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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상 Mar 31. 2016

#7. "내가 너를 일으켜 세워줄게"

Coldplay - Fix You

아티스트 : Coldplay
장르 : 얼터너티브 락, 브릿 팝, 모던 락
발매 : 2005.06.06
배급 : Warner(Korea)
3집 앨범 [X&Y]의 네 번째 트랙 타이틀 곡




대한민국 고 3으로 산다는 것은.


'고 3'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나는 대학 진학을 위한 발판, 수험생, 입시 공부, 죄수, 막막함, 야자의 노예, 자유 박탈자, 가장 살찌는 시기 or 가장 살 빠지는 시기, 진로 고민, 꿈, 답답함, 좌절감, 방황... 등등이 떠오른다.


'고 3' 시절은 대학을 가기 전 가장 중요한 시기임과 동시에 학생들의 인생 고민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앞뒤 안 가리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만 하는 학생들도 물론 있지만, 많은 학생들은 이때에 자기 성찰을 하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 '내가 잘하는 게 뭐지?', '앞으로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지?', 하며 끊임없이 '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도 '고 3'의 시간이 부족하기에, 나에 대한 탐구보다는 무작정 공부가 더 요구되는 듯하다. 그러한 분위기의 굴레 속에서 우리들은 대입 준비를 했고, '얌전히 공부를 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겼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자꾸 튀어나오는 자신에 대한, 인생에 대한 물음들을 계속 무시하다 보면 언젠간 '뻥' 터져버린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 진학을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과, 내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 목표 사이에 괴리가 생겨 결국은 거대한 '슬럼프'가 찾아오는 것이다.


고 3의 나에게도 슬럼프가 왔었다. '현실에서 원하는' 대학을 막연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전공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하지 못해 계속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여기서 나타난 괴리는 '고3'의 신분 자체로 멘탈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음악이 전부인 나는, 이러한 슬럼프 또한 음악으로 극복했다. 음악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마음을 다잡고 다시 나아갈 수 있었다.


<Fix You>는 고 3 시절 가장 많이 들은 곡 중 하나이다. 옆도, 뒤도 안 보고 앞만을 바라보며 치열하게 달려야 하는 고 3의 나에게, '너 지금 잘하고 있어.', '고생했어. 수고 많았어.'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대학의 정문을 밟기까지 계속 위로해주고 응원해준 곡이다.



cf. YouTube, Coldplay - Fix You

                                                                              

When you try your best, but you don't succeed
최선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때
When you get what you want, but not what you need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정말 필요한 게 아니었을 때
When you feel so tired, but you can't sleep
너무 피곤하지만 잠들 수 없을 때
Stuck in reverse
어려움에 부딪혀 좌절할 때


When the tears come streaming down your face
눈물이 당신의 얼굴 위로 흘러내릴 때
When you lose something you can't replace
당신이 채울 수 없는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When you love someone, but it goes to waste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것이 헛수고가 됐을 때
Could it be worse?
그보다 더 나쁜 일이 있을까?


Lights will guide you home
빛이 너를 집으로 안내해서
And ignite your bones
뼛속 깊은 곳부터 너를 불태워줄 거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그리고 내가 너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게


And high up above or down below
하늘보다 더 높게  땅속보다 더 깊게
When you're too in love to let it go
너는 떠나보내기엔 너무나 깊은 사랑에 빠져 있어
But if you never try you'll never know
하지만 시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Just what you're worth
네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Lights will guide you home
빛이 너를 집으로 안내해서
And ignite your bones
뼛속 깊은 곳부터 너를 불태워줄 거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그리고 내가 너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게


Tears stream down your face
눈물이 너의 얼굴 위로 흘러내릴 때
When you lose something you cannot replace
네가 채울 수 없는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Tears stream down your face
눈물이 너의 얼굴 위로 흘러내릴 때
And I
그리고 나는...


Tears stream down your face
눈물이 너의 얼굴 위로 흘러내릴 때
I promise you I will learn from my mistakes
나의 실수에서 뭔가를 배울 거라고 약속해
Tears stream down your face
눈물이 너의 얼굴 위로 흘러내릴 때
And I
그리고 나는...


Lights will guide you home
빛이 너를 집으로 안내해서
And ignite your bones
뼛속 깊은 곳부터 너를 불태워줄 거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그리고 내가 너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게




※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시는 걸 추천해요.

저도 이 음악을 들으며 그때의 감정을 더 캐치해 적었답니다.





가만히만 있어도 힘들다는 고 3 시절.


아무리 나 같은 음악에 빠진 날라리라도 그 힘든 시절은 피할 수 없었다. 대학 진학이라는 현실적인 벽 앞에서는, 아무리 이상(理想)과 낭만을 추구하는 나라도 숨이 턱 막혔다.


3학년의 첫 날인 개학식, 학생 부장인 담임 선생님께서는 학업과 진로에 대한 상담을 위해 반 친구들을 한 명 씩 교무실로 불러냈다. 내 차례가 돼서 교무실로 들어가는 순간, 이 전까지 신명나게 놀았던 시절이 스쳐 지나가며 약간의 후회감이 들었다. 자랑스러운 내신 성적을 보유하지 않았기에 조용하고 얌전하게 선생님 앞 의자에 착석했다. 난 담임 선생님께 이미 4년제 대학 진학이 목표라고 말해둔 상태였다.


