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공간, 그 한계와 가능성
현재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받는 키워드는 ‘메타버스'이다. Google Trend 기반 SPRi Analysis에 따르면 2021년부터 ‘메타버스’ 검색 양이 급속하게 증가했으며, MS,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메타버스 성장은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적용범위 역시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산업 역시 메타버스를 색다른 이벤트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팝 아티스트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신곡 콘서트를 열면서 ‘메타버스 콘서트’의 불씨를 지폈다. 포트나이트는 사용자가 게임을 프로그래밍하여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다. 포트나이트 사용자는 본인의 캐릭터로 콘서트 맵에 입장하여 트래비스 스캇을 똑 닮은 메타버스 캐릭터가 보여주는 신곡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본 콘서트는 3일간 총 5차례 진행됐으며 약 2770만 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굿즈 판매 수익을 포함하여 콘서트 매출은 약 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하루 평균 67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고, 이는 하루 평균 170만 달러를 벌어들인 2019년 오프라인 콘서트보다 더 막대한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다. 가상현실 콘서트에 대한 여러 우려를 깨며 메타버스 콘서트의 가능성을 증명했던 대표적 사례이다. 이외에도 국내 대표 연예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는 신인 여자 아이돌 에스파(aespa) 멤버와 닮은 메타버스 아바타를 탄생시켜 다양한 공연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음악 산업에 한 획을 긋고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메타버스의 가치가 더욱더 증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 콘서트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실제 메타버스 콘서트에 참여한 관객들도 아쉽다는 평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과연 메타버스 콘서트는 오프라인 콘서트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을까?
본 토론에 앞서, 작가진들은 먼저 ‘메타버스'를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과연 메타버스란 무엇일까?
‘메타버스(Metaverse)’는 상위의, 넘어서라는 뜻의 ‘Meta’와 현실세계라는 뜻의 ‘Universe’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가상공간으로 처음 등장했다. 가상적으로 확장된 ‘물리적 현실’과 물리적으로 영구화된 ‘가상 공간’이 융합하며 사용자가 그것을 경험할 때에 혼재한다. 메타버스라는 세계 자체가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마다 정의하는 메타버스가 상이하다. 특히 음악 공연 산업은 이전부터 4DX, AR, VR과 같은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해왔기 때문에, 메타버스의 시작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우리는 메타버스를 “가상현실 세계"로 정의했고, 가상현실 기술이 포함된 모든 콘서트를 “메타버스 콘서트"라고 해석했다.
메타버스 콘서트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없다.
오프라인 콘서트는 특정한 날짜와 공간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주로 콘서트가 열리는 국가의 거주자만이 콘서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내한 공연 이외에는 해외 팝 스타의 공연을 보는 것이 어렵다. 유명 아티스트는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열기도 하지만 보통 선진국이나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순회한다. 여전히 일부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볼 기회를 얻기 힘들다. 또한 해당 지역 거주자라고 할지라도, 여타 이유로 특정 날짜에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공연을 볼 수 조차 없다. 반면 메타버스 콘서트의 경우, 다양한 시간에 공연을 보여주며 녹화 영상도 배포하기 때문에 더욱 쉽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메타버스 콘서트는 오프라인 콘서트보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높다.
오프라인 콘서트를 제작하기 위해선 많은 제작비가 요구된다. 수십명의 인건비는 물론이며 공연 설치비, 의상비, 장소 대여비 등 막대한 지출이 따라온다. 따라서 공연의 질이 높아지거나 규모가 커질 수록 티켓 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는 한정된 금액에서 문화 생활을 즐기는 소비자에게도 꽤나 부담이 되는 금액이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콘서트를 즐길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메타버스 콘서트의 경우, 처음 기획 단계의 기술 개발비를 제외하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가 투입된다. 콘서트가 온라인 상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장소와 의상을 빌릴 필요도 없으며, 공연장을 설치할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콘서트를 관리할 소수의 인력만이 필요하다.
VR/AR/XR기술과의 결합으로 메타버스 콘서트의 실재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현재 시각, 청각, 촉감 등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콘서트는 인간의 감각과 직결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반한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은 메타버스 콘서트 환경을 더욱 개선시킬 수 있다. 메타버스 콘서트가 논의되기 이전부터 4DX, VR을 활용한 다양한 콘서트를 제공해왔다. 이러한 가상현실 콘서트가 지속적으로 개발 및 투자가 이뤄진다면, 메타버스 콘서트의 현장감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공연에서 실현시킬 수 없는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현실에 있지 않은 가상 공간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보다 색다른 연출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MAMA>공연에서 에스파는 AR기술을 활용하여 메타버스 아바타 ae를 공연에 투입해 실제 아티스트간의 협동 공연을 보여주었다. 또한 <SMTOWN LIVE: Culture humanity> 콘서트에서는 헬기, 불과 같이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볼 수 없는 효과나, 용과 같은 상상의 동물을 창조해 재미와 신선함을 더했다.
현재 가상현실 기술로는 메타버스 콘서트는 오프라인 콘서트의 현장감을 따라갈 수 없다.
