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장 - 그대는 그대로
아티스트 : 스텔라장(Stella Jang)
장르 : 포크
발매 : 2017.07.12
배급 : 로엔 엔터테인먼트
싱글 앨범 [그대는 그대로]의 수록 곡
언제부터였을까?
앞으로 무얼 하며 살까?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내가 계속할 수 있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일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끊임없이 자문을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때늦은 2018년 1월 말, 나는 그 언제가 정확히 언제인지 확인하고 싶어 작년 다이어리를 펼쳐본다.
2017년, 정신없이 회사를 다녔다.
대학 졸업을 한 지 두 달이 겨우 지난 시점인 2016년 10월에 입사하고, 잦은 야근과 밤샘과 주말 출근을 기본 아이템으로 장착하게 된 나였다.
다이어리를 팔락팔락 넘겨본다.
와... 정말 바빴구나, 나.
새벽 2시 퇴근, 3시 퇴근, 세상에나, 5시 퇴근도 있네... 내가 택시를 이렇게 많이 탔었나?
토요일 출근, 그리고 일요일 출근, 제안서를 밤새서 쓰고 월요일에 제출... 밤샘은 또 왜 이렇게 많이 했대?
그 와중에 틈틈이 책도 읽고, 자취방도 알아보고, 친구들 만나겠다고 악착같이 약속도 잡았네.
참 열심히 살았구나. 아니, 참 쉬지를 못했구나.
그러다 8월 8일에 쓰여있는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음악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가 속한 세상이
그대를 지치게 하고
그대가 그대가 아닌
사람이기를 강요하네
그대가 속한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라는 한 사람이 있네
세상의 어둠이 짙어
그대가 길을 잃을 때
내가 빛이 되고 싶어
그대는 그대로
그냥 그대인 채로 남으면 돼
그대가 속한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있네
그대가 그대 다움에
난 그댈 보며 미소 짓네
세상의 어둠이 짙어
그대가 길을 잃을 때
내가 빛이 되고 싶어
그대는 그대로
그냥 그대인 채로 남으면 돼
그대는 그대로
그대는 그대로
세상의 어둠이 짙어
그대가 길을 잃을 때
내가 빛이 되고 싶어
그대는 그대로
그냥 그대인 채로 남으면 돼
※ [음악을 쓰는 여자의 뮤직 에세이] 즐기는 방법 : 위의 음악과 함께 글 읽기 :)
숨구멍이 막히다
그대가 속한 세상이 그대를 지치게 하고
그대가 그대가 아닌 사람이기를 강요하네
8월 여름휴가 전까지는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숨 돌릴 틈도,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가 시간도, 조용히 사색을 즐길 여유도 없었다. 정신적인 숨구멍이 막힌 것이다.
부모님 몰래 꽤 울기도 했다. 가슴은 계속 갑갑했다. 쉬는 날에도 불안함에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딱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누가 툭 건드리면 왈칵 눈물을 쏟을 정도로, 나는 심하게 지쳐 있었다.
그렇게 여름휴가를 맞이했다.
8월 4일부터 8월 8일까지, 5일간의 휴가 동안 일본에 있는 이모집에 가서 오래간만에 잠도 푹 자고 바다도 맘껏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뒹굴거릴 때는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봤다. 주로 오케스트라나 뮤지컬 플래시몹 영상을 봤는데, 어찌나 설레던지. 그러면서도 어찌나 슬프던지. 내가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는데, 중학생 때부터 그렇게 음악을 쫓아다녔는데, 십 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이런 영상을 부럽게만 보는 꿈 잃은 사람이 됐구나, 싶어서.
좀 웃긴 게, 사실 난 음악의 길에 힘껏 도전해본 적도 없으면서 음악에 미련이 계속 남았다.
앞이 안 보이는 막막한 길에 나를 내 던져볼 정도로 용감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음악을 항상 원하고 찾는 나였다.
너, 음악 안 할 거야?
