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 늦은 출근길에 젊은 여성들의 화장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앞에 앉은 이십대로 보이는 여자는 화장을 한다.
자기 집 안방에서나 쓸법한 커다란 손거울을 꺼낸다. 쿠션*과 간단한 기초화장 정도로 끝내나 했더니 점점 더 현란해진다. 쿠션을 바른 후 콤팩트로 덧칠한다. 아이섀도를 서너 가지나 바르더니, 눈썹도 그린다. 그런 모습을 누가 안 봐주나, 서 있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행동은 더 커지고 있다. 난 이렇게 아무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뭘 보이기 위함인지, 분주하다. 예뻐 보이거나 당당해 보이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모르는 것인가. 아이섀도와 눈썹 그리기를 끝내더니 길지도 않는 속눈썹을 들어 올린다. 뷰러**로 들어 올린 양팔의 행동반경이 옆 사람에게 불편함을 줄 정도로 넓어진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 눈살이 찌푸려지기 시작한다. 내심, 이 여자는 왜 이러냐는 듯 내게 공감의 낯빛을 보낸다. 나도 거슬린다고 눈짓으로 맞장구를 쳤다. 뷰러로 들어 올린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바른다. 손놀림이 매우 정교하고 정성스럽다. 눈 아래 애교 살을 넣는다고 살색 섀도를 바른다. 코 잔등 양위에 검은 펜슬로 점을 대칭으로 찍는다. 그 점은 왜 찍느냐고,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다. 립스틱을 두세 개 겹겹이 바른다. 이마에도 찍어 바른다. 끝났다. 완벽한 화장이다. 부족한 건 없는지 거울을 들어 이리저리 살핀다. 끝났나 했더니 헤어브러시를 꺼내어 머리를 빗는다. 대여섯 번 빗질을 한다. 팔 전체를 휘두르며, 옆에 앉은 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요란하다. 옆의 아주머니가 그녀를 노골적으로 째려본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행 가방처럼 보이는 큰 가방을 다 보일 만큼 펼치더니 뭔가를 찾는 듯 부산스럽다. 이것저것 뒤적이더니 긴 바지를 꺼내어 길게 들어 올리고는 돌돌 말아서 다시 가방에 넣는다. 가방 정리를 하는 모양이다. 그 안에 속옷도 보인다. 세상에나! 정말 특이하다. 이젠 수첩을 꺼내어 뭔가를 쓰기 시작한다.
거기까지 보고 도착지에 내렸다. 다음 행동을 상상하게 한다.
그녀의 행동에 마음이 쓰인다. 편치 않다. 단순히 예뻐지기 위한 화장이라고 보기에는 과한 행동이다.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나 아닌 나로 포장을 한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크다. 상처도 잘 받는다. 상처를 감추기 위해 웃음으로 빗댄다. 더 커 보이기 위해 과잉된 행동을 한다.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지하철 안에서의 그녀도 그것의 일환으로 보인다. 깊은 곳에 묶여 있는 상처로 본다면 그녀의 가치를 절하 하는 것인지.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자의 본능은 여성만의 특권이다. 그녀의 행동은 특권을 넘어선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려고 안간힘을 치듯 보인다.
무엇을 채우기 위해서 애를 쓰는 것인지.
그녀를 그렇게 만든 건 무엇인지.
거슬리게만 보이던 그녀를 자꾸 되돌아보게 한다.
*쿠션 : 파운데이션을 콤팩트의 형태로 만든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뷰러 : 속눈썹을 들어올리기 위한 화장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