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by 뮤즈 윤담


광화문




새벽예배와 기도를 마치고 나온 이른 아침 7시 반.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키 큰 나무들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주변에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신선한 공기를 후~~들이마시며 눈을 들어 바라보는 하늘에는 파란 구름이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세종문화회관 뒤의 한적한 길을 따라 세종로 주변을 산책하고 앉은 여기.


하루를 여는 지금.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다.


햇살이 서서히 퍼진 빛에 눈이 부시다. 작은 노상카페가의 문도 아직 닫혀있다. 새벽이슬로 촉촉이 젖어있는 카페의자의 물기를 대충 닦아내고 앉는다. 상쾌한 이 기분이 그저 좋다. 아직은 아무도 오지 않는 주변의 거리는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홀로 있는 이 시간은 온전한 나만의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날마다 쳇바퀴 돌 듯 따분하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불평이 무색하리만치 지금은 눈이 부셔라 쪼아대는 태양을 안고 행복하다고 한다.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싱그러운 나무들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마음이 녹아든다. 바라다 보이는 세상은 다양하지만 하나님의 창조 세계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오전 8시.

빛나는 태양.

아직 상가들은 조용하다.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느라 바삐 달리는 자동차들, 버스들의 달리는 요란한 소리만 아침의 고요를 흔든다.

연초록빛으로 6월 하늘의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오래된 고목에 반쯤은 피어오르는 나뭇잎들이 하늘하늘 거리며 새 생명임을 알린다. 그 사이로 태양에 그림자 지는 명확하지 않은 발걸음들, 사물들.

바쁜 발걸음들 사이로 햇살이 그들을 부추긴다. 서두르는 마음에 쫒아가기 버거운 발걸음들. 1층에는 Hollys 카페가 있고 그 위로는 법률사무소로서 명성 높은 김&장 로펌이 있는 빌딩. 할리스 카페에서 블랙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커피 향을 기다린다. 광화문역 1번 출구에서 우르르 지하도를 올라오는 발걸음들은 오늘의 생기를 느끼게 한다. 주변은 활기차다.

힙 라인이 매혹적으로 드러나는 검정 롱스커트에, 하얀 피부 살을 드러낸 민소매 티셔츠에 뾰족한 하이힐로 또깍또깎 소리를 내며 걷는 세련된 여인이 지나간다. 빌딩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옷맵시를 보며 변호사인가, 추측을 해본다.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 그녀의 패션 감각이 커리어 우먼답게 단정하고 단호해 보인다. 한 번 더 뒤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그 여인의 하루는 어떨지, 괜히 은근히 엿보고 싶어진다.

그녀에게 비쳐지는 모습들이 아침을 밝게 한다. 생동감이 넘친다. 나도 몇 년 전만 해도 저랬는데, 하며 웃음으로 그 때를 바라본다. 예쁜 샌들로 발가락을 드러내고 살이 드러나는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들로 거리는 찰랑거리니 노출의 계절이 왔다.

저들의 보여 지는 아름다움 사이에서 오늘도 웃고, 울고, 새 생명이 잉태되고, 누구는 사랑하고 이별하고, 우리의 숨겨진 일상이 그려진다.

아침 아홉시가 넘은 이 시각.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잰 걸음걸이로 사무실로 출근 하는 모습들은 이제 안정을 찾아가고,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젊은 엄마들, 느린 걸음걸이로 생각에 골똘하고 걷는 중년을 넘어간 듯이 보이는 아저씨들, 둘 셋 모여 즐거워 보이는 아주머니들의 모습들로 거리는 다른 활기로 채운다. 각자의 모습들이 오늘을 말해준다.

하루는 스물 네 시간.

주어진 틀 안에서 어디로 향하는지 발걸음도 다르고, 기분도 다양하지만 모두들 사랑을 위해서 오늘도 애를 쓰겠지.

가족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광화문의 아침은 빛을 비추는 태양이 사랑의 향기로 채워가는 거리.

젊은 날의 추억이 서려 있고, 이십대부터 내가 다니는 교회가 있고, 익숙한 거리, 익숙한 나무들, 익숙한 향기들.

그래서 광화문이 좋다.

카이로스** :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올바른 때, 결정적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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