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2-01. 내 카페가 존재하는 이유
호기롭게 카페를 시작한 지 두어 달쯤 지난 늦겨울, 저는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가혹하리만큼 손님이 없었습니다. 다른 이가 흉내 내기 쉽지 않은 우리만의 강점에 대한 자만심은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일단 카페를 차려놓기만 하면 손님은 자연히 오게 될 것이라는 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손님이 어쩌면 그렇게까지 없을 수 있을까요.
오죽이나 그랬으면 건물 1층 출입구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출입구에 더러운 오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폭처럼 생긴 험상궂은 사내들이 출입구에 있어 사람들이 건물에 들어올 생각조차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상상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급기야는 건물 출입구까지 내려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상상한 그런 문제는 없었습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추운 날에 누가 밤에 돌아다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밖을 나가보면 건너편 술집이며 바로 옆에 있는 장어집에는 어찌 그리 손님들이 많던지요.
노래 한 곡만 듣고 가도 됩니까?
그날도 문을 연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손님이 없었습니다. 직원들의 얼굴은 어두워져 갔습니다. 그들의 기분을 제가 풀어줘야만 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에이, 우리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좀 있잖아? 이렇게 추운 날에 돌아다니면 위험해. 심근경색 올지도 몰라. 그래서 아예 안 나오거나 일찍 귀가하지. 나부터도 그러겠네.”
이런 농담을 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 한 테이블도 없이 마감을 하겠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예감이 적중할 것 같은 불길함은 더욱 짙어져 갔습니다.
그날, 카페의 출입문이 몇 번 열리기는 했습니다. 한 번은 홍보 명함을 주러 온 대리운전 업체 직원이었고, 또 한 번은 같은 건물의 다른 업소 주인장이 건물 누수와 관련한 문의를 하러 왔었습니다. 다른 한 번은 노래방을 찾다가 실수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었고요. 여러 명의 손님이 왔다는 것에 반가웠다가 이내 절망하고 말았지요.
카페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직원들의 표정은 지쳐있었습니다. 반면에 제 마음은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더는 마음 졸이며 기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른 집에 가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었습니다.
직원에게 퇴근하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출입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음악을 뚫고 들려왔습니다. 우리 셋의 시선은 거의 본능적으로 일제히 출입문을 향했습니다.
얼핏 보아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의 반응에 놀랐는지 주춤거리며 서 있었습니다. 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직원들은 인사하는 것조차 잊은 채 그 남자와 저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음악만이 흐르는 가운데 침묵을 먼저 깨뜨린 것은 손님이었습니다.
“멜랑꼴리 맨!”
술에 취한 모습의 그는 소리쳤습니다. 그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로 무디 블루스(Moody Blues)의 멜랑꼴리 맨(Melancholy Man)이었습니다. 저는 그가 왕년에 팝송깨나 들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래 한 곡만 듣고 가도 됩니까?”
술 취한 몸을 가누려 애쓰며 그렇게 물었습니다. 왜소한 체구, 귀와 이마를 덮은 더벅머리, 헝클어진 옷매무새, 이런 것들이 그 남자에 대한 기억입니다.
한 번만 더 틀어주십쇼!
아마도 그 순간에 저는 일종의 감동을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이 카페 영업을 마감하게 된 것을 면하게 해 준 그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카페에 어울리게 음악을 좋아할 것 같은 손님이 왔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DJ님! 멜라니 샤프카의 ‘쌔디스트 씽’ 됩니까?”
이별의 아픔이 담긴 노랫말과 슬픈 멜로디, 노래하는 가수의 애절한 보컬이 어우러진 노래를 신청했습니다. 흔히 세계 3대 슬픈 노래 중 한 곡으로 말하는 Melanie Safka(멜라니 사프카)의 The Saddest Thing이라는 곡이었습니다. 저는 기꺼이 신청 음악을 선곡했습니다.
슬픈 보컬과 연주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음악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다른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 남자의 울음소리였습니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안고 저 또한 슬픔 음악에 심취하게 되더군요.
