 자꾸 말을 하는게 어색한걸
사랑인가요 그대 나와 같다면 시작인가요“
혼자 읊조리듯 가사를 읽게 되는 묘한 매력. 김이나 작사가의 노래에는 그런 묘한 매력이 있다. 흔한 감정이지만 뻔하지 않고, 특별할 것 없는 가사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이야기 한편이 그녀를 통해 세상으로 나온다. ‘사랑인가요’는 김이나의 첫 히트곡이기도 하지만 40분만에 완성한 가사라는 것이 믿겨지질 않을 만큼,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의 간질간질한 마음을 잘 표현해 낸 곡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멜로디가 외모라면 가사는 성격”이라고 표현하면서 대중가요의 가사를 두고 “한 인물이 사랑과 이별에 대처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 이것이 김이나 작사가의 남다른 ‘색’이라고 생각한다.(...)
글_임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