선생님은 내 내신 성적을 보기 위해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4등급과 5등급을 왔다 갔다 하는, 결코 높지 않은 성적이었다. 선생님께서 잠시 침묵을 하시더니, 지금의 성적으로는 지방 4년 제도 조금 힘들다고 하셨다. 최소한 2~3등급의 내신이 있어야 지방대라도 원하는 전공의 지원이 수월할 거라고 하시면서, 많이 분발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오늘 상담을 받고 우는 친구들도 꽤 있었지만, 나는 별로 슬프진 않았다. 내가 뿌린 대로 거둔 결과니까 슬플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부에 영 취미가 없는 내가 겨우 한 학기 동안에 내신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우선,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야자(야간 자율 학습)를 하기로 하고, 야자실 자리 신청을 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교실에서 야자를 하지 않고, 따로 마련된 건물에서 야자를 했다.) 담임 선생님은 생전 안 하던 야자를 신청한 나를 기특하게 보시고,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구석 자리를 주셨다.


개학식 다음 날부터 바로 야자에 돌입했다. 수업이 4시쯤 마치면 바로 야자실로 가서 공부를 하다 5시에 석식을 먹고, 6시까지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수다를 떨며 자유시간을 가지고, 11시까지 쭈욱 공부하는 하루하루를 반복했다.


자율 학습이지만, 사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는 습관이 없던 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싸움, 단기간에 오르지 않은 성적에 대한 절망감을 극복하고 무던히 끝까지 공부하는 인내를 쌓아 올리기 위한 싸움이었다.


고생한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았을 때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빨리 달려가야 하는데 계속 허공에 발길질을 하는 막연한 기분도 들었다. 안 그래도 내 삶에 대한 목표도 구체화되어있지 않아 막막한데 내신 성적도 제자리걸음일 때면,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공부에 집중도 안되고, 점점 활기 또한 잃어갔다.


그러다 이 곡을 알게 됐다. 가사와 멜로디는 나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독거려줬다. 마치 '너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따뜻하게 건네주는 것 같았다. 이 곡의 위로 덕분에, 난 '이왕 공부하는 거 한번 끝장을 보자'라는 굳은 다짐을 하고, 연휴에도 꿋꿋이 야자실에 가서 출석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매진한 결과, 3학년 1학기가 끝날 즈음에 2등급 대의 내신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바닥을 치던 수학이 2등급으로 오른 걸 확인했을 땐, 너무 감격해서 눈물까지 났다.



전공을 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원하는 전공이 없었다. 전공이라 하면 나의 관심사와도 연관이 있고, 추후에 가지고 싶은 직업과도 연관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의 관심사는 음악이고 장래희망은 막연한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음악적인 재능이나, 2000번의 실패 끝에 전구 만들기에 성공한 에디슨 같은 엄청난 노력이 있진 않았다. 냉정하게 말해서, 딱히 잘하는 게 없었다.


음악을 제외하고 무엇을 경험했을 때 기분이 좋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렸을 때 TV 광고를 보는 게 재밌었다.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의 초기 광고를 봤을 때는 깊은 감동까지도 받았었다. SK텔레콤의 광고처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멋진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전공을 '광고학과'로 정했다.


광고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교를 추려, 일정에 맞춰 지원을 했다.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에서 서류합격 통보가 와서 최종 면접까지 가게 됐는데, 전날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실제 면접 때도 최선을 다해 임했지만 결과는 예비 번호 1번이었다. 내가 지원한 전형은 나라사랑 전형으로 국가유공자나 후손만이 지원할 수 있었다. 학과 당 딱 1명씩만 뽑는 것이기에, 예비 번호 1번은 사실상 불합격이나 다름없었다. 최종 불합격 통보를 수능 2일 전에 받았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상황 종료된 불합격 통지서가 나의 대입을 망칠 순 없었다. 그저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나 자신을 믿었다.


지금 내가 재학 중인 학교는 충남에 있는 선문대학교다. 아이러니하게도, 고 3 교실 앞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깔끔하게 만들어준 학교가 바로 선문대학교였다. 고 3 시절의 나는, 저 시간표를 가리키며 '내가 아무리 못해도 저 학교는 가지 말아야지.'했는데 지금 그 학교에서 매우 잘 지내고 있다.


열심히 살고 있다. 과제, 시험, 독서, 글쓰기 등등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학벌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 하기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지방대생이라고 해서 지방대생의 좁은 마인드로 나를 평가 절하하지 말자는 거다.



너 지금 잘하고 있어.


모든 고등학생들, 대학생들. 힘들 것이다. 우리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걸어가고 싶은데, 세상은 너무나 빨리 돌아간다. 그 속에서 '버티는' 삶이란, 고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사실은 알았으면 한다.

우리 지금 잘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샤워를 하고, 출근이나 등교 준비를 하고, 공부와 일을 하는 것. 이 모든 일상은 과거의 노력들이 이뤄낸 산물이고, 오늘의 시간들은 또다시 미래의 나를 키워주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1cm씩만 나아가자. 그러면 한 달에 30cm, 일 년에 360cm나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린 다들 멋진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슬럼프가 와서 주저앉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게 바로 나 자신이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빛이 너를 집으로 안내해서
And ignite your bones
뼛속 깊은 곳부터 너를 불태워줄 거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그리고 내가 너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게


이 곡이 우리에게 해주는 위로와 응원에 귀를 기울이며, 오늘의 시간이 나에게 값진 1cm로 다가오도록 하는 건 어떨까.



P.S. 콜드 플레이가 하루빨리 내한 계획을 잡았으면 좋겠다.





음악을 쓰는 여자의 더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시다면.

http://blog.naver.com/colday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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