노래가 끝나갈 무렵 그 남자의 목청 높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DJ님! 한 번만 더 틀어주시면 안 됩니까?”
평소에 같은 가수의 음악을 선곡하지 않는 어쭙잖은 고집을 30여 년 동안 고수해온 저로서는 그 요청이 마뜩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청을 거절하기에는 그가 너무 슬퍼 보였습니다.
멜라니의 허스키한 음색이 카페를 휘감고 돌았습니다. 두 번째로 튼 노래가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그가 음악실을 향해 비척거리며 걸어왔습니다.
“근데요, 이 노래 지금 LP로 트는 겁니까?”
“아, 아닌데요...”
아차 싶었습니다. 그 남자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평정심이 흔들렸는지 LP 레코드가 있었음에도 의도치 않게 디지털 음원으로 내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에이, DJ님! LP로 틀었어야지. 그 참, 프로의식이 없는 거 아냐?”
훈계하듯 반말투로 던지는 그 남자의 말에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처음에 그를 돌려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같은 곡을 세 번씩이나 들려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영업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 남자가 음악을 또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카페 문 닫을 시간이 이미 지났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딱 한 곡만 틀어달라며 이번엔 읍소하듯 부탁해왔습니다. 신청곡은 ‘아름다운 강산’. 시간을 줄여볼 요량으로 이선희 버전을 추천했지만 그는 8분짜리 신중현 버전이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언행이 마뜩지 않았지만 도 닦는 심정으로 네 번째 신청곡을 틀었습니다. 그는 노래를 듣는 8분 동안 고개를 흔들고 발장단을 맞추며 음악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로.
한 곡만 듣고 가겠다던 애초의 말을 믿은 건 아니었지만 저는 지쳤습니다. 긴 노래가 끝나자마자 마이크를 켜고 클로징 멘트를 했습니다. 바로 그때, 남자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습니다.
“Dj 아저씨! 새디스트 씽 한 번만 더 틀어주십쇼!”
이번엔 아저씨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결국 더는 참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퇴근해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는 화를 내는듯한 말투로, 또 금세 풀 죽은 모습으로 애원하듯 부탁을 해왔습니다.
“Dj님, 이번이 정말 마지막입니다. 딱 한 번만 듣고 가겠습니다.”
음악 카페에서 술 취한 손님의 흔한 거짓말 중 하나는 ‘마지막 신청곡’입니다. 그 마지막은 진짜 마지막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죠. 마지막 신청곡 이후에는 또 다른 마지막 신청곡이 이어지기 일쑤니까요.
“Dj 형님! 제가 말입니다. 지금 제가 정말 슬픕니다. 너무 슬퍼서 그럽니다.”
이번엔 형님. 무슨 일 때문에 슬픈 것이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애원하는 표정과 몸짓을 차마 거절하지 못할 뿐이었습니다. 그는 네 번째 같은 곡을 들으며 또 흐느꼈습니다. 저는 그저 그 상황이 얼른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마지막 신청곡
다섯 번째 신청곡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는 끝나는 멘트도 없이 오디오의 전원 스위치를 껐습니다. 음악이 없는 카페는 적막강산의 과장된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고요했습니다. 고요를 깨뜨린 것은 그 남자였습니다.
“음악이 왜 안 나옵니까?”
“끝났습니다!”
직원들은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그들의 말투에는 이미 친절함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끝났어요? 신청곡 한 곡 남았는데…….”
남자는 신청 메모지를 들어 흔들며 말했습니다. 결국 제가 나섰죠.
“선생님! 한 곡은 여운으로 남겨 놓으시지요.”
제 말투는 분명 딱딱했을 것입니다. 남자는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계산대를 향했습니다. 남자는 배웅 인사를 위해 계산대 옆에 서 있는 저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잔액 부족인데요?”
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던 제 귀에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럼 이걸로.....”
