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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윤 Aug 19. 2019

생각이 많아서 힘들다구요?


누가 나더러 생각이 많다는데, 굳이 부정하진 않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깐.


그런데, 세상에 생각 안 하고 사는 사람도 없고,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고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이상, 아니 대화를 해봐도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두 다 알 수 없다. 이런 너무 당연한 이유 때문에, 사실 누가 누구보다 생각이 많다 적다는 걸 비교하기란 힘들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생각이 많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생각의 총량이 아닌 바로 결정적 순간 때문이다.


뭔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주저하면, 그냥 그 사람은 생각이 많고 생각이 복잡한 사람인 걸로 느껴지는거고 몇 번만 그런 모습을 보이면 주위에서는 '우유부단', '생각만 많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버린다. 실제 생각의 총량과는 정말 아무 상관없이.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정말 철저하고, 치열하게 생각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미친 듯이 고민하고, 망설이고,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우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충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아날로그적으로 하나하나 오류와 오차를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다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하냐 마냐', '계속하던 대로 가느냐 마느냐' 하는, 0 아니면 1의 딱 디지털식 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면 된다.


여기서 문제는,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경우이다. 복권 추첨도 아니고 "자, 이제 쏘세요" 같은 순간은 거의 없다. 결정의 재촉이든 생각의 부족이든, 원하는 만큼 생각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경우에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건 당연히 예측해야 한다. 아니, 반대로 그런 타이밍이 기가 막히는 1%에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럴 때 이런 말이 어울릴까.. "평소에 하던 대로..." 


요행을 바라지 않고 매사에 성실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책임졌다면, 급하게 내린 결정의 오류는 반드시 줄어들게 되어있다. 시작이 삐걱거렸더라도 오류 제로를 향해 가도록 방향키를 잡게 되어 있다. 사람에게는 경험과 습관이라는 무서운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양념처럼 등장해야 하는 것이 믿음 그리고 자기 확신이다.


고민 많고 생각 많아서 힘들었던 내 20대에, 친오빠가 해준 말은 진리였다.


생각이랑 고민 많은 거? 그게 정상이야. 내일을 생각하는데 없을 수가 없지.


생각과 고민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삶에 열정적이기 때문이라고. 그런 나를 내가 가장 먼저 '토닥토닥' 응원해줘야하지 않을까.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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