이모가 내게 물었다. 앞으로 뭐 할 거냐고. 뭐가 하고 싶냐고. 지금 하는 이 일은 아니지 않냐고.
나는 우물쭈물했다. 저 질문들 중에 하나라도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모가 다시 물었다. 너, 음악은 안 할 거야? 음악 하고 싶어 했잖아. 왜 음악 안 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 속에만 계속 담아두는 것과 누군가에게 그 '하고 싶은 것'을 명확히 듣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이모 말을 듣는 순간 퍼뜩 정신이 차려졌다.
그래, 맞아. 난 음악을 좋아해. 회사 다니는 거 말고 음악이 하고 싶어.
나, 음악 할까?
일본에서의 휴가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이 바로 출근이었기 때문에 휴가 전까지 미루고 미뤘던 책꽂이 정리를 했다. 그동안 써왔던 다이어리, 대학교 교재, 강의 프린트, 공책, 읽었던, 읽을 책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어지러이 꽂혀 있었다. 차근차근 정리를 하면서 문득 대학생 때 쓴 공책들을 펴 읽어봤다.
[음악 하고 싶어]
이 말이 얼마나 많이 보이던지.
그리고 자작곡 코드나 가사가 적힌 흔적들, 화성학을 공부한 흔적들도 곳곳에 보였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나, 정말 한결같이 음악을 좋아했구나. 좋아하는구나.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처음엔 음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스러움에 울었다. 그러다가 이런 내가 안쓰러워 또 울음이 터졌다. 그러다가 세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음악을 포기한 기간이 몇 년인지.
딱 10년이다. 14살 때부터 난 뮤지션이 되고 싶었다. 24살이 되어버린 나도 아직 뮤지션의 꿈을 품고 있었다.
내 안의 목소리가 말했다.
10년이면 오래 참았다. 이제 그만 참고 부딪혀보자. 더 이상 후회하지 말자.
그래, 해보자!
바로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음악 하고 싶다고 하면서.
대표님이나 다른 직원 분들이 내 선택에 대한 위험 요소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말리시는 등 퇴사하는 데에 약간의 역경이 있었지만, 결국 2017년 10월 27일부로 가족들, 친구들, 주변 모든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퇴사했다.
퇴사하기까지 용기를 불어넣어준 이들에게 정말 고맙다.
그중에서도 특히 "음악 해. 인생 짧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해."라고 말해준 MJ,
내 자작곡들을 듣고 "이 정도면 네가 왜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아."라고 말해준 YU,
도대체 왜 음악 안 하냐고 하면서 "이미 언니만의 음악이 완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닥치고 그냥 하세요."라고 말해준 SH.
나 음악할까? 라는 물음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해라!"라고 말해준 지금의 룸메이트 NY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다 큰 막내딸이 갑작스럽게 '퇴사하고 싶다, 음악의 길을 걷고 싶다' 라고 발언했을 때 무시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네가 하고 싶다면 해라'라고 존중해준 엄마, 아버지.
퇴사 생각이 충동적일 수 있다며 음악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오라는 대표님의 말씀을 듣고 괴로워하는 내게 엄마는 "힘들면 그냥 나와. 엄마랑 아버지는 네 삶에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지금까지 봐와서 잘 알아. 네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데 구체적인 계획을 들려줄 필요는 없어."라고 말해주셔서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 감사하고 감사하다.
그대는 그대로
세상의 어둠이 짙어 그대가 길을 잃을 때
내가 빛이 되고 싶어
그대는 그대로
그냥 그대인 채로 남으면 돼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음악을 하고 싶어 했다.
돌아돌아 이제야 결국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길로 오기까지 긴 방황이었다. 앞으로의 음악 길 또한 더욱 길고 험난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꿋꿋이 걸어갈 것이다.
용기의 빛을 건네준 수많은 이들 덕분에 막막한 음악 길이 10년 전보다는 훨씬 밝게 보인다.
[음악을 쓰는 여자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