콘서트에서 현장감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관객이 콘서트를 찾는 이유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관객과 아티스트 간의 직접적 상호작용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콘서트장이다. 관객과 관객 간의 상호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다른 관객과 함께 환호하고, 뛰고, 떠들고, 응원하는 행위 자체가 콘서트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메타버스 콘서트에선 관객과 아티스트 간, 관객과 관객 간의 상호작용이 다소 적은 편이다. 일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관객의 참여행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영상으로 펼쳐지는 공연이기 때문에 이미 녹음된 음원을 듣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메타버스 콘서트 관객은 차별화된 경험을 소비하기 힘들다.
콘서트를 가는 이유는 가수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도 있지만, 남들과 차별되는 경험을 소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성행했던 대부분의 오프라인 콘서트는 돌출 무대를 설치해 아티스트가 더 많은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또한 각 공연마다 같은 퍼포먼스를 기획하더라도, 공연 중간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다른 공연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때문에 팬덤도 콘서트의 첫콘, 막콘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케이팝 팬덤은 콘서트장에서 찍은 아티스트의 사진을 온라인 상에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개인만의 각별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메타버스 콘서트의 경우, 돌발 상황이나 깜짝 이벤트는 발생하기 힘들다. 대부분 녹화한 영상이나 아바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K-POP 팬 특성과 메타버스 콘서트의 특성이 일치하지 않는다.
팬덤에 소속된 이라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얼굴을 직접 보고 교류하기 위해 콘서트를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은 ‘보는 음악’으로 성공을 거둔 케이팝 문화에서 많이 나타난다. 포트나이트(Fortnite) 콘서트를 비교해보자. 똑같은 플랫폼에서 콘서트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아티스트인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콘서트에선 아티스트를 닮은 캐릭터를 보여주는 반면, 국내 아티스트인 BTS 콘서트에선 그들의 실물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케이팝 팬들은 케이팝 아이돌을 닮게 만든 그래픽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케이팝 시장에서는 무한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메타버스 콘서트의 장점이 100% 발현되기 어렵다.
시공간의 제약을 없앤 반면, 특정 플랫폼에만 콘서트가 오픈되어 접근의 장벽을 높였다.
메타버스 콘서트의 대부분이 온라인 게임 플랫폼에서 진행되었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가상현실에서 펼쳐지는 놀이이기 때문에 메타버스 콘서트를 열기 적절한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티스트의 팬이 해당 게임 유저일 확률은 희박하다. 게임을 하지 않는 관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메타버스 콘서트를 보기 위해 게임을 다운로드한 후 계정에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메타버스 콘서트 티켓을 구매 시 제공하는 온라인 굿즈 역시 게임 아이템이다. 기존 게임 사용자가 아닌 관객들에겐 온라인 게임 굿즈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또한 좋은 환경을 위한 조건으로는 큰 스크린과 음질이 좋은 최신 컴퓨터, 노트북 등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콘서트가 시공간의 제약을 줄였지만 또 다른 장벽을 쌓고 있다.
지금까지 메타버스 콘서트가 성행한 이유는 음악 팬들이 진지하게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기 보단, New thing으로써의 신기함과 새로움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메타버스 콘서트는 대중들에게 노래를 알리기 위한 일종의 홍보 수단으로써 역할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새로운 것은 낡은 것이 되고, 신선함은 진부함으로 변한다.
첫째, 메타버스 콘서트가 팬/팬 & 팬/아티스트 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개선시키기 위해, 일종의 상호작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팬덤 응원봉은 원격으로 연결되어 각 공연에 맞는 색상을 내뿜을 수 있다. 응원봉의 원격서비스 덕분에, 개인의 공간에서 콘서트를 즐기더라도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팬끼리 채팅창을 통해 소통하는 행위를 넘어, 함성/박수 기능과 같이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다면 소속감과 현장감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메타버스’ 자체가 아직 모호하고 멀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 편하고 어렵지 않은 온라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 플랫폼에서만 메타버스 콘서트를 개최하기 보단, 음악 팬들이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관객들의 유입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기술 기업과 음악 기업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국내 연예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여타 빅테크 기업에 비해 자본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직접 가상현실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 연예 엔터테인먼트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중심을 두고 있는 기술기업과 협업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실제로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의 메타 휴먼 기술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독자 세계관과 개성 가득한 캐릭터로 구성된 아이돌 프로젝트 ‘메이브(MAVE:)’ 기획 중이다. 이처럼 각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잘 조합한다면 매력적인 메타버스 콘서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메타버스 콘서트의 성공을 확신하기 섣부르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가상현실 기술의 힘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또한 메타버스 콘서트가 갖고 있는 명확한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미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메타버스 콘서트에 대한 편견을 갖거나 오프라인 콘서트의 대체제로써 여기지 말고, 오프라인 콘서트와 함께 제공되는 보완재로써 여길 필요가 있다. 음악 콘서트의 한 종류로써 메타버스 콘서트에 대해 고민하고 발전시킨다면, 더욱 개선된 콘서트 환경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서영, 박채영, 예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