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것

5년 차 카페 주인이 손님들로부터 받은 응원

by 이현웅

5년 차 카페 주인인 내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는 두려움이었다. 밤 9시에 문을 닫아야만 하는 것에 절망했다. 음악감상카페의 특성상 대개는 저녁 8시가 넘어야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는데 영업을 9시까지만 하니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처음으로 심각하게 폐업을 생각했다. 어떤 환경이든 탓하지 않으며 견뎌왔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염병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용케 버텨왔는데 시간제한으로 손님이 전혀 없다시피 한 현실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


갑자기 생긴 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TV를 보며 먹거나, 먹으며 TV를 보는 것으로 며칠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 상상 외로 늘어난 체중과 뱃살에 충격을 받고 나서야 무려 한 달이나 그렇게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문을 닫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한 가지 일을 시작했다. 지난 4년 동안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신청했던 음악 각각의 횟수를 체크하는 일이었다. 이른바 <음악이야기 고객 애청곡 100> 선정 프로젝트였다. 국내곡과 외국곡을 구분해 가수와 곡명, 그리고 신청한 횟수를 엑셀 프로그램에 기록하여 순위를 정해 SNS에 한 곡씩 한 곡씩 올리자는 계획이었다.



4천여 장의 메모지에 적힌 14,000여 곡을 기록하고 체크하는 데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을 소요했다. 손님들이 적은 사연을 읽는 일 때문에 자주 멈추곤 했기 때문이다.


- 음악이야기 흥해라!

- 마음을 토닥여 주는 음악을 선물해 주셔서 따뜻함 느끼고 갑니다.

- 음악이야기를 응원합니다.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던 젊은 손님은 카페에 와서 음악을 들으며 슬픔을 삼켰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50대 가장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외로움을 달랬고, 눈부신 청춘의 시절을 안타까움으로 추억하는 노년 손님은 젊은 시절에 들었던 음악을 통해 위로를 얻었다. 그런 손님들이 남긴 사연과 응원 메시지는 마치 큰 함성으로, 속삭임으로, 다독임으로, 포옹으로 다가왔다. 지난 4년의 세월을 버티는 데 힘이 되어주었던 응원들이었다.


사연을 읽던 중, 문득 눈길과 마음이 오래 멈춘 메모지가 있었다. 손님이 너무 없어 실의에 빠져있던 카페 개업 초기에 자주 와서 내게 무언의 힘을 주었던 손님이었다. 처음 카페를 찾았을 때에는 사업 실패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고 그 후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카페를 찾지 않아 기억에서 희미해졌었다. 요즘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2단계가 끝난 후였다. 거짓말처럼 그가 카페에 왔다. 특유의 미소를 띠며 카페에 들어오는 모습은 한눈에도 좋아 보였다. 표정도 말투도 밝았다. 반가움에 하마터면 악수를 할 뻔했다. 손님이 거의 없는 날이 이어지고 있던 중에 찾아온 그여서 더 반가웠는지 모르지만 오랜 세월을 알고 지내던 사람이 오랜만에 찾아온 것처럼 나는 마음이 설레었다. 그는 지난 2년여의 시간에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오자 그의 얼굴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어찌 우리 카페를 잊지 않고 있었느냐는 내 물음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어찌 이 카페를 잊을 수가 있나요. 그때 사업에 실패하고 죽고 싶은 마음으로 이 앞을 지나다가 밖에 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발걸음이 여기로 옮겨지더라고요.”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감동 서린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날 저 창가 자리에서 밖을 보는데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사장님은 어쩌면 그렇게 젊은 시절에 들었던 노래들을 틀어주시는지 그때는 힘든 것도 아픈 것도 다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젊은 시절에 듣던 음악을 들어서였는지 다시 시작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더군요. 제가 적은 사연을 사장님이 소개해주시고 힘내라는 말씀도 해주셨잖아요. 정말 힘이 났어요. 새로 시작한 일도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됐고요. 오늘 여기 오면서 혹시 카페를 그만두신 건 아닌가 내심 걱정했는데 이렇게 계셔주니까 정말 고맙고 감동적이네요.”

그의 말을 듣고 있는 나는 카페를 그만둘까 고민중이라는 말은 차마 꺼낼 수조차 없었고 오히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맹세하듯 말했다.

“이제는 직원들이랑 지인들이랑 자주 오겠습니다. 사장님도 힘내시고 저 늙어서 못 올 때까지 계속 지켜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그가 돌아간 후, 나는 음악 선물을 준비했다. 어디에선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음악 선물이었다. 음악을 고르고 위로와 응원의 멘트를 위한 메시지를 준비한다.

응원을 위한 음악 선물을 준비하는 나는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응원은 내 자신에게 더 큰 메아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마이크 앞에 앉아서 온전히 마음을 담아 멘트를 한다.


“위로받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코로나 19의 침입은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살지만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어떤 땐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지요? 저도 그렇답니다. 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살아오면서 겪은 많은 시련과 고난으로 단련된 우리에게는 내공이 있거든요. 지금 겪는 이 고통도 우리의 삶에서 자양분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오늘 음악 선물은 Coldplay의 <Fix You>를 골랐습니다.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https://youtu.be/k4V3Mo61f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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