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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상 Aug 29. 2023

"기다릴게 나 언제라도 저 하늘이 날 부를 때"

최진영(SKY) - 영원

아티스트 : 최진영(SKY)
발매 : 1999
[Final Fantasy] 앨범의 첫 번째 트랙 곡


https://youtu.be/W_uX3zZjy4A

cf. YouTube, 최진영(SKY) - 영원


너와의 행복했었던 또 아름다웠던 추억
우연히 지나친 그런 시간만은 아닐 거야 (Break it Down)
이미 커져버린 내 빈 자리의 주인은
이 세상에 하나뿐인 너 바로 너
항상 그래왔듯이 니가 내게 다가오기만을 기다린 나니까
니가 없는 세상 속에서 혼자 눈 뜬 아침이 너무 눈부셔


이제껏 나 숨 쉬고 있는 이유는 하나
걸어온 길이 너무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내 사랑은 늘 그래왔듯이 눈물만 남겨져
나 가진 것이 많아야 이룰 수 있는 건가 봐


이제 사는 법을 알겠어 세상이 원하는걸
다시 내 삶을 돌려
널 만난다면 잃지 않을거야


기다릴게 나 언제라도 저 하늘이 날 부를 때
한 없이 사랑했던 추억만은 가져갈게
우리 다시 널 만난다면 유혹뿐인 이 세상에
나 처음 태어나서 몰랐다고 말을 할게 나 약속해


기다릴게 나 언제라도 저 하늘이 날 부를 때
한 없이 사랑했던 추억만은 가져갈게
우리 다시 널 만난다면 유혹뿐인 이 세상에
나 처음 태어나서 몰랐다고 말을 할게 나 약속해





노래를 부르다가 왜 울지?


내가 태어나서 처음 접하게 된 한국 가요는 '최진영(SKY) - 영원'이다.

지금 와서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아이가 보기에는 다소 심오한 내용이긴 하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도. 사실 이번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찾아서 봤는데, 이렇게나 진지하고 슬픈 스토리일 줄이야.


내가 눈물을 흘렸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려면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과거로 가야 하는데, 그때의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거나 입학도 안 한 아주 어린아이였다. 방에서 혼자 텔레비전 채널을 휙휙 돌리다가 음악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채널에 딱 멈추게 되었는데, 그때의 타이밍이 ‘영원’과 다른 노래(기억이 안 난다.)가 서로 어떠한 경합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접전 끝에 ‘영원’이라는 노래가 결국 1등을 차지했고, 축하의 함성 속에서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앵콜 무대가 시작되었다.


cf. YouTube, [1위 앵콜까지 눈물의 Full 영상] 故 최진영 (SKY) - 영원 (Eternity) (2000年)


노래는 정말 좋았다. 특히 서정적인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다.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다다를 무렵, 최진영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는데 어린 나로써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다가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노래를 부르다가 왜 울지?'라고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나도 눈물을 흘렸다는 거다.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도 전에 냅다 눈물 버튼부터 눌린 나. MBTI를 맹신하고 싶지는 않지만 10년 넘게 검사를 해보고 또 해봐도 극 F(Feeling - 감정형)가 나오는 기제가 이때부터 있었나 보다.

그렇게 그날 "기다릴게 나 언제라도 저 하늘이 날 부를 때"라는 가사와 멜로디는 내 가슴 속에 영원히 새겨지게 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머릿 속에서는 천천히 잊혀졌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의 어느 날. 최진영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영원'의 가수인 SKY와 동일한 사람인 것을 전혀 몰랐다가 TV에서 전하는 소식들을 보다 보니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구나, 하면서 느낀 그 찰나의 감정은 참 묘했다. 내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던 노래가 10여 년 만에 다시금 떠오르게 되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가도, 곧이어 그 명곡을 부른 가수가 현재 사망을 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사실 최진영의 노래 중 '영원' 빼고는 아는 것도 들어본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라고 수식어를 붙이기에도 뭔가 맞지 않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내가 처음으로 들어본 한국 가요였고, 그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노래였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최진영이라는 가수는 '처음'이라는 세상을 안겨준 가수인 것이다.



수많은 처음


누구든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 보면 수많은 처음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 본 하늘, 처음 맞아본 눈, 처음 올라가 본 육교, 처음 해본 게임, 처음 먹어본 아이스크림, 처음 가본 유치원, 처음 가본 학교, 처음 사귄 친구, 그리고 처음 들어본 가요.


나는 살면서 누군가의 처음이 될 수 있을까? 된다면 어떠한 형태의 처음이 될까?

나의 처음들에는 어떤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인생을 자주 돌아보는 요즘, '처음'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해본다.



처음과 영원


내가 느꼈던 '처음'의 감동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안겨준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추억과 시간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그 긴 세월 속에서 '영원'이라는 노래도, 가수 최진영도 노래 제목처럼 영원히 남아있게 되지 않을까.

'영원'이 발매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찾아 듣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5살 정도의 어린아이가 처음 듣고 감동받은 노래를 다 커버린 지금에 와서 글로 다시금 남기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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