그가 건넨 다른 카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원과 남자는 둘 다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누구보다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안절부절못한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쩔쩔맸습니다. 얼른 음악실 안으로 피해버렸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모르는지 직원은 거의 울상이 되어 저를 찾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사장님... 제가 내일 꼭 갖다 드리겠습니다.”
남자 역시 저와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 네네… 아니, 그냥 다음에 오실 때… 아니 그냥… 오늘은 제가 대접한 걸로…”
“아닙니다! 그건 안 됩니다! 제가 내일 꼭 갖다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제 호의를 단호하게 사양했습니다. 남자는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내일 꼭 갖다 주겠노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렇게 남자는 처음 들어왔을 때와 흡사한 모습으로 떠나갔습니다.
남자가 떠난 후, 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는 편치 않은 마음으로 기분이 우울해졌습니다. 우울함의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손님, 목도리 놓고 가셨는데요?”
테이블을 정리하던 직원이 의자에 놓여있던 목도리를 집어 들며 말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낚아채듯 목도리를 받아 들고 밖으로 부리나케 나갔습니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 1층 출입문을 밀고 나갔습니다. 건물 앞 인도를 좌우로 살펴보았습니다.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겨울의 새벽바람은 살을 에는 듯했습니다. 맹렬한 추위를 느끼며 급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건너편 인도, 차도 쪽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도 그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혹시 후문으로 나갔나 싶어 건물 뒤편을 향해 뜀박질을 시작했습니다. 건물을 중심으로 블록 전체를 완전히 돌아봤지만 끝내 그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까스로 참으며 카페에 돌아왔습니다. 직원이 메모지 한 장을 건네주었습니다. 남자가 남기고 간 신청 메모지였습니다. 신청곡은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의 <고독한 남자(Solitary Man)>였습니다. 사연란에는 ‘인생, 이별, 죽음’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제 우울함은 더 짙어져 갔습니다.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유일하게 온 그 남자마저 돈이 없었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우울함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자꾸만 떠오르는 그 남자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혹독한 추위에 그는 어디에 있을까? 고단한 심신을 눕힐 수 있는 보금자리는 있는 것일까? 목도리도 없이 이 차가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대체 어떤 슬픔이 있는 것일까? 메모지에 적힌 '이별'은 누구와의 헤어짐이었을까? 그는 왜 '죽음'이라는 글을 썼을까? 설마 정말 죽음을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
온갖 그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 생각들은 폭군처럼 군림하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를 힘들게 한 것은 그 남자를 대한 제 태도였습니다.
‘나는 왜 그렇게 옹졸했을까. 그에게는 정말 큰 슬픔이 있었을지 모르는데. 그렇게 몰인정하게 보내야 했을까. 음악이 고파서 찾아온 그에게 진정한 DJ로서 그를 대했는가?’
부끄러웠습니다. 당장이라도 사과를 하고 싶었습니다. 연락처를 알 수 없었기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가 다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야 지친 심신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어제 그분 정말 오실까요?”
다음날 직원이 웃으며 물었습니다.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우리 세 사람은 동시에 출입문을 바라보았습니다.
남자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다음 날에도, 며칠 후에도, 몇 달 후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는 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를 휘감고 있던 슬픔의 정체는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일기장에 그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남자’라고 적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나타낸 마지막 신청곡마저 거절당한 남자. 카페를 나가 그 차디찬 거리로 나섰을 때 그 마음이 얼마나 쓸쓸했을까요.
저는 슬픈 남자를 따뜻하게 위로하지 못했습니다. 음악을 장사의 수단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날에는 저 또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남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가 여기에 왔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카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기를요. 그리하여 이번에는 장사꾼으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DJ로 그를 대하고 싶습니다. 삶이 고단하여 지친 그에게, 설움이 가득할지도 모를 그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 소망을 가슴에 담고 오늘도 그를 기다립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신청했지만 제 몰인정함으로 듣지 못했던 <쏠리터리 맨(Solitary Man)>을 들으면서요.