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럴 때 있잖아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포근포근한 비 냄새가 코 끝을 스칠 때.
그럴 때는 해님이 보이지 않아 어두침침해서 아침이 아침이 아닌 것만 같고, 기분이 뭔가 축 처지는 듯하잖아요. 그러면서도 평소와는 다른 공기 냄새와 느낌과 분위기에 묘한 설렘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비 오는 날의 산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구요. 저도 비가 보슬보슬 내릴 때면 밖에 나가 우산 아래로 들리는 '토독토독' 소리를 들으면서 산책하기도 해요. 비에 젖은 풀, 비에 젖어 까만 털이 더 새까매진 비둘기와 까치, 찰박찰박해진 흙, 형형색색의 다양한 우산들을 보고, 시원하면서 포근한 비 내음을 느끼며 하는 산책은 꽤나 즐겁답니다.
유치원 다닐 적에 비 오는 날이면 엄마는 꼭 제게 고무장화를 신겨주셨어요. 전 그걸 신으면 발에 물이 절대 안 들어갈 줄 알고 더 난리법석을 피우며 사방천지를 돌아다녔다지요. 한참을 빗속에서 놀다가 다리를 내려다보면―너무 신나게 놀았나 봐요―고무장화 경계선 부분의 살에 빨간 자국이 둥그렇게 남아있더라구요.
울퉁불퉁한 콘크리트 바닥에 드문드문 빗물이 고여있는 걸 자세히 보면, 어떤 부분에는 기름이 퍼졌는지 무지개 띠가 그려서 있는 곳이 있잖아요? 어릴 땐 그게 어찌나 신기하고 예쁘던지, 그 앞에 쪼그려 앉아 가만히 구경하기도 했어요.
비와 관련된 기억은 비 올 때마다 조금씩 생각나요. 어렸을 때 빗길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주르륵- 넘어진 기억, 비 오는 날 하굣길에 만난 큼직한 개 한 마리가 줄곧 비 맞고 있어 '어떡하지...'라며 당황 반 걱정 반 했던 기억, 하교를 앞두고 급작스레 비가 온 날 우산이 없어 당혹스러워했지만 엄마나 아버지가 우산 들고 학교 앞에서 환하게 절 맞아주시던 기억, 뭔가 하루 종일 일이 제대로 안 풀려 우울한 날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더 기분이 처졌던 기억, 엄마가 비 오는 날 기분 내자면서 지글지글 맛난 부침개를 해주셨던 기억.
비 오는 날은 비 내음 때문일까요? 그날만의 고유한 분위기 때문일까요? 옛날 기억들이 평소보다 더 잘 떠오르더라구요. 우리가 비 오는 날에 센치해지는 게 이유가 있다니까요. 하하.
당신 이야기지만, 실은 내 이야기.
내 이야기지만, 실은 당신 이야기.
음악을 쓰는 여자의 더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