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상 Mar 31. 2016

#9.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영화 '어바웃 타임' OST - The About Time Theme

아티스트 : Various Artists
장르 : 영화음악
발매 : 2013.12.02
배급 : Universal
[어바웃 타임 (About Time) OST] 앨범의 여덟 번째 트랙 곡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2013년 겨울, 영화 [어바웃 타임]이 다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나타났지만 난 깊은 여운에 젖어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동, 슬픔, 행복, 뿌듯함이 한데 섞여 내 가슴을 계속 두근거리게 했다.


시간 여행자로 지내면서 '오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팀(도널 글리슨)은 자기 주위의 풍경, 사람들, 배우자, 아이들을 한층 더 따뜻하게 바라보며 흘러가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난 휴학 생활을 통해 '오늘'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휴학 직전까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치여, 내게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도 안 해보고, 그저 바쁘지만 공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지친 것 같다. 체력도 지쳤지만, 산다는 것에 대한 목표 설정이 불분명하니 심적으로도 불안하고 지친 것이다.


휴학을 하니, 나와 삶에 대해 돌아보고, 수많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이런 휴학 기간 동안 나는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잘 산다는 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니, 마음의 불안감이 사라졌다. 휴학 전의 내 모습―귀한 오늘 하루를, 과거와 미래에 빗대면서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모습이었다.



cf. YouTube, About Time Theme - Nick Laird-Clowes


인생이란 시간 여행 속에서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 [어바웃 타임] 中





※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시는 걸 추천해요.

저도 이 음악을 들으며 그때의 감정을 더 캐치해 적었답니다.





교내 프레젠테이션 경연전에 참가하다


휴학 생활을 통해 얻은 교훈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마침 복학한 학기에, 학교에서 프레젠테이션 경연전을 열었다. 그리하여 이 프레젠테이션 경연전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결정했다.

예선 참가 신청은 PPT 제출이었다. 참가 신청을 하고 며칠 후, 예선을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최종 본선. 교수님들과 학우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의 BGM은 영화 [어바웃 타임]의 메인 타이틀 곡이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니, 시간에 대한 영화의 사운드 트랙이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고, 마침 다행히도 프레젠테이션의 '톤 앤 매너'와 이 곡의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렸다.


열심히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최종 본선의 결과는 장려상이었다. '대상 - 우수상 - 장려상 - 참가상' 중 낮은 축에 속한 상이다.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그리고 내가 느낀 삶에 대한 교훈을 공유할 수 있어서.

내 생각과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내 청춘의 한 자락을 예쁘게 PPT에 담아내는 건 정말 두근거리는 작업이었다.

최선을 다해 경연전에 임했고, 참가 기간 동안 한층 더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밑은 내 프레젠테이션의 대본 전문이다. 휴학 생활을 통해 얻게 된 교훈들이 가장 잘 집약된 글이다.

내용이 많아 외우는 데 꽤나 고생했지만, 그 고생 또한 즐겼다. :)

실제 본선에서 사용한 PPT 장면을 중간중간 넣었다.




안녕하세요. 어바웃 타임,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이세윤입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오늘 전공 수업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기쁘신 분이 계실 수도 있고요, 친구 분들과 굉장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아니면 오늘 너무 고생스럽고 피곤한 하루여서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으신 분이 계실 수도 있겠죠?


자, 우리에게 오늘은 어쩌면 굉장히 평범하고 너무도 당연한 하루인데요. 이제 저는 그 평범하고 당연한 오늘에 대해,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오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나비효과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비의 미세한 날갯짓 한 번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카오스 이론입니다.



나비효과가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다소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지금 제가 나비효과를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이제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오늘 하루’에 대한 것과 이 나비효과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지금 보내는 평범하고 당연한 오늘 하루가 어쩌면 나비의 날갯짓처럼 우리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보통 시간을 어떻게 나누시나요? 저는 시간을 이렇게 한 번 나누어봤어요.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 지나간 과거와 지금 살고 있는 오늘, 그리고 나중에 다가올 내일 즉 미래로 나누어봤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살았고,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살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 조금은 막연하지만 언젠가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미래를 향해, 어떻게 보면 우리 각자의 꿈을 향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걸어가고 있죠.


