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것처럼

by 뮤즈 윤담

총 맞은 것처럼



매미소리가 들린다.

멍 하니 누워있는 나의 머리를 깨운다. 뭐가 그리 슬퍼 저리도 울어대는지. 그대 외롭다고, 그대 마음 알아 달라고 목청 높여 우는지. 금방 그치나 했더니 또 울어댄다.

금년 여름 들어 처음으로 들리는 매미 소리다. 여름이 왔음을 듣게 해주는 또 하나의 여름이다.

지루한 장마도 지나고 초복, 중복도 지난 이제야 여름을 느낀다.

시끄럽게만 들리던 매미소리가 노래 선율로 다가온다. 허전한 구멍을 메운다. 비어있는 구멍을 메우기 위한 허우적거림이며, 채우기 위한 사랑의 몸짓이다.

자기 성찰의 시간이다.

허공을 맴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잡히는 건 없는데, 잡히지 않는 뚫림이 여기저기 프리즘처럼 퍼져나간다.

내가 살아 온 흔적이.

내가 해 왔던 사랑이.

내가 보낸 이별이.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이.

그리고 현재의 삶도 사랑도.

채워지지 않은 구멍 속에 삶에 대한 공허함으로 가득하다. 진실이었다고 믿었던 것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어리석고, 이기적으로 살아온 시간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고,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그때의 잘못된 진실들이 세월 속에 회한으로 남아있다.

매미 소리가 비어 있는 구멍을 부드럽게 채운다. 총 맞은 것처럼 뻥 뚫려 있다가 채워지는 교차된 감정을 반복하고 있다.

모든 현상들과, 느껴지는 감정들이 나를 움직인다.

음악을 듣는 것.

음악이 들리는 것.

들리는 것과 듣는 것, 모두 내 안의 구멍이 메워지는 찰나다.

멈췄던 매미가 다시 울어댄다. 괜찮다고 위로의 음성을 보낸다.

매미 소리를 들음과 음악을 듣는 것. 비어있는 구멍을 채워주는 환희의 세계다.

교만과 욕심과 무절제를 버리고, 겸손과 나눔으로 채운다.

분노와 미움을 버리고, 사랑으로 채운다.

자유가 내 안에 들어온다.

평화로움으로 채워지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을 발하는 일이다.

비움과 채움은 하나다.

비워져야만 채울 수 있다.

비워낸 구멍을 사랑으로 채울 수 있을 때, 자유로울 수 있다.


삶은 사랑이다.

사랑은 아름다움이다.

공허함이 기쁨이 되어 밝게 비출 것이다.

매미 너도 목청 높여 울어대더니, 잠들어 있는 내게 사랑의 빛을 가득 채워 주었구나. 사랑으로 나의 빈 구멍을 채우며, 가슴 한구석에 비어있는 공허한 구멍을 만들지 않겠다고 애써본다.

매미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또 다른 곳에 있는 누군가의 가슴에 빈 구멍을 채워주려 날개를 폈으리라.

주변이 밝게 보인다.

허공이 메워지는 순간이다.

진정한 안식이다.

맴. 맴. 맴. 매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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