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랩 멘탈리티( Crab mentality)

by 뮤즈 윤담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



“ 거울아, 거울아 이 나라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 왕비님은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그러나 백설공주가 더 아름답습니다.”

독이든 사과를 먹여 백설공주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질투로 눈이 먼 왕비의 이야기는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필자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일기를 썼다. 그렇게 써온 일기는 결혼 전까지 A4 용지 크기만 한 대학노트 아홉 권에 깨알같이 저장이 되어 있었다. 아홉 권의 일기장이 세상에 공개가 되었다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지도 모를 것을, 결혼식 전 날 손으로 찢어 흔적을 삭제하고 결혼을 했다.

그렇게 일기를 써왔던 습관이 바탕이 되었는지 2017년 겨울, 수필작가로 등단을 하였고 여러 글들을 문예지에 발표하였다. 등단한 이후 7년 동안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 작년 2024년 6월에 첫 수필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수필집 출간소식을 알렸을 때의 지인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다양했다. 진심을 다해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는 가족들, 친구와 지인들. 나보다 먼저 네이버에서 필자의 이름을 검색하여 《아버지 밥상》 을 찾아내어 미리 교보문고에 책을 예약 주문을 했다는 교회의 권사님, 책 출간 소식을 미처 전하기도 전에 나의 카카오 톡에 올린 프로필을 보고 교보에서 책을 주문했다는 친구, 작가의 책을 많이 사 주는 게 도움이 될 거라며 수필집 스무 권을 사준 친구, 출간 소식을 듣고는 자기 일처럼 기쁘다며 카카오 톡으로 꽃다발을 보내 온 후배, 정말 가족처럼 기쁨과 축하를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 반면에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친구나 친지들도 있었다.

‘크랩 멘탈리티 (Crab mentality)’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는 마음을 비유할 때면 늘 회자되어 내려오는 속담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에는 남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해주지 않고 오히려 시기하고 질투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게 여러 마리를 한 통에 넣어두면 다른 게들이 나가지 못하게 막아 결국 모두가 못 나간다는 게의 속성을 비유로 든 ‘크랩 멘탈리티 (Crab mentality)’ 라는 서양 용어가 있다. 겨울이 되면 서로 떨어져 있고 여름이면 붙어 있다고 하는 양들의 속성이 또한 그렇다. 자기가 추운 건 모르고 남이 따뜻할까봐 겨울이 되면 양들은 서로 떨어져 있고 반대로 여름이면 남이 시원할까봐 서로 붙어있다고 한다.

‘크랩 멘탈리티 (Crab mentality)’ 라는 서양 용어를 봐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든 동물이든, 사촌이 당을 사면 배가 아프기 마련인 질투라는 인간의 삐뚤어진 본성을 볼 수 있다. 의학계 전문가들도 이 또한 과학적인 근거 있는 말이라고 설명을 한다. 위장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장에서 탈이 나면 다른 조직과 피부에 영향을 미치며 그 여파가 신경계를 타고 뇌까지 가게 된다고 한다. '장이 좋아야 몸이 건강 하다.’ 라고 하는 말도 이에 근거하여 연결 지어지는 말인 듯하다.

이 용어가 떠올랐던 건 최근이었다.

사십 년이 넘도록 만나온 친구와 통화를 했다. 내가 책을 냈다는 말에 수고했다, 축하한다는 틀에 박힌 말이라도 할 법한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말해놓고 멋쩍은 마음에 다음에 만날 때 사인해서 한 권 주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화장실 다녀와서 개운하지 않는 느낌으로, 이틀이 지나서 그 친구의 반응이 궁금해서 톡을 보냈다.

“쿠팡이나 교보문고에서 내 이름을 치면 내 책이 검색 될 거야. 내 책 한 권 사줘. 다음에 밥 살게.”

“ ............. ”

아무 답이 없다. 이틀이 지나서 확인 차 그 친구한테 톡으로 물었다.

“왜 답이 없어?”

“내가 요즘 좀 바쁘다. 내가 살게.” 간단명료한 답이 왔다.

친구의 간단명료한 답이 크랩 멘탈리티를 연상케 한다. 지금까지의 관계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학창시절인 사십 년 전에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일이 순간 떠올려졌다.

‘크랩 멘탈리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옛 선진들의 지혜로움이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이런 속내를 작가들하고 나누다 보니 “나도 그랬어요, 저도 당했어요.” 라는 웃지 못 할 속내들이 툭툭 터져 나온다. 책을 내고 난 후에 오빠 이야기를 왜 썼냐며 시비를 걸어와서 오빠와 단절이 되었다는 작가, 동생이 책을 냈다는 말에 축하는커녕 비아냥대는 언니와 연락을 두절하였다는 작가, 각기 다른 경험들을 듣고는 인간은 유교사상가인 순자의 성악설이 맞는다며 위안을 삼으며 맞장구를 쳐댄 일도 있었다. 인간관계의 끝은 질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나의 생각이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 중 가장 무서운 것도 질투라는 생각에 더 깊게 다가선다. 피를 나눈 형제지간도, 스승이 제자를, 배우자를 사랑한다는 잘 못 포장되어 빚어지는 의처증, 의부증, 질투라는 아름답지 못 한 이유들로 인해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는 게가 아니다. 사람이다, 기어 다니는 게와 같아서는 아니 되는 게 아닌가?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백설 공주에게 독 사과를 먹인 왕비 같은 사람은 반갑지 않다. 내가 책이 출간 되었다고 하자, “책 아무한테나 주지 마세요. 읽지도 않고 관심도 없고 시기와 질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라고 말해주던 어느 작가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나의 수필집 출간 소식을 들은 사십년 된 친구의 말없음은 무슨 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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