여러분, 혹시 꿈과 관련된 명언 알고 계신가요? 우리 주위에는 꿈과 관련된 책이나 명언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그 많은 명언 중에서 하나를 가져와 봤어요. “꿈을 품어라. 꿈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생명력도 없는 인형과 같다.” 꿈을 가져라, 꿈을 쫓아라...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나요? 우리는 이런 꿈에 대한 말을 굉장히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매 년마다 적는 란이 있죠. 꿈, 장래희망. 아니면 희망 직업.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 어느 회사에 가고 싶은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주위에서 물어보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당당하게 꿈을 외치는 분들은 많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아직 꿈을 확고히 정해서 당당하게 외치는 쪽은 아니에요. 저는 이렇게 꿈을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어쩌면 꿈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남들처럼 당당히 외치지 못해서, 꿈을 정하지 못해 초조하고 불안했습니다. 심지어 방황을 하기도 했죠.


어쩌면 이 자리에도 저와 같은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해요. 그저 막연한 미래와 꿈을 정하고, 그것을 준비한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 벅찼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저번 학기를 휴학했습니다. 토익이나 인턴, 해외 연수와 같은 스펙을 쌓기 위해서가 아닌,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저에 대해, 저의 삶에 대해, 과거와 오늘, 미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책상 앞에서 가만히 앉아서만 고민하는 게 아닌, 밖으로 나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것들을 몸소 경험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휴학을 하니 시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여유가 좀 생겼어요. 혼자 카페에 가서 하루 종일 이것저것 생각들을 해보고, 읽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못 읽었던 책들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철학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여행도 하고, 휴학 생활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와 버스킹도 하고,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습니다.




이렇게 제가 반년 간 휴학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막연한 미래보다는 바로 지금, 오늘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오늘이, 내가 지금 보내는 하루가 정말 소중한 거구나. 막연한 미래나 멀리 있는 꿈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이 어제의 연장인 것처럼, 내일은 또 오늘의 연장이 될 것처럼이 아닌, 저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온전히 저를 위해 쓰게 되면서, 매일매일 또다시 새롭게 주어지는 오늘을 귀중히 여기게 됐습니다.


오늘, 현재를 영어로 Present라고 하죠. Present는 선물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귀중한 선물이 아닐까요?



후회하지 말자. 이 말은 제가 휴학을 하면서 더불어 깨달은 거예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들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언제나 완벽한 선택들을 하지는 못하죠.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걸음만 뒤로 물러나서 천천히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살면서 해왔던 많은 선택들과 그 순간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말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과거의 나에게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해주는 건 어떨까요?


남들의 시선이나 세상의 암묵적인 강요에 맞춰 정한 꿈이나 삶보다는, 막연한 꿈만을 바라보면서 사는 것보다는, 먼저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부터 소중하고 감사하게 보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오늘의 소중함을 알고 하루를 보내는 것과 오늘의 소중함을 모르고 하루를 보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나에게, 우리에게 정말 값진 하루가 될 것이라고 여기면서 감사하고 소중하게 보내는 건 어떨까요?


제가 휴학 생활을 통해 얻게 된 신념인데요. 휴학 생활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어쩌면 앞으로도 저를 계속 응원해줄 말이에요. '꿈이 없어도 괜찮아. 너무 힘들 땐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그 대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강단만은 잃지 말자.'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걸어간다면 언젠가, 분명히 멋진 곳에 도착해 있을 거예요.


톨스토이의 명언입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에서도 이런 말이 나와요. 인생이란 시간 여행 속에서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라고.


우리가 보내는 오늘 하루가,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이, 어쩌다 듣게 된 노래 한 곡이, 우연히 알게 된 한 사람이 우리의 미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소중한 날이에요. 내일보다 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지금까지 어바웃 타임,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이세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cf. 박노해, 경계)



힘들고 귀찮다고 오늘을 회피한다면, 그 회피한 오늘이 과거가 되어 나를 더 괴롭힐 것이고, 회피한 오늘 이후로 다가올 미래는 다시 막막하고 힘들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하루, 또 하루, 열심히 살자. 그러다 보면 아름다운 꽃밭에 도착한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쓰는 여자의 더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시다면.

http://blog.naver.com/colday221


매거진의 이전글 #8. "네가 누구인지 잃어버리지 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