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방법
낭만적인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하나요?
낭만고양이, 낭만을 노래하는 응답 하라 시리즈, 낭만 교향곡과 같은 콘텐츠,
아기 키우는 낭만, 낭만적인 대학생활, 낭만적인 연애, 낭만적인 결혼과 같은 나의 인생.
낭만은 과거의 특정 경험에 대한 향수로부터 추억하는 것이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지향하는 추상적인 감정인 것 같다.
바쁜 직장생활, 가정에서는 육아로 지쳐있는 요즘
낭만을 마주하기가 어려워졌다.
기억 가능한 인생의 모든 시점에서 늘 낭만적인 삶을 살아왔던 내가 영화처럼 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기도 태어났는데 낭만을 마주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되려, 낭만을 쫓으면 바보 취급받기 십상이다.
문뜩 고집스럽게 '낭만'에 대한 타당성 입증이 필요해졌다!
그러면 인생이라는 한 번뿐인 교향곡이 더 풍요로워지겠거니...
예술분야에서는 낭만주의를 하나의 시대로 구분하고 있음을 자주 보았다. 특히, 서양 음악의 예술사조로 분류되는 낭만주의는 시대를 정의하는 표준이기도 하며, 이를 세분화하여 전기 낭만 (Pre-Romanticism)과 후기 낭만 (Post-Romanticism)으로 나뉘기까지 한다.
1. 예술사조 즉, 어떤 것을 대표하는 단어로 '낭만주의'가 과연 적절한가?
2. 충분히 객관적이며, 납득 가능한 단어여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말은 아닌가?
대체 '낭만'은 무엇이고, '낭만주의'는 어떤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1. 왠지 '낭만'이라는 단어를 접한 순간 한 개인이 숭고하게 간직하고 있던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리진 않는가?
2. 아마도 그래서 낭만적인 것에는 희로애락 중 '희와 락'만 남아 나를 감싸안는 어떤 것이진 않은가?
3. 게다가 영어로는 로맨틱(romantic)이라니.. '나'만 간직하고 있는 은밀한 아름다움을 이 세상에 있는 딱 한 사람에게만 공유하고 싶은 감정이나 스토리, 어떤 것 등이지 않겠는가?
대체 '낭만'은 무엇이고, '낭만주의'는 어떤 것인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낭浪만漫 : 물결 낭 + 질펀한 만
'낭만'은 사실 "Roman"에 대한 일본어 음을 그대로 차용한 아무 뜻 없는 한자어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쉽게 말하자면, Bus가 버스고, Arbeit는 알바고, Pao가 빵이 된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렇게 고민했는데 초장부터 아무 뜻 없는 낭만(로만, roman)이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아니다! 차라리 다행이다! 의미를 찾으면 되니까!
그렇다면, Roman은 무엇인가? '로마의, 로마인' 뭐 이런 거 아닌가?
서양음악 예술사조에 로마의 시대가 온 것인가?
모든 예술계에 로마의 영향력이 지대했던 시대를 뜻하는 것인가?
낭만주의는 속어로 쓰인 문학을 의미하는 중세 프랑스어 'Romanz'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로마 사람들이 썼던 문학을 비하하는 의미처럼 느껴지는 표현이라 꽤 불편하다. 어쨌든 로마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로마스러운 것, 로마다운 것이 실마리다.
로마다운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로마다운 것이란 중고등학교 시절 한 번 즘 들어봤을 고대 로마 시기를 떠올려봐야 할 것이다.
보통 고대 그리스 사회로부터 시작하는 사회 조직은 폴리스의 구성원이 직접 정치에 참여했던 것에 큰 의미와 일반 역사의 시작으로 보곤 한다.
그다음 시기로 나오는 개념이 '로마 시민'에 관한 것이다. 시민권이 있는 사람들로서 시민권을 행사하며 정치 참여 등의 사회 구성 변화가 시작된다.
즉, Roman 하면 로마 시민을 내포하는 것이고 '시민' 즉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행사가 가능한 시대. 어떠한 시대적 배경이든 "나"가 중요하고 인정받는 것,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이 것이 그토록 알고 싶던 "낭만"의 본질적인 의미이다.
본질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문학, 미술, 음악 모든 예술 분야에서 '낭만주의', '낭만파'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과 이유가 인생이라는 한 번뿐인 교향곡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의 노래를 하는 것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나'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
'나'의 마음을 들려주는 것
그래서
때론 예술가로, 관객으로(혹은 숨어서) 감상해도 괜찮고, 만들어도 괜찮고, 평가해도 괜찮고, 깨달아도 괜찮고, 웃어도 괜찮고, 기뻐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고, 반발해도 괜찮고, 못생겨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고, 슬퍼도 괜찮고, 아름다워도 괜찮고, 우울해도 괜찮고, 사랑해도 괜찮다.
불특정 객체인 '나'의 이야기가 모두 괜찮다는 넓은 허용과 수용을 통해 우리 삶에 큰 위로이자 응원으로 다가온다. 그것도 매우 타당하게 말이다.
특히, 음악에서의 낭만주의 울림에 귀 기울여 봐야겠다.
'낭만주의'의 시작을 알린 영원히 위대한 거장, 베토벤
'낭만주의'의 태동을 더욱 거세게 만든 작은 거인, 슈베르트
'전기 낭만주의'의 완성도를 높인 가을의 음악가, 브람스
'후기 낭만주의'를 이끌며 획기적인 음악 세계를 열었던 마스터, 바그너
'러시아의 낭만' 혹한 러시아의 가장 따듯한 음악, 차이코프스키
브루크너, 말러, 멘델스존, 쇼팽, 파가니니, 리스트, 베를리오즈, 드뷔시, 슈만, 푸치니.. 등등등
눈물이 날 것 같다.
'낭만'이 나를 나로서 살아도 괜찮다고 인정해준다.. 위로해준다.. 특히, 만국 공통 언어인 음악에서의 '낭만'을 정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내가 나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낭만'은 다시 한번 우리가 회상하는 옛날의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상기시켜주고,
지금 단순히 막막하고 불안한 우리를 힐링해주는 유일한 수단이고,
꿈꾸는 이상을 위해 설레는 마음을 뜨겁게 만들어주는 당위인 것이다.
오늘도 낭만적인 하루를 위해 심장은 다시 뜨겁게 뛰고 있다.
아니, 오늘도 낭만적인 하루를